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모욕 글 10대, 분향소 찾아 '사죄'

박은하 기자 2015. 1. 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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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엄청난 일을 저질러 영정 보고 심각성 깨달아"
유족들 감동 "희망을 봤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모욕하는 댓글을 달아 고소된 10대 고교 중퇴생이 경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방문한 뒤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해 유족의 용서를 받았다.

1일 4·16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측에 따르면 대책위는 최근 ㄱ군(18)과 ㄱ군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선처를 받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ㄱ군은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을 비방하는 악성댓글을 달아 지난해 8월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으로 고소됐다. ㄱ군 어머니는 "아들이 조사를 받으면서 무척 힘들어한다. 대학입시도 준비해야 한다. 아이의 인생을 봐서라도 제발 선처해달라"고 대책위에 호소했다. 숨진 자녀 또래 아이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는 ㄱ군 어머니 호소에 대책위 측은 "직접 방문해서 사과한다면 용서하겠다"고 전했다. 며칠 후 어머니와 함께 분향소에 마련된 대책위 사무실에 나타난 ㄱ군은 표정 없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ㄱ군의 반성 없는 얼굴을 보고 실망하면서도 "여기까지 왔으니 분향소라도 한번 보고 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초청했지만…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일 경기도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직접 만든 떡국을 나눠 먹는 '엄마의 밥상'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초청한 박근혜 대통령의 자리가 비어 있다. 유족들은 박 대통령 외에도 여야 국회의원들을 초청했지만 일부 야당 의원만 참석했다. 유족들은 행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세월호 인양을 촉구했다. | 김영민 기자

분향소로 간 ㄱ군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얼굴이 돼 사무실로 돌아왔다. 새빨개진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제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일인 줄 몰랐어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ㄱ군은 심드렁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눈물을 쏟아내며 사과했다. 분향소 안에 걸린 또래 친구들의 영정과 그들의 명복을 비는 글 및 각종 기록물을 보고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ㄱ군은 지난해 자퇴하고 1년 동안 집 밖으로 나간 일이 거의 없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어 학교를 그만둔 ㄱ군에게는 일부 인터넷 사이트가 세상과 접촉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ㄱ군은 "250명의 아이들 영정을 보고 (세월호 참사가)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깨달았다"며 "앞으로는 매체 글을 믿지 않겠다. 나도 세월호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ㄱ군의 이야기를 전한 김성실 대책위 대외협력분과위원장은 "최근 겪은 일 중 가장 감동적인 경험이었다"며 "참사 이후 가족들이 각종 음해와 루머에 시달리고 상처도 받았지만 진심 어린 소통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시 부모의 마음으로 사랑으로 화합해서 진상규명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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