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10음반, 해답 없는 질문 꽃처럼 품고 한 바퀴 돌아가는 여정

권석정 입력 2014. 12. 21. 17:57 수정 2014. 12. 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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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애, 양희은, 최고은, 국카스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해답 없는 질문 꽃처럼 품고, 한 바퀴 돌아가는 여정,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누구라도 모르는 카르마

한영애 '회귀' 中

한영애 '샤키포'

늘 그랬듯이, 역시나 한영애로 가득 찬 앨범이다. 15년 만의 새 앨범. 한영애는 "15년이 마치 15일처럼 지나갔다"고 말했는데, 이 말처럼 한영애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팔팔하다. 그 음악은 한층 젊어졌다. 한영애만의 아우라(우리나라에서 '아우라'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가수가 한영애다)는 여전하지만 트렌디한 어법도 피하지 않았다. 본래 블루스, 록, 소울을 추구했던 한영애는 전형적인 밴드의 오서독스한 사운드를 고집하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밴드에도 컴퓨터 음악이 가미되는 변화가 있었다. 유앤미블루 출신의 방준석이 만든 타이틀곡 '샤키포'를 비롯해 몇몇 곡에는 최근 록의 어법이 가미됐다. 철학적인 가사를 지닌 첫 곡 '회귀'와 가사가 없는 마지막 곡 '그림 하나'의 덥스텝을 비롯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한영애가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워서 만든 사운드라고 한다. 이러한 열정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새로운 시도가 한영애의 스타일로 완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적을 부르는 주문 '샤키포', 그리고 '너의 편'과 같은 노래는 정말 청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노래다. 기적이 별건가? 바로 이런 앨범이 기적이다.

양희은 '2014'

한국 모던포크의 대모, 44년차 가수 양희은의 새 앨범. 이미 한 시대를 상징하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가수가 신보는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양희은은 신보를 통해 처음 시도하는 게 많다. 요즘 젊은 가수들이 하는 것처럼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고, 난생처음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윤종신이 만든 '배낭여행', 이적이 만든 '꽃병'을 싱글로 발표했고, 앨범에는 이한철, 장미여관 육중완, 한동준, 변진섭의 히트곡을 대거 만든 지근식, 그리고 양희은 첫 콘서트 때 반주를 맡아줬다는 김한년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음악적인 색은 비교적 일관적인 편이다. 수록곡들은 맵시 있는 멜로디에 깔끔한 어쿠스틱 반주, 또는 전통 재즈 스타일로 편곡돼 양희은의 고운 음색을 잘 살리고 있다. 연륜은 어디 가지 않는다. 김시스터즈의 곡을 리메이크한 '김치깍두기', "먹고 또 자더라도 일단 먹자"라고 말하는 '나영이네 냉장고'에서는 후배들에게 '집 밥'을 먹이기로 유명한 양희은의 본심이 느껴진다. 양희은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뉴욕에서 살던 시절 비엔나에서 유학 중이던 기타리스트 이병우를 불러다 밥 해 먹이며 만든 노래가 아니던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은 양희은이기에 들려줄 수 있는 보석과 같은 노래.

최고은 'I Was, I Am, I Will'

여성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데뷔 4년 만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최고은은 지난 2010년 데뷔 후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해볼 만한 '음악적'인 시도는 거의 해본 것 같다.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배운 것도 많고, 유럽투어를 돌며 호연지기를 길렀다. 일본 후지TV의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아 버서스'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외에서 두루두루 실력도 인정받았고 세계 최고의 음악페스티벌 '글래스턴베리' 무대에도 섰다. 이러한 굉장한 경험들은 최고은의 첫 정규앨범에 고스란히 담겼을 것이다. 기존의 EP들에서 포크에 기반을 둔 음악을 선보인 최고은의 음악적 결은 신보에서 한층 다양해졌다. 특정 장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록, 재즈, 월드뮤직 등의 여러 요소들이 최고은과 황현우(까르푸 황)가 리더를 맡은 밴드가 만든 음악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음악은 다채롭지만, 이 모든 것이 최고은의 깊은, 깊은 목소리로 귀결된다. 새 앨범에 새롭게 실린 'L.O.V.E' '노 에너지' 등의 예전 곡들이 변화한 만큼 우리 자신들도 많이 변했겠지.

