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남성 동성애자 헌혈 허용하기로

정유진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31년 만에 남성 동성애자·양성애자의 헌혈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FDA는 23일(현지시간) “최근 수년간 헌혈금지정책과 연관된 과학적 증거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동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도 헌혈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 내린 조치”라며 “그러나 최근 1년 이내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은 여전히 헌혈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1년 간의 제한 기간을 두는 것은 혈액 검사로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B형 간염을 적발하는데 각각 평균 2~4주와 2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국은 에이즈가 창궐하기 시작한 1983년부터 남성 동성애자들은 평생 헌혈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해 성소수자를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는 에이즈의 정확한 발병 원인에 대해 무지했던 데다, 감염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적십자사와 혈액센터는 남성 동성애자의 헌혈 금지에 의학·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폐지를 촉구해왔다. FDA는 에이즈 뿐 아니라 말라리아 발병국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헌혈도 1년간 제한해 비과학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말라리아 진단은 틀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40일 내에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전한 것으로 검증되기 때문이다.

의학윤리 전문가인 하버드대의 법학교수 I. 글렌 코헨은 “FDA의 이번 결정은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위한 커다란 승리”라면서 “동성애자는 무조건 에이즈의 주범이라는 과거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1년간의 제한조치를 둔 것은) 아직 FDA가 충분히 이성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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