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손, 따뜻한 가슴, 그리고 응축된 에너지
의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아르스 롱가, 비타 브레비스 Ars longa, Vita brevis). - 히포크라테스
소아 수술의 ‘달인’ 박귀원, 항암전선 ‘협진의 여왕’ 서창옥, 소아알레르기학의 ‘선구자’ 편복양, 안성형의 ‘글로벌 리더’ 김윤덕, 항암 연구의 ‘선봉장’ 라선영, 시각재활의 ‘견인차’ 문남주, 난치성 근육병의 ‘슈퍼루키’ 박영은, 소아사시의 ‘등불’ 백혜정, 태아 수술의 ‘신의 손’ 원혜성, 이명·난청의 ‘베테랑’ 박시내, 비뇨기과 ‘여성전문의 1호’ 윤하나, 쌍태아 자연분만의 ‘신기원’ 김문영, 맞춤 암치료의 ‘개척자’ 최은경, 유방영상학의 ‘큰언니’ 황미수, 황반질환 분야 ‘차세대 주자’ 유승영, 운동의학의 ‘선두 마차’ 최은희….
한국 의료계는 최근 여의사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역할이 커지면서 바야흐로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이 새로운 바람과 물결을 일찍이 감지해 그 근원을 탐구하고 미래상을 조망한 <여의열전(女醫列傳), 한국 의료를 이끄는 46인의 여의학자들 >이 경향신문에서 최근 출간됐다. 2013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1년 여간 <경향신문> 지면에 연재된 ‘여의열전’ 기획인터뷰 시리즈 내용과 기자의 비망록을 토대로 엮은 책이다.
![[신간] 경향신문 여의열전(女醫列傳), 한국의 최고 여의사들을 발굴하다](https://img.khan.co.kr/news/2014/12/23/l_2014122301003561200275841.jpg)
<여의열전>은 교육·진료·연구 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여의사 46인을 錦上添花(금상첨화), 囊中之錐(낭중지추), 愚公移山(우공이산), 漸入佳境(점입가경), 靑出於藍(청출어람) 등 5부로 나눠 의미를 부여했다. 직장에서 남성들과 당당히 경쟁했으며 아직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열정적인 모습을 그렸다. 초·중·고 시절, 의대 생활, 의사국시 합격 후 인턴 및 전공의 수련 과정, 전문의 취득 후 펠로(전임의) 과정, 해외연수 등에서 부모는 어떤 역할로 존재했으며 스승을 비롯한 멘토들이 어떻게 성원했는지도 알려주고 있다. 46가지 질환에 대한 최신 정보를 수록했다. 각 인물에 대한 원장·의료원장 등 원장단의 인물평도 눈길을 모은다.
■교육·연구·진료 등 ‘3박자’ 이룩한 ‘비망록’ 펼쳐
<여의열전>에 따르면 한국 의료의 중추로 떠오른 여의사들은 어릴 때부터, 또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학업 등 여러가지 방면에 천부적인 자질을 보였다. 의대 시절과 전공의 수련 및 해외연수 과정에서는 인내를 바탕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이 얻게 된 ‘명의(名醫)’ 칭호는 진료뿐 아니라 연구업적, 그리고 환자 사랑과 봉사 정신이 밑바탕이 되었다.
의료계도 잘 모르는 일화도 많이 발굴했다. 박귀원 교수는 ‘엄친딸’이었다. 법대에 가고 싶었지만 외과 의사였던 아버지가 “법대에 가면 등록금을 안 대주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의대에 진학했다. 영원한 ‘아빠의 친구’ 편복양 교수는 언론인이었던 아버지와 소녀시절부터 청진동으로 해장국을 먹으러 다니며 부녀지간의 정이 남달랐다. ‘착한 규리’ 안규리 교수는 규리라는 이름이 노벨상을 탄 퀴리부인의 이름과 영문이 같다. 과학자였던 아버지가 딸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었다. ‘병원경영의 후계자’ 김용란 원장은 전공의 시절, 아버지가 세운 김안과에서 야간 당직을 서며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감성을 키웠다.
![[신간] 경향신문 여의열전(女醫列傳), 한국의 최고 여의사들을 발굴하다](https://img.khan.co.kr/news/2014/12/23/l_2014122301003561200275842.jpg)
■46인 여의학자의 성공 인생과 46가지 질병 소개
1부 錦上添花(금상첨화)는 소아수술, 방사선 암치료, 심장초음파, 유방암 수술, 자궁근종 치료, 소아알레르기, 부인암 수술, 고난도 태아치료, 성형안과, 류머티즘 분야를 조명했다.
2부 囊中之錐(낭중지추)는 항암 약물치료, 시력재활, 희소 근육병 치료, 혈액·세포진단, 알레르기 연구, 소아사시 수술, 만성콩팥병 및 장기이식, 치료내시경, 신생아 감염 분야를 다뤘다.
3부 愚公移山(우공이산)에는 소아신장, 간이식, 이석정복술, 백신 연구개발, 눈 황반질환, 족부·족관절, ADHD, 갑상선 병리진단, 난치성 여드름 분야가 등장한다.
