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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웃다 또 울다…완전 몰입할수밖에 없는 뮤지컬 ‘라카지’

입력 : 
2015-01-09 10:49:53
수정 : 
2015-01-09 1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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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나는 나일 뿐. 난 남자일까, 여자일까? 우린 무얼까? 이젠 우릴 받아줘요, 가슴 속에 꼭 한번 안아줘요. 사랑으로…” 사회적인 통념에 반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무겁지 않다. 연달아 찾아오는 시련과 비극 속에서도 밝음을 잃지 않는 유쾌함이 있지만 그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경쾌함 속의 무게감을 이보다 완벽하게 이뤄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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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 6년 전만 해도 생소하기 그지없던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이제는 하나의 유행 장르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이 같은 명작이 이끌어낸 진한 감동 덕분이다. 2년 만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뮤지컬 ‘라카지’를 두고 하는 말. 뮤지컬 ‘라카지’는 1973년 프랑스의 극작가 장 프와레에 의해 연극으로 처음 무대에 올려진 후 동명의 뮤지컬로 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이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최초의 뮤지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토니워즈에서 무려 6개 부문을 휩쓸며 크나큰 반항을 일으켰다.

국내에는 지난 2012년 초연돼 개막과 동시에 폭풍적인 호응을 얻으며 그 명성을 입증했다.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라카지’는 초연 멤버인 정성화 김다현 나경주 고영빈 전수경 유나영 김호영과 함께 이지훈 송승환 이경미 최정원 등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더 강력한 무대를 완성했다.

진한 메이크업, 화려한 의상 그리고 파워풀 하면서도 섬세함이 느껴지는 안무. “나는 나일 뿐…이젠 우리를 받아줘요, 사랑으로”이라는 가사와 함께 등장하는 ‘독특한’ 이들은 모두 여장을 한 남성 댄서들. 근육질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반짝이 노출 드레스, 남자와 남자가 나누는 애정 표현과 성적 농담들까지. 처음엔 거부감 반 호기심 반으로 어색하게 접할지 모르나 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그 ‘독특함’은 사라진다.

화려한 쇼와 가벼운 농담 속에서 이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가족.’ 매사에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엄마와 위트 넘치는 자상한 아빠, 그리고 사랑에 빠진 철없는 아들까지. 사회적 통념 속에서 수차례 상처투성이가 된 이 가족은 언제나 그렇듯 소중한 서로의 존재를 깨달으며 다시금 더 뚜렷한 각자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특별하지만,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객들은 완전히 몰입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말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작품은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 그리고 그릇된 우리의 시선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아들의 상견례 날, 20년 간 희생으로 키워낸 아들조차 자신을 사회적 통념 아래 부끄러워 모습에 상처받은 어머니는 역시나 “나는 나일 뿐”이라고 울부짖는다. 이런 엄마를 뒤로 한 채 갓난쟁이를 문 밖에 버리고 도망간 생모를 찾는 철없는 아들. 우여곡절 끝에 상견례 자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나, 결국 정체를 들키고 만 부부는 예비 사돈으로부터 “변태 호모 새끼”라며 모욕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라카지’는 즐겁다. 시련 속에서도 결코 웃음을 잃지 않는, 극한의 순간에 서로의 존재를 비로서 깨닫는 이들 가족을 보면서 훈훈한 미소를 짓게 된다. 오히려 나만의 잣대로 ‘평범’과 ‘옳고 그름’을 정의 지은 스스로를 반성케 한다.

극 중간에 등장하는 감초 배우들과 남성 댄서들이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춤사위, 화려함 속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부드러운 멜로디가 극의 완성도를 더한다.

특히 새롭게 합류한 이지훈은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친다. 한껏 더 풍성해진 음색과 신선한 색깔의 ‘앨빈’을 창조해냈다. 늘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입증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보에 일순간 좌중을 긴중케 하는 가창력,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가 ‘라카지’의 명성을 더 빛나게 한다. 오는 3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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