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당한 박지만, 추락한 박근혜.. 정윤회만 웃었다

2014. 12. 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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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정윤회 문건' 검찰조사 손익계산서.. 대통령의 강경발언 이유 있다

[오마이뉴스 지용민 기자]

'정윤회 문건'이 공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달 28일 <세계일보>에 의해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폭로된 지 한 달이나 지난 것이다. 검찰에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건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 동안 50% 이상의 '철벽'을 자랑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30%대까지 폭락했다. '땅콩 회항'과 '진보당 정당해산'이라는 우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추락한 지지율은 만회되지 않고 있다. 드라마틱한 폭락임에도 청와대에서 별 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도 놀랍다.

'정윤회 문건' 한 달, 검찰의 결산은 끝이 났다. 주연배우들의 손익계산서는 어떠한가.

'문고리 권력' 움직여... 대통령급 존재감 과시한 정윤회

▲ 청와대 대변인의 "정윤회씨말 그대로입니다"

지난 12월 2일 조응천 전 비서관이 한 언론에서 '정윤회-이재만 연락했다'고 폭로하자 같은날 청와대 대변인이 등장해 관련 브리핑을 했다.

ⓒ JTBC

이번 전쟁의 최대 승자는 정윤회다. 그는 사건 전 과정을 통해 불가사의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으며 야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거의 모든 언론의 융단폭격을 받으면서도 그는 의연하게 살아남았다.

그는 여러 면에서 거침이 없었다. 언론과 인터뷰할 때에도 말을 가리지 않았다. '문고리 권력'을 향해서도 서슴지 않고 '할 말은 하라'고 일갈했다. 검찰청에 출두할 때 "불장난" 운운하며 큰 소리를 쳤다. 보수언론에서 사설을 통해 불편함을 토로할 정도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지만과 대질심문을 원한다"고도 했다.

스스로 평범한 사람임을 강조했던 정씨는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후보와 유세를 함께 했던 이준석도 받지 못한 '당선 인사'를 직접 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리고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자신의 동향을 조사하고 있음을 확인한 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났고, 박지만을 만났다. 조응천도 만나려 했지만 실패하자 '문고리 권력' 중 맏형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움직였다.

언론을 상대로 정씨는 솔직하지 않았다. '정윤회 문건'이 폭로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해 '섭섭하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연락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며칠 후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이재만' 연결고리를 폭로하자 "몇 차례 연락"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끝났다.

'문고리 권력'과 '감시견(Watch Dog)'을 내세운 치열한 전투는 끝이 났다. 승자는 명확해졌다. 대통령의 동생, 모든 언론, 야당, 그리고 청와대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일선 경찰서 과장 등을 대상으로 한 격렬한 전투를 치르면서 사람들은 실세가 누구인지 깨닫게 됐다. '정윤회 문건'은 그가 실세임을 적시했지만 증명하지는 못했다. 그는 그 스스로 실세임을 증명했다.

가장 큰 자산인 '누나의 신뢰' 상실... 굴욕의 박지만

▲ 청와대 '조응천 7인회' 감찰... 가이드라인 논란

청와대에서 자체적으로 감찰한 내용을 검찰에 전달했음을 보도한 <경향신문> 12월 12일자 2면. 검찰 조사결과 '7인회'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 경향신문PDF

정치인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었다. 선거에 '악재'로 판단되면 그것이 설령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것임에도 자신이 대신 사과했다. 인혁당 사건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는 심지어 아버지와 격렬하게 대립했던 정의구현사제단의 정신적 지주, 지학순 주교의 묘소도 참배했다. 승리를 위해 보여준 한 정치인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였다.

그랬던 박근혜도 동생 박지만에 대해서만은 예외였다. 저축은행 사건이 터지고 박지만 연관설이 터져 나왔다. 유력 정치인 동생의 연루 의혹에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런데 차기가 유력한 박근혜는 이상한 대응을 한다. "동생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 후에도 정치인 박근혜가 그와 같은 신뢰를 보여준 대상이 있었던가. 그런데 이번 '정윤회 문건'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음이 확인됐다.

▲ 결국 '양천'의 합동플레이?

검찰 수사결과 '비선'에 의한 국정개입은 '허위'이고, 청와대 문건 유출은 조응천-박관천의 합동 작품으로 결론나고 있다.

ⓒ TV조선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자체 감찰을 진행했다. 청와대의 감찰 결과는 검찰에 전달했다. 청와대는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전달했다는 내용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7인회'라는 조직을 언급한 것은 검찰이 아닌 청와대였다.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강력한 처벌 의사를 밝힌 셈이다.

