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볶음밥에 닭백숙까지.. 여기 인도 맞아?

입력 2015. 1. 7. 17:31 수정 2015. 1. 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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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③] 바라나시의 한국 사람들

[오마이뉴스 박설화 기자]

▲ 태평한 주인과 불청객

짜이(인도에서 널리 마시는 향신료가 가미된 홍차의 일종) 가게의 불청객

ⓒ 박설화

바라나시에서 며칠 동안 적응하며, 놀랐던 것이 있다. 바로, 너무나 많은 한국 사람! 여행자 숙소가 몰려있는 고돌리아 지역은, 한국 음식이 그리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동네였다. 김치볶음밥에 라면에, 내 나라를 떠나면 늘 앓이를 하곤 하는 김치찌개부터 심지어 닭백숙까지 판다.

이렇게나 많은 레스토랑이 한국 음식을 팔고 있으며, 심지어는 김치까지 담근다니 생경했다. 특히 신기할 정도로 20대 젊은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딱히 이 곳이 불교의 4대 성지인 사르나트가 가까이 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종교적인 색채로 유명한 바라나시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서일 수도 있었다.

▲ 김치볶음밥과 계란찜

바라나시에선 한국 음식이 그리워 고생할 일은 없다.

ⓒ 박설화

신에게 드리는 자못 현란해 보이는 제사 뿌자나, 이들이 아직 가지고 있는 가트(강가의 층계를 지칭하는 벵골어)에서의 화장 문화도 한몫 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인도를 노래한 어떤 시인의 책이 나온 이후로 인도 여행이 급증했다는데 그 현상이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걸까.

오며 가며 마주치고 대화를 하다 친해질 듯 하면 여지없이 질문을 던졌다.

▲ 기다림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어미 개.

ⓒ 박설화

"여기 오자 마자, 깜짝 놀랐어. 학생들이 왜 이렇게 많아? 지금이 방학시즌인가?"

그들은 큰일이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많은 젊은 친구가 학업을 중단하거나 방학을 맞아 유럽을 돌 듯, 인도 또한 그런다고 했다.

"제 주위에도 인도 와본 애들 많아요. 사실 이번에 유럽으로 가려고 했는데 자금이 좀 부족해서 다음으로 미뤘던 인도로 행선지를 바꿨어요."

신기했다. 사실 필자도 오랜 기간 여행을 했지만, 개인적으로 인도는 늘 미적거리기만 했다. 준비가 덜 된 느낌이라고 할까. 어쩌면 같은 삶에서도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곳이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싶었던 속내가 반영된 것이었을 게다. 타인들에게서 투영된 이미지를 차곡차곡 모아 나를 위한 환상으로 만들었던 것. 그럼에도 스무 살 초 중반의 젊은 친구들을 인도의 한 골목에서 이렇게나 많이 만날 수 있다니, 한편으로 대견했다.

▲ 길을 막아선 소

거리를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것 같은 이 소들도 모두 주인이 있다.

ⓒ 박설화

여행은 때로 책보다 많은 것을 가르친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가르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주위 사람들의 여행에 늘 적극적으로 등을 떠미는 편이다. 이들은 적어도 인도를 떠올리면서, 카레 이상의 것을 떠올릴 것이며 손으로 밥을 먹는다는 것이 더럽다는 편견을 뛰어넘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쉽게 하고자 하는 욕망은 우리를 사로잡듯이, 여행도 예외는 아니다. 안타깝다고 생각했던 혼자만의 사견을, 인도의 한 젊은이가 들춰낸 적이 있었다.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호수의 도시, 우다이푸르란 곳에서였다.

"하나같이 똑같은 한국인들"

▲ 대부분의 재봉틀을 잡은 사람들은 남자.

인도에서 가방을 수선하다.

ⓒ 박설화

기차에서 만난 스페인 친구가 버스표를 사겠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책상에 앉아 있는 그를 본 곳은 트래블 에이전시에서였다. 스페인 친구가 버스 티켓의 정보를 물으며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버스 티켓의 정보를 주던 이십 대 중반의 인도 청년을 다시 보게 된 건, 인도 북서쪽의 사막에서 몇 달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 봉사를 끝내고 형님의 여행사 일을 돕기 위해 막 돌아왔다는 얘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속했던 단체가 어느 나라의 단체인지와 자세한 위치까지 설명을 곁들이며 시간이 되면 꼭 한번 가서 자원봉사를 해달라는 그 청년의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다 청년이 물었다.

▲ 바라나시의 가트

아침의 태양을 맞고, 하루가 저물어가는 것을 즐기기 가장 좋은 장소.

ⓒ 박설화

"그런데 국적이 어디야?"

"대한민국이야."

"코리안이구나.

하나같이 똑같은 한국인들."

"무슨 말이지?"

"한국인들 말이야. 하나같이 똑같잖아. 다들 인터넷에 빠져있고, 인터넷의 카페에 나온 대로만 여행하는 것. 다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에 대한 역사나 혹은 문화를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냐? 한국인들은 인터넷에만 의존해서 다른 것은 안 보는 것 같아. 그리고 누구 하나가 어디가 좋더라 하면, 다들 거기만 가."

그의 말은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 같았다. 옆에 타 국적의 사람도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즉각 반박하고 싶었으나 난 그러지 못했다.

▲ 뿌자

신에게 드리는 제사로 꽤 긴 시간을 하며, 제일 많은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 박설화

▲ 뿌자

신에게 드리는 제사로 꽤 긴 시간을 하며, 제일 많은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 박설화

솔직히, 그는 틀리지 않았다. 인터넷 운운할 때는 내 양심이 찔끔했으며, 한국인들을 말할 땐, 평소에 내가 하던 생각과 일치해서 한국인이 아님에도 그 부분을 눈치 챈 그의 예리함이 놀라웠다.

"네 말이 틀린 건 아니야. 그런데 생각해봐. 인도라는 나라를 처음 온 여행자고, 거기다 그들의 경험이 많지 않다고 가정하면, 발걸음을 떼기 전 먼저 경험한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고 따르고 싶지 않을까. 어떤 것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좀 더 안전하게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 뿐이야. 그러다 자신만의 경험이 쌓이면 여행 스타일도 생기게 되고 세상을 보는 눈도 길러지는 거지."

내 반박도 틀리진 않았다.

그러나 자신만의 경험이 쌓여, 각자 다양성의 축을 이루는 것이 다소 우리에겐 너무 더디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날카로운 그의 지적에 다시 한번 나에 대해, 우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뿌자

신에게 드리는 제사로 브라만 계급만이 제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하며, 제일 많은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 박설화

덧붙이는 글 |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에 걸친 인도의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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