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정윤회 문건' 작성 직후 박지만 만났다

김정우 조원일 2014. 12. 3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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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강남 중식당서 1월 회동 확인… 박관천과 박지만 측근 전씨 배석

청와대 문서 17건 제공 혐의에 조 "6건 건네… 공식문서 아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 공식 문서 10여건을 박지만(56) EG 회장 측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대부분 허위로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이번 문건 파문을 일으킨 사실상의 주범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심사 시간보다 10분 이른 오후 3시50분에 법원에 도착한 조 전 비서관은 긴장감이 가득해 보였다. 수사 초반인 지난 5일 참고인으로 출석했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당시 여유로운 표정으로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과는 달리, 이날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목소리도 작았다. '박 회장에게 문건을 전달한 게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 전 비서관은 즉답을 피하면서 "위(법정)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박 회장이 먼저 요청했나'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에게 문건 유출을 지시했느냐' '현재 심경은 어떤가' 등의 질문들에는 "성실히 심사에 응하고 오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중반부터 올해 1월까지 청와대에서 생산된 보고서 17건을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박관천(48ㆍ구속) 경정 등을 통해 박 회장 측근인 전모씨에게 전달한 혐의다. 문제의 '정윤회 문건'도 여기 포함돼 있다. '박 경정→서울경찰청 정보분실 경찰관→언론사' 외에 '제2의 유출 경로'가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작성 직후인 올해 1월 말 조 전 비서관과 박 회장이 서울 강남의 한 중식당에서 만났고, 박 경정과 전씨도 배석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에게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과 갈등을 빚자 그 배후에 정씨가 있다고 판단, 이들을 견제하고자 정씨의 국정개입설을 퍼뜨리고 박 회장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씨의 비선실세 의혹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오히려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비선 보고'를 일삼았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의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그는 "박 회장에게 건넨 문건은 6건이고, 게다가 청와대 공식 문서도 아니다"라며 "박 회장 부부에게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경고 차원에서 알려준 것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라는 정상적 업무의 일환이었다는 뜻이다.

특히 심사가 끝날 무렵에는 법정 바깥까지 목소리가 들리도록 검찰을 향해 "조사를 해 보세요"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최후진술 때에는 분을 참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3시간 이상 진행된 심사를 마치고 오후 7시15분쯤 법정을 나온 그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듯 충혈된 눈과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됐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추가 조사한 뒤 이르면 다음주 초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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