청와대 감찰 결과를 보면 놀랍다. '십상시'가 아닌 '7인회'가 이 모든 사건을 기획·실행한 주체였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 전 행정관, 오아무개 행정관, 박지만의 최측근인 전아무개씨, 기타 국정원 간부 및 언론사 간부 등이다. 청와대는 '7인회'를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박지만을 정조준했다. 박지만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7인 모두를 엮는 키워드는 '박지만'이었다. 검찰의 수사결과, 7인회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7인회'의 실체가 없다고 밝힘과 동시에 박관천을 구속됐고, 조응천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아무개 행정관은 청와대를 떠났다. 청와대 내에서 '친(親)박지만'으로 해석되는 세력이 붕괴했다. '동생이 아니라면 아닌 것'에서 불과 2년 만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정윤회-문고리 권력'으로 추락하는 박근혜

▲ 10대 뉴스 주인공

<조선일보>가 선정해 12월 30일 보도한 '올해의 10대 뉴스'. 세월호 참사와 진보당 정당해산 등에 이어 네번째에 이름을 올려놓은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 조선일보PDF

정윤회는 보이지 않았던 인물이었기에 잃을 것도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 동생과 맞서 우월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그는 자신이 '더 큰 권력'임을 사람들에게 인식 시켰다. 반면 박지만은 잃은 것이 많다. 감찰 결과도 박지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정윤회는 1번, 박지만은 2번 불렀음을 굳이 공개했다. 불렀을 때의 대우도 달랐다.

'정윤회 미행설'이 유포된 시점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움직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지만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화해서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소리친 것도 이 즈음이다. 그랬던 그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한 것이다. 과거에는 김기춘이 경거망동하는지 관찰 당했다면 향후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행동에 신경을 쓸 사람은 이제는 박지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이번 전투에서 가장 많은 것을 잃은 사람은 누구인가. 단연 박 대통령이다. 지지율이 폭락했다. 그리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9일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공개한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대비 3.1%p 상승한 43%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취임 후 최고치였던 지난 주 52.3%에서 2.5%p하락한 49.8%로 나타났다.

소폭이라도 반등한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가? 위 결과는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인용이라는 전대미문의 이벤트가 있은 직후에 조사됐다. 제2, 제3의 진보당을 찾아내 해산시키지 않는다면 지지율 상승이 유지되기는 힘들다. 결국 '진보당' 해산이라는 긍정요인의 도움도 현 정국에서는 제한적으로만 기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언론 환경부터 우호적이지 않다. 29일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런 '쓰레기 같은 자료'를 유출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에게 기밀 유출 혐의 등을 적용해 형사처벌 하려는 데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하겠는가"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신문은 "이번 파동의 중심에 섰던 사람들과 시스템을 그냥 두고서 개각 작업을 하고 있는 것도 좀체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숨겨 두었던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사가 이 판국에 구원투수로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설사 그 누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추락한 대통령의 버팀목이 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고리 권력'의 거취를 야당과 언론에서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누가 총리와 비서실장에 임명된다 하더라도 그들보다는 '떠나야 하는 이들'에 여론의 초점은 더 맞춰질 것이다.

소위 우군들도 소리 없이 등을 돌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지난 2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리더십 부족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경제공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수위도 높았다. '문고리 3인방'이 금융회사 인사에까지 관여한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이미 김종인, 이상돈 등 '대선 1등 공신'은 오래 전 등을 돌린 상태다.

대통령 아니라 정치 지도자로 복귀하나... 중립 잃은 강경 발언들

박 대통령 스스로도 현재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전례 없이 중립을 잃은 강경한 발언을 연일 토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당 해산 때에는 "자유 민주주의 지킨 역사적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헌재에서 '관습헌법'을 들이대며 위헌판결을 내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입장을 밝혔던 '법적 효력 인정'과 비교해 보자. 박근혜의 '역사적 결정' 발언에는 숨기기 어려운 반가움이 담겨져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같은 사안에 대해 "헌법은 대한민국 그 자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마땅히 존중돼야 하며 그 어떤 부정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과 비교하면 정당의 원내대표보다 대통령이 더욱 정치적 발언을 한 셈이다.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의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에 대한 발언 역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5일 박 대통령은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며 "일부 인사들이 편향된 경험을 북한 실상인 양 왜곡 과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황선 대표는 지난 2002년 박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한 발언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방북 당시 한 말을 토크 콘서트에서 했으면 난리 났다"고 비판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이 정리되는 시점 박 대통령의 손익계산서는 '비상 경영'을 선언해야 할 정도로 위태롭다. 동생 박지만씨는 외형적으로 정윤회씨에게 밀린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적자 전환'한 모습이다. 정씨는 잃은 것 없이 마음껏 존재감을 과시했다. 손익계산서를 따져봤을 때, 그만이 웃고 있을 듯싶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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