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문건 유출' 檢수사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민성 2015. 1. 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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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및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5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주요 인물의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완의 수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청와대 등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껴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졌던 측근들 간의 권력암투의 실체에 접근도 하지 못하고 '부실수사', '실패한 수사'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조 전 비서관·박 경정·박 회장의 '진짜' 동기는?

검찰은 대통령의 친·인척을 감시해야 할 조 전 비서관이 사실상 박지만 EG그룹 회장의 '비선 라인' 역할을 맡아 박 회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건까지 전달한 것으로 결론냈다.

특히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정씨에 대한 비방 문건을 작성해 박 회장에게 전달하고, 조 전 비서관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권력실세들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dog·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하려 했는데 견제가 심했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이들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이나 입지를 강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과잉 충성'이나 '출세욕'이 이번 사건을 불러왔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남아 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사 출신, 박 경정은 현직 경찰 신분으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이 정씨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 등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박 회장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박 회장과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까지 담긴 내부 문건을 빼돌릴 만큼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무엇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조 전 비서관은 6건의 문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 회장 부부에 대한 관리 차원"이라며 비밀누설이 아닌 정보제공이라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 본인의 입을 통해 범행 동기를 밝힐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으로부터 문건을 지속적으로 건네받은 이유 역시 석연찮은 대목이다. 1~2건의 문건이 아닌데다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들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자신의 측근인 전모씨를 통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으로부터 총 17건의 문건을 건네받았으며, 이 중에는 '정윤회 문건'뿐만 아니라 기업인 비리 관련 문건이나 정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건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측근을 통해 문건 원본을 건네받은 것은 확인했다"며 "박 회장이 자신과 관련해 좋지 않은 루머가 나가면 안 되니까 루머 차단 차원에서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이 문건 전달과 관련해 (조 전 비서관 등에게) 지시를 하지는 않았다"며 "지시는 상하 관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박 회장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관리 대상이었지, 조 전 비서관과 상하 관계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靑 '가이드라인'…사건 실체에는 '선 긋기'

검찰은 십상시 모임이 없었다는 이유로 '정윤회 문건' 내용 전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정윤회 문건'에는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뿐만 아니라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정보 수집 지시, 국세청 인사 관련 언급 등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십상시 모임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이와 같은 문건의 내용은 모두 허위로 발표됐다. 정씨와 박 회장의 권력암투설을 불러온 '미행설' 역시 사실무근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을 '찌라시(사설정보지) 수사'로 규정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것이다. 검찰은 사실상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된 청와대의 문서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지지 않고, 유출 사건의 피의자만 사법처리 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인사 개입 논란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 결과 의혹의 핵심인 '비선(祕線)실세 국정개입'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정윤회 문건에 포함된 내용들은 허위"라면서도 "그 외에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수사는 세계일보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였기 때문에 보도가 된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것 이상으로 각종 의혹을 밝혀내는 것은 검찰의 권한 밖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수사를 하는 기관이지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며 "모든 의혹이나 문제를 100% 해소하는 수사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비선 실세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역량을 집중한 수사의 결과가 몇 사람의 일탈행위로 귀결된 것"이라며 "이는 향후 검찰뿐만 아니라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nl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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