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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들을 거리 확실한 쇼뮤지컬…'킹키부츠' vs '라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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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신디 로퍼의 중독성있는 음악 '킹키부츠', 정성화의 내공 '라카지'

킹키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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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동성애자나 성전환자, 여장남자 등 성소수자들이 뮤지컬 작품에 등장해 인기를 끈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헤드윅', '프리실라' 등 화려한 쇼뮤지컬의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적어도 뮤지컬의 세계에선 성소수자들은 소수가 아니다. 올 겨울 국내 초연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에도 역시 여장남자들이 등장한다. 객석 구석구석까지 들썩거리게 만드는 이 신나고 유쾌한 뮤지컬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쉽지 않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이미 2년 전 초연 무대에서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라카지'도 반짝이는 쇼 이면의 갈등과 아픔을 담는다.

볼거리, 들을거리 두루 갖춘 '킹키부츠'
2013년 토니상을 휩쓸며 화제가 됐던 '킹키부츠'는 역시 예상대로 쇼뮤지컬의 정석을 보여준다. '킹키부츠'의 상징인 강렬한 붉은 부츠처럼, 쇼는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화려하고, 복고풍 음악은 중독성이 있으며, 스토리는 빠르게 앞을 향해 달려 나간다. 결국엔 여느 작품처럼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화해하는 '착한' 결론에 다다르지만, 그 과정에서의 유쾌함과 메시지를 잃지 않는다. '킹키부츠'는 그게 비록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 비출 지라도 내가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자 도구이며, 취향이자 개성이다.

킹키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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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찰리는 아버지로부터 폐업 직전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는다. 하지만 찰리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단정한 신사용 구두는 찾는 이가 없어 재고만 쌓여간다. 우연히 여장남자(드래그 퀸) '롤라'를 만나게 된 찰리는 신사용 구두 대신 여장남자들을 위한 킹키부츠 제작에 나서면서 재기를 꿈꾼다. 처음에는 킹키부츠 제작에 반대했던 공장 직원들도 하나둘 '롤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의 편에 서기 시작한다. 구두에 대한 남다른 애착 말고도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있다는 공통점이 찰리와 롤라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진한 화장에 아찔한 킬힐을 신은 '롤라'로 변신한 배우 오만석이 등장한 순간부터 객석은 이미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겉보기엔 여장을 좋아하는 깍쟁이 드래그퀸같지만 오만석은 속깊고 정많은 인물로 '롤라'의 입체감을 더해준다. 찰리 역의 김무열의 연기는 안정돼있고, 찰리를 돕는 '로렌' 역의 최유하의 매력도 어김없이 발휘된다. 신디 로퍼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다준 뮤지컬 넘버들은 극이 끝나고도 묘하게 귓가에 맴돌 정도로 중독성 있다. 합을 잘 맞춘 앙상블의 퍼포먼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킹키부츠'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이 평범한 메시지를 가장 극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2월2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라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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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의 영예, 웃음과 감동의 조합 '라카지'

'킹키부츠'가 성적 소수자들의 입장을 유쾌하게 대변한다면, '라카지'는 결국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20년 넘게 부부로 살아온 게이 커플 앨빈과 조지가 아들 장미셀의 결혼을 앞두고 겪는 해프닝이 주내용이다. 아들은 장인이 될 지도 모르는 극보수주의 정치인 에두아르 딩동의 눈에 들기 위해 엄마 앨빈에게 상견례 자리에 나타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누구보다 동성애나 성적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딩동에게 자신의 가족이 보통의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애지중지 키운 아들의 상견례에 꼭 참석하고 싶은 앨빈은 급기야 자신이 남자가 되어 삼촌으로 등장할 계획을 세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역할은 바로 '앨빈'이다. 게이로서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데다가 매력적이지만 히스테릭한 여가수 '자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장미셀의 엄마로서의 모성애 또한 상당하다. 이처럼 입체적이고 복잡다단한 앨빈이 상황에 따라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배우 정성화는 손끝의 제스처, 걸음걸이, 옷을 입는 맵시 등 세세하게 앨빈의 모든 것을 살려낸다. 앨빈이 실수로 남자처럼 목소리를 내거나, 앉은 자리에서 다리를 못 벌려서 고생하는 장면 등에서의 코믹 연기가 빛난다. 무엇보다 1부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 엠 왓 아이 엠(I am What I am)'을 부르는 장면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라카지'는 조지와 앨빈이 운영하는 클럽 '라카지오폴'이 주무대인 만큼, 볼거리도 화려하다. 몸매가 드러나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여성의 전유물인 하이힐과 마스카라로 무장한 라카지 쇼걸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무대를 순식간에 클럽으로 바꾸어놓는다. 198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어워즈 작품상 3회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작품답게 드라마도 탄탄하다. 다만 비슷비슷한 소재를 가진 뮤지컬들이 잇달아 무대에 올려진 만큼 뮤지컬 마니아들이라면 작품을 떠나 소재 자체가 주는 피로감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3월8일까지 LG아트센터.

라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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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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