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세대는 고난으로 점철된 초년기를 경제 기적의 주역이라는 자긍심으로 보상받았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민주화를 이뤘다는 자긍심을 앞세우기에는 당장 남은 생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손익계산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
최근 다시 1000조원을 넘은 천문학적 가계부채의 40% 정도가 바로 이 세대의 몫이다. 문제는 2010년 이후 이들의 소득 증가율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밑돈다는 것이다.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30% 정도가 바로 이 세대로 4년 전에 비해 배로 증가했다. 과거 주택담보대출이 신규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현재는 기존 주택을 담보로 자영업에 필요한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생계형 대출이 주종을 이룬다. 2013년 말 국세청에 등록한 개인사업자는 537만명으로 2009년 487만명에 비해 10.4% 증가했다. 생계형 창업이 패스트푸드점, 휴대폰 판매점, 편의점 등 특정 업종에 집중되다 보니 경쟁 심화로 낭패를 보는 실정이다. 지난 10년간 자영업 폐업건수가 매년 평균 80만건에 이른다.
자영업이 특정 업종에 몰리고 어려움에 처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이다. 과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문구점, 서점, 쌀가게, 방앗간, 정육점 등 소매유통업종이 인터넷 쇼핑이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대체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IT가 대체할 수 없는 업종인 숙박·음식업종이다. 인구 1000명당 숙박·음식업소가 미국이 2.1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 수치가 13을 넘어선다.
둘째, 거대자본의 진출이다. 사양업종을 피해 달아나면 거대자본이 이미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다방, 빵집, 구멍가게가 모두 프랜차이즈 전문점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삼겹살, 중식, 분식에 이르기까지 전 업종에 이들 거대자본은 프랜차이즈란 이름 아래 자영업자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재벌을 몰아냈더니 중견기업이 뛰어들어 이를 잠식한다. 이에 따라 많은 자영업자들이 프랜차이즈의 점주로 뛰어드는데 이들의 계약은 터무니없이 일방적이다. 1년 동안 새벽부터 밤늦게 뼈 빠지게 일해 봐야 수천만원 손에 쥘까 말까 한데 다음 해 인테리어 변경으로 그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본사는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이를 진행하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재고 부담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본사는 저위험·고수익 사업이고, 점주는 고위험·저수익 사업이다. 점주 쪽이 공급과잉이다 보니 점주가 도태되더라도 그 자리를 새로운 점주가 대체해 본사는 계속해서 지배력을 향유할 수 있다.
이를 고쳐야 한다. 기존의 SSM 규제와 같은 정책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다. 이런 불공정 계약을 근절하는 등 미시적으로 치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89호(2015.01.01~0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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