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문건 유출 수사] 온나라 뒤흔든 비선실세 의혹.. 檢 "사실무근"

이경원 문동성 기자 2015. 1. 6.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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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이렇게 만들어져 이렇게 유통됐다

36일간의 검찰 수사 결과 정윤회(60)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결국 낭설이었다. 소위 '십상시(十常侍)'의 중식당 모임, 정씨의 박지만(57) EG 회장 미행설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다만 청와대 대통령기록물의 무분별한 유출 실태가 확인됐다. 조응천(53)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박관천(49·구속기소) 경정에게 지시해 박 회장에게 비밀이 포함된 청와대 문건 17건을 비선 보고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던 박 회장은 대통령기록물 생산 당일 이 문건들을 받아보고 있었다.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범행은 박 회장을 자극해 자신들의 청와대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인사를 앞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허위사실이 많고 예민한 문건들이 다수 박 회장 측에 넘어갔다"며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3인방을 견제하는 데 박 회장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끌어들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건, 이렇게 만들어졌다=박 경정은 지난해 1월 1일 박동열(62)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춘식 청와대 행정관이 소위 '십상시'의 막내"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박 전 청장은 "동국대 후배 김 행정관을 두세 번 만났고, 동문회 식사를 산 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정현 홍보수석이 다른 수석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김기춘 비서실장 사퇴설이 있다"는 찌라시 내용까지 떠들었다.

박 경정은 박 전 청장의 말에 창작을 더해 문건을 만들었다. 박 경정은 "정윤회와 '십상시'의 정기 모임이 있다" "정씨가 김기춘 실장을 그만두게 할 예정"이라는 식으로 과장했다. 박 전 청장이 개인적으로 국세청 인사를 평가한 부분은 정씨가 "국세청이 엉망이다. 국세청장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각색됐다.

박 경정은 짜깁기한 문건의 신뢰도를 높이려 욕심을 부렸다. 닷새 뒤인 1월 6일 조 전 비서관에게 보고할 때 "십상시 모임의 '스폰서' 역할인 박 전 청장이 모임에 참석해 들은 이야기"라고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비서진이 세계일보를 고소한 뒤에도 "신빙성은 6할"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검찰에 불려온 '제보자' 박 전 청장과 그의 정보원 6명은 일제히 "찌라시였다"고 했다.

◇문건, 이렇게 유통됐다=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이 문건을 작성해 보고할 때마다 "박지만 회장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박 경정과 박 회장의 측근 전모씨를 경유하는 비선 보고는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계속됐다. '정윤회 문건'을 포함해 박지만 부부 주변 인물의 동향보고서 9건 등 총 17건의 대통령기록물이 박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 중 10건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렇게 전달된 문건에는 대통령 친인척 관련 내용만 있었던 게 아니다. 중국 현지 유력 인사의 집안 내력, 기업인들이 조세 포탈에 연루됐다는 첩보까지 박 회장 측에 흘러들어갔다. 정씨에 대한 비방 문건은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집중적으로 전달됐다. 검찰 관계자는 "미행설이 구체화된 시기 역시 묘하게 지난해 1월이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로의 유출 경로는 그간 검찰이 밝힌 그대로였다. 박 경정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장실에 보관한 26건을 한모(45) 경위가 무단으로 복사했다. 박 경정은 문건들을 수시로 출력, 쇼핑백에 담아 가지고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 경위가 최모(사망 당시 45) 경위와 기업체 직원에게 전달했고, 최 경위는 이를 세계일보에 넘겼다. 세계일보 조모 기자는 최 경위와 1년간 550회 통화했다.

이경원 문동성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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