4부 漸入佳境(점입가경)은 쌍태아 자연분만, 간경화 줄기세포치료, 배뇨장애·요실금, 이명·난청, 골관절염, 로봇재활치료, 운동이상질환 뇌수술, 심장중재시술, 통증치료 분야다.
5부 靑出於藍(청출어람)은 맞춤 암치료, 유방영상진단, 초미숙아, 면역학 및 이종이식, 병원 경영, 노화방지, 뇌종양 수술, 생활습관의학, 갑상샘암 분야를 소개했다.
■의대생·전문의 여성 비율 증가…외과 계열 강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통해 2013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의사는 총 3059명. 이 중 여자 의사가 33%를 차지한다. 한국여자의사회 통계를 보면 이미 2010년에 전공의(레지던트) 여의사 비율이 서울아산병원 54.6%, 삼성서울병원 50.1%, 서울대병원 47.6%, 세브란스병원 41.6%에 달했다.
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남성이 주도하던 영역에 진출하는 여의사도 상당하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외과 전문의(교수·임상강사 포함)의 여성 비율이 23%(62명 중 14명), 전공의 여성 비율은 35%(31명 중 11명)로 3~4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임상강사(전임의)는 24명 중 10명(42%), 전공의는 46명 중 14명(30%)이 여성이다.
의과대학 여학생 증가 추세는 앞으로 여의사들의 숫자와 역할이 더 커질 것을 예고한다. 서울대는 의학과(본과 1~4학년) 여학생 비율이 1993년 17%, 2003년 33%, 2013년 38%로 상승일로에 있다. 2014년 본과 1학년만 따지면 50%가 여성이다.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은 2014년 현재 전체 여학생의 비율이 48%나 된다. 한양대는 2004년 16%(의대)에서 2014년 44%(의대 37%, 의학전문대학원 58%)로 껑충 뛰었다. 가톨릭대는 1994년 25%, 2004년 39%, 2014년 51%로 나타났으며 2013년엔 70%나 됐다.
![[신간] 경향신문 여의열전(女醫列傳), 한국의 최고 여의사들을 발굴하다](https://img.khan.co.kr/news/2014/12/23/l_2014122301003561200275843.jpg)
■‘여의열전’ 빛나는 46인 여의학자들의 소속·분야
<1부 錦上添花(금상첨화) : 비단 위에 꽃 향기를 더하다>
박귀원 서울대병원 소아외과 교수(선천성기형 수술, 2014년 3월부터 중앙대병원 소속), 서창옥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방사선 암치료), 심완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심장초음파 진단), 김미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자궁근종 수술), 이은숙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유방암 수술), 편복양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알레르기질환), 문혜성 이화여대 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부인암 수술),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고위험 태아치료·태아내시경), 김윤덕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안성형·성형안과), 양형인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류머티즘·자가면역 질환).
<2부 囊中之錐(낭중지추) : 능력과 재주가 두드러지다>
라선영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항암 약물치료), 문남주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시각 재활), 박영은 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희소난치성 근육병), 한진영 동아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진단혈액학·진단세포유전학), 박해심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천식·알레르기·면역학), 백혜정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사시·소아안과·신경안과), 김영훈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장내과 교수(콩팥병·신장이식),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소화기내시경), 박수은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 감염질환).
<3부 愚公移山(우공이산) : 끊임없이 노력해 이뤄내다>
김교순 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신장), 이남준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간이식), 전은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석증·어지럼증), 정희진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인플루엔자·백신), 유승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망막질환·황반질환), 배서영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교수(족부·족관절), 신동원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소아청소년 정신의학·ADHD), 홍순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병리과 교수(갑상선암 병리진단), 박미연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과장(여드름·색소질환).
<4부 漸入佳境(점입가경) : 점점 좋은 경지로 들어가다>
김문영 가톨릭관동대 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고위험·쌍태아임신 및 분만·태아초음파진단), 박정화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간경변·줄기세포치료), 윤하나 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요실금·배뇨장애·성의학), 박시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명·난청),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류마티스관절염·골관절염), 김미정 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봇재활·줄기세포치료), 김은영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운동이상질환), 김명아 서울시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심장 중재시술), 유시현 순천향대 천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통증치료).
<5부 靑出於藍(청출어람) : 앞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다>
최은경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유전체분석 맞춤암치료), 황미수 영남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유방영상학), 장윤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른둥이 및 고위험 신생아 치료), 안규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신장이식·유전성 콩팥질환), 김용란 건양대 김안과병원 소아안과 교수(소아안과질환·병원경영), 홍기연 원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항노화 치료·갱년기 장애), 정태영 화순전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악성뇌종양·소아뇌종양), 최은희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생활습관 의학·스포츠 및 통증 재활), 임동미 건양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갑상선암·당뇨합병증).
- 사회 많이 본 기사
◇여의열전(女醫列傳), 여의학자 46인의 성공인생 이야기(경향신문 발간, 336쪽·1만 8000원)◇
필자(저자)는 박효순 경향신문 정책사회부 건강과학팀장·부장, 건강의료 전문기자다. 그는 ‘여의열전’ 기획시리즈로 한국과학기자협회 2014년도 ‘GSK의학기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