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한민국 '안전'하십니까

2015. 1. 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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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민안전처 출범..소방·해경 1만명 거대조직
구성원 다양 '내홍' 우려..'컨트롤타워' 과제 산적
조직융합, 대응체계 정비, 전문성 강화 시급
다사다난했던 갑오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온 국민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생채기를 남겼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다시금 기억하는 의미에서 밤하늘 별의 궤적을 촬영했다. ISO 100, 조리개 F3.5로 3시간 동안 30초마다 촬영한 사진을 합성했다(사진=한대욱 기자).

그러나 안전처는 지난 12월 발생한 오룡호 침몰 사고 당시 늦장 대응 및 담당 부처 혼선 등의 한계점을 드러내며 아직까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안녕’한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있는 안전처가 순항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한지붕 여섯 가족’ 조직 융합 시급
안전처의 성패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한 조직을 어떻게 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안전처 안팎의 공통된 진단이다. 안전처는 소방, 해양경찰, 행정직, 기술직 등 조직 구성원의 직렬이 다양하다. 장·차관은 군인 출신이다. 게다가 안전처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민간 개방직 임용자를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한지붕 여섯 가족’인 셈이다.

조직 문화가 다른 구성원들이 한데 모이다 보니 벌써부터 ‘내홍’ 조짐도 보인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이 소방안전교부세를 행정직으로 구성된 안전정책실에서 관리·운용하기로 결정하자, 관리·운용권을 주장해온 소방직 측에선 ‘“전시성 행정사업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담뱃세 인상으로 마련된 연간 3000억원 규모의 교부금을 두고 조직 내부의 ‘힘겨루기’가 벌어진 것이다.

안전처 안팎에서는 조직 불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할 경우 ‘골든 타임’ 내 신속 대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직 내부에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영 한국방재협회 회장은 “안전처는 국민적 기대를 받고 출범한 조직인 만큼 일개 부처라고 생각해선 안된다”며 “재난 컨트롤 타워 역할에 대한 구성원들의 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 혼선’ 재난 대응 체계 정비해야
“아직 모른다.” 지난 12월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발생한 오룡호 침몰 사고 당시 ‘사고 주무부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정부 측 답변이었다.
똑같은 질문이 박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나왔다. 박 장관은 주무부처를 “국민안전처”라고 답변했다가 “외교부”로 정정해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재난의 컨트롤 타워를 안전처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안전처 내부의 반응은 다르다. 안전처에서는 “모든 사건·사고를 안전처가 담당해야 하느냐”, “지자체가 책임질 일까지 안전처에 떠밀까봐 걱정”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재난 전문가들은 안전처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 출범한 만큼 모든 재난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각 부처 및 지자체와 협조해 면밀한 재난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한국방재안전학회 상임고문)는 “출범한 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체계적인 대응체계를 갖춰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시·군·구 재난대응 조직을 육성하고 부처별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는 방식으로 방재지원 체계를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한 조직’ 재난대응 전문성 강화해야
“결국 공무원 조직만 비대해졌다.” 지난 11월 안전처가 1만여명이 소속된 거대 조직으로 출범하자 이 같은 쓴소리가 나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할 관료 집단에 오히려 권한과 예산을 더 줘 방만한 조직을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재난 안전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는 크게 늘었다. 2015년 안전처 소관 예산은 총 3조3124억원으로 24.9%(6601억원) 증가했다. 재해 예방사업비는 전년보다 13.5% 증액된 7122억원이 배정됐고, 해양재난 안전망 구축 사업비로 6196억원이 투입된다. 소방 역량 강화에 2092억원, 노후 소방시설 교체 예산으로 1000억원이 배정됐다.
이처럼 안전 예산이 대폭 증액된 만큼 실효성 있는 효과를 보여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전문가들은 안전처가 늘어난 안전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사고 발생시 즉각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전처 또한 재난대응 전문성 강화에 공을 쏟고 있다. 안전처는 재난안전교육훈련, 전문인력 양성 등에 올해 567억원을 배정했다. 또 특수재난실장,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등 주요 보직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다.
정상만 한국방재학회 회장은 “안전처가 출범했다고 해도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없으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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