국카스텐 'Frame'

국카스텐의 5년 만의 새 앨범. 이 한 장의 앨범이 나오기까지 참 별 일이 다 있었다. 정규 1집 '국카스텐'을 1만 장 이상 팔아치우며 인디 신의 르네상스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 국카스텐은 이후 '나는 가수다'를 통해 화제를 모으며 한때 록계 최고의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전 소속사와 법적 분쟁 등으로 내홍도 겪었다. 쉬는 기간이 길었던 만큼 새 앨범에는 열다섯 곡이라는 꽤 많은 곡들이 담겼다. 타이틀곡 '변신'을 필두로 1집 때와는 다른 새로움과 음악적 욕심이 느껴지는 곡들이 꽤 있다. 기존에 비해 밴드적인 편곡보다는 프로듀싱적인 면이 강화된 곡들이 다수 보인다. 이번에는 하현우가 혼자 곡을 만드는 시간이 길었다고 한다. 하현우가 미디로 찍은 멜로디를 멤버들이 악기로 편곡을 하고, 기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운드는 새로운 장비를 통해 표현했다고. 멤버들은 이번에는 그 새로운 장비를 공부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하는데 이런 것이 밴드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악곡 적으로 다소 복잡해진 면이 있지만, 국카스텐 특유의 폭발력은 여전하다. 국카스텐을 두고 인디 신의 스타가 국민 록 스타가 되는 모델을 만들 거라 기대한 이들도 있겠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어쨌든 귀환을 환영한다.

킹스턴 루디스카 'Everyday People'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킹스턴 루디스카의 정규 4집. 킹스턴 루디스카의 10년을 곧 한구 스카의 10년이라고 볼 수 있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킹스턴 루디스카 이전에 레게를 가요화한 밴드는 있었지만 '스카'를 전면에 내세운 팀은 없었으니 말이다. 지난 인디 신을 돌아봤을 때 크라잉넛, 노브레인의 '조선펑크'가 있었다면 그에 비견될만한 킹스턴 루디스카의 '잔치스카'가 있었다. 풀이하자면 한국적인 스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킹스턴 루디스카는 매 앨범마다 특유의 흥을 유지하면서 스카의 다양한 요소를 자신들의 음악으로 발현시켜왔다. 신보에서 킹스턴 루디스카는 자신들의 영웅인 자메이카의 전설적인 밴드 스카탈라이츠 등의 정통 스카에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보는 각 멤버가 부스에 들어가지 않고 열린 공간에서 원 테이크로 녹음해 라이브 당시의 생동감이 잘 살아나고 있다. 두 장의 CD로 구성된 앨범의 두 번째 CD는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에 특히 그러한 매력이 잘 살아나고 있다.

H2O 'Still Foggy…But'

결성 28주년의 록밴드 H2O가 9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H2O는 한국 록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팀이다. 원년멤버인 김준원을 비롯해 시나위, 아시아나, 카리스마 등을 거친 김영진, 작은하늘의 장혁, 김종서 밴드 출신의 타미김은 국내 록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베테랑 뮤지션들이다. 이들은 록 뮤지션이 아이돌처럼 사랑받던 시절부터 암흑기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몸으로 겪었다. 신보는 이러한 경험의 요소들이 응축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안개도시'의 새로운 버전은 지금 밴드의 팀워크를 느껴볼 수 있는 곡, '별'은 품격과 대중성이 함께 느껴지는 록발라드. 삼국시대의 승려 원효에 대한 노래 '원효'는 H2O 특유의 펑키한 리듬과 드라마틱한 곡의 전개가 인상적인 멋진 곡이다. 이들과 같은 베테랑 록밴드가 이처럼 현재진행형의 음악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환영하는 걸 넘어 고마워해야 할 일.

김성은 'Never Lose Your Smile'

재즈 기타리스트 김성은의 2집. 김성은은 지난 앨범 '페이션스(Patience)'에 이어 이번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재즈 기타 선율에 담아 들려주고 있다. 김성은은 기본적으로 비밥 기타의 정통적인 매력을 간직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이는 최근 연주자들에게 좀처럼 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신보 역시 지난 앨범에 이어 이건민(피아노), 김민찬(드럼), 박진교(베이스)가 참여해 퀄텟 편성으로 녹음돼 전작에서 이어지는 스타일과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앙상블에 초점을 둔 앨범으로 연주자들은 김성은이 제시하는 테마에 충실하다. 연주에는 성격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김성은의 음악은 참 따듯하다. 특히 '비트윈 래프터 앤 티어스(Between Laughter And Tears)'와 같은 곡, 그리고 은근히 소울풀한 매력이 느껴지는 '허그(Hug)'와 같은 곡들이 그렇다.

