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일가족 살해, '나약한 가장의 몰락'?
[앵커]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져서 더 이상은 못 참는 꼴이 됐습니다'
어제 발생한 서초동 일가족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강 씨의 유서 내용입니다.
생활이 어려워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이같은 유서 내용 때문에, 범행 동기는 생활고로 추정됐었는데요.
강 씨의 서초동 아파트를 포함한 재산이 알려지면서 강 씨가 왜 그렇게 세상 살기가 힘들었는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했는지 의아함이 커지고 있습니다.
강 씨 소유의 강남 서초동 44평 아파트, 현재 시세로 매매가가 무려 11억 원이라고 하는데요.
이 아파트를 구입할 당시 대출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 씨가 실직 후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5억 원 중 생활비로 1억 원을 쓰고 주식에 실패해 돈 2억 7000만 원을 잃었기 때문에 서초동 아파트를 팔게 되면 빚을 제외하고도 7억 원 가까운 돈이 남는 겁니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충분히 재기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강 씨는 아내를 제외한 딸 둘에게 실직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도 매달 집에 생활비로 400만원씩을 줬었다고 하고, 주민들이 봤을 때도 강 씨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했었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더는 전과 같은 수준으로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또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강 씨로 하여금 끔찍한 결정을 하게 했던 걸까요?
[인터뷰:강연재, 변호사]
"우리가 사회는 점점 험악해지고 언제든지 위험한 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언제 어떤 식으로 올지 모르는 사회가 이미 됐는데 그 사회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저렇게 면역력이 너무나 약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러니까 어떤 장애가 생기면 그걸 극복할 줄 모르는…"
더 이상 삶을 견딜 수 없어 죽음으로 마감하려고 했던 강 씨.
괴로움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다고 하지만 딸들과 부인의 삶까지 결정할 수는 없는 건데요.
강 씨는 자살에 실패했지만 이렇게 가족이 동반으로 죽는 것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가장에 의존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경우라고 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자식을 개개인이 아닌 가장의 소유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자신의 죽음이 자식들만 홀로 남겨지는 무책임한 상황이 될까, 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인터뷰:함익병, 피부전문의]
"가부장이라는 건 뭐냐하면 내가 죽더라도 가족은 살려야 되겠다가 가부장이지 내가 힘드니 가족들을 죽이겠다는 것은 가부장이 아닙니다. 이분은 인지장애가 있는 거예요. 인지장애가 뭐냐하면 자기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겁니다. 자식과 아내는 나와 전혀 다른 독립된 개체라는 걸 인정하줄 모르는 인지 장애가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 내 소유물로 생각한 거죠."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 강 씨의 부모님은 강 씨가 어릴 때부터 고생을 하지 않고 자라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했는데요.
명문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 입사해 40대 초반의 나이에 상무 자리까지 올랐던 강 씨.
객관적인 눈으로 보기에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벼랑 끝에 몰린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았나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겠지만.
강 씨 개인으로 봤을 때는, 남부러울 것 없이 탄탄대로였던 삶에서 직장을 스스로 그만두는 것을 시작으로 실직 상태가 3년 동안 이어지고, 주식까지 실패하게 된 것이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김성수, 문화평론가]
"개인으로 보면 어머님의 말에 기초를 해서 보면 정말 큰 시련이 자기한테 왔다고 스스로는 생각을 할 수가 있겠죠. 실제로 실직을 했다라고 하는 것에 공포나 상처들은 상당히 큽니다. 사회적으로 그럼 실직한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고 그런 것이 얼마나 실질적인지 그런 것들도 한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일정한 직장에서 떨어져서 생기는 미래에 대한 엄청난 불안감과 공포, 이런 부분들은 여러 모로 사회적인 시스템으로 갖춰지고 해결을 해야 이런 끔찍한 사건들이 안 나온다…"
이번 사건은 강 씨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비극으로 끝나게 됐는데요.
아무것도 모른 채 잠결에 숨진 가족들의 영혼은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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