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와 다른 자녀를 키운다는 것
미국 TV 유아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 에밀리 펄 킹슬리는 다운증후군 아들을 키우는 것을 ‘예상 밖의 여행’에 비유했다. “출산을 앞두고 있을 때는 이탈리아 휴가를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다. 콜로세움, 다비드상 등 각종 볼거리를 계획한다. 그런데 비행기에서 내리기 직전, 승무원이 ‘네덜란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다. 비행에 변화가 생겨 네덜란드에 머물러야 한다. 당신은 이제 밖으로 나가 새로운 여행안내서를 사고, 생소한 언어를 배워야 한다. 지인들은 이탈리아를 오가며 자랑을 늘어놓을 테지만, 그곳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슬퍼하면서 살아간다면 네덜란드를 즐길 마음의 여유를 얻지 못할 것이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특별한 자녀를 키운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각장애,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조현병(정신분열증), 신동, 강간으로 태어난 아이, 범죄 아동, 성소수자를 둔 가족이 거쳐온 삶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위해 300여가구를 인터뷰했다. 방대한 사례와 치밀한 취재력이 돋보인다.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 일반적인 경우 DNA뿐 아니라 민족성, 문화적 규범, 언어, 종교 등이 세대를 거쳐 대물림된다. 저자는 이를 ‘수식적 정체성’이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가끔 부모와 다른 이질적인 특징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열성 유전자나 돌연변이, 출생 전 영향, 가치관과 성향 등이 ‘수평적 정체성’을 만든다. 수평적 정체성은 왜소증, 자폐증 등 부모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자녀의 장애를 전제로 한다.

무수히 많은 가족이 ‘예상 밖의 아이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축복한다. 그들은 지난하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그대로 방치했다면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을 수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개별 아이들의 상황은 각각 다를 수 있지만 가족 안에서, 그리고 보다 넓은 사회 안에서 차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은 대다수 사람에게 공통의 문제”라며 “장애 아동의 부모들이 깨달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가족의 정의를 확장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