AC/DC 'Rock or Bust'

AC/DC의 컴백 소식과 함께 신곡 '록 오어 버스트(Rock or Bust)'를 듣고 "정말 록에서 저거 이상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AC/DC를 대할 때면 가슴이 뜨거워지면서도 항상 가슴 한켠이 아쉽다. 해외에서는 기본 10만 명을 앞에 두고 공연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록밴드이지만 국내에서는 찬밥신세이기 때문이다. 뭐, 한국이란 나라가 핑크 플로이드, AC/DC의 신보가 라이선스로 발매 안 돼 수입반으로 사야 하는 나라가 아니던가? '록 오어 버스트'에 담긴 록은 그런 아쉬움을 저 멀리 날려버릴 정도로 강렬하다. 브라이언 존슨은 환갑이라는 나이를 씹어 삼킨 금속음이 보컬을 들려주고 있고, '악동' 앵거스 영의 기타는 기름진 톤과 함께 간결한 리프로 사운드를 꽉 채우고 있다. 마치 "이것이 록이다 이 자식들아"라고 훈계는 아니고, 정답을 던져주는 듯하다. 말이 필요 없다. 음악을 듣고 앨범 속에 새겨진 'In Rock We Trust'라는 문장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아쉬운 소식이지만 신보는 밴드의 41년 역사상 처음으로 멤버 말콤 영의 부재 하에 녹음된 앨범이다. 병으로 활동할 수 없는 말콤 영의 빈자리는 말콤과 앵거스 영 형제의 조카인 스티브 영이 대신한다. 하지만 앨범 속지에는 앵거스 영의 SG기타와 말콤 영의 그래치 기타가 함께 놓여져 있다.

푸 파이터스 'Sonic Highways'

푸 파이터스의 정규 8집. 푸 파이터스가 첫 앨범을 발표했을 때를 똑똑히 기억한다. 너바나의 광신도들은 푸 파이터스의 1집을 들으며 너바나와의 공통점을 찾기 바빴다. 하지만 푸 파이터스는 매 앨범마다 출중한 음악을 선보이며 너바나라는 꼬리표를 떼고, 그래미 11관왕, 2천만장 앨범 판매고 등의 성적과 함께 자신들의 힘으로 왕좌를 거머쥐게 됐다. 그러고 보면 데이브 그롤도 참 '난 사람'인 듯. 매 앨범 실망시키는 법 없었던 푸 파이터스의 강렬한 행보는 '소닉 하이웨이스(Sonic Highways)'에서도 유효하다. 데이브 그롤은 '8'이라는 숫자를 기념하고 싶었나보다. 미국을 대표하는 8개 도시에서 일주일간 생활하며 곡을 만들고 녹음을 했으며, 앨범과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8편의 구성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콘그리게이션(Congregation)'과 같은 곡이 딱 푸 파이터스 스타일이라 할 수 있을텐데, 이 곡은 푸 파이터스의 일종의 확장판처럼 들린다. 기타리스트 개리 클락 주니어가 함께 한 노래 '왓 디드 아이 두?/갓 애즈 마이 위트니스(What Did I Do?/ God My Witness)'는 약간 서던 록 풍의 흥이 느껴지기도 한다. '서브테레니언(Subterranean)'은 '그런지' 그 자체인 곡. 그나저나 이 슈퍼 밴드의 공연을 내년쯤에는 한국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바래 본다.

벡 'Morning Phase'

벡의 6년 만의 새 앨범. 1994년 '멜로우 골드(Mellow Gold)'로 데뷔한 이후 매 앨범마다 자기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대로 펼쳐 보이며 이제는 고고(孤高)한 존재로 자리 한 벡. 벡은 항상 새로운 것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델타 블루스 등의 과거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신보에서는 모던포크에 다가갔다. 벡은 2002년 앨범 '시 체인지(Sea Change)'에서도 포크를 제대로 시도한 바 있다. 그 12년 사이에는 그리즐리 베어, 멈포드 앤 선즈, 플릿 폭시스 등의 포크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을 취하는 팀들도 인기를 얻었다. 벡의 팬이라면 '모닝 페이즈'를 듣고 '시 체인지'로의 회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앨범재킷도 언뜻 비슷하다) 하지만 사운드적인 면에서 전통적인 질감도 더 잘 표현돼 있고 동시에 새로운 느낌도 든다. 전통과 새로움, 이 두 가지의 이질감을 섞은 것이 결국은 벡이 아니던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벡이 자신이 좋아하는 닐 영에게 다가간 앨범이 아닐까 한다. 2014년에도 버펄로 스프링필드와 같은 광활한 아름다움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앨범.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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