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카지' 남경주, "성소수자 부각 아닌 우리 주변 사람 이야기"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1세대의 책임감이란 이런 것일까. 뮤지컬배우 남경주는 자신만을 보지 않는다. 조용히 전체를 본다. 한국 뮤지컬계를 이끈 장본인임에도 권위적이지 않고 후배를 이끄는 선배기에 뮤지컬 '라카지'는 더욱 편안하게 그려진다. 때문에 그 메시지 역시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뮤지컬 '라카지'는 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게이 부부 조지와 앨빈의 아들 장미셀이 극우파 보수 정치인 에두아르딩동의 딸 안느와 결혼을 선언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

극중 남경주는 전설적인 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며 카리스마와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모두에게 존경 받는 리더 조지 역을 맡았다.

남경주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라카지' 프레스콜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라카지'는 연말에 가족들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적합한 공연 같다. 공연을 올리니 객석에서 반응을 뜨겁게 보내줘 굉장히 행복했다. 오랫동안 하려면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 책임감도 느끼게 되는 공연이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사회자이기 때문에 객석을 바라볼 일이 많은데 이렇게 바라보면 나이 드신 분들, 가족 단위가 많이 보여서 그게 제일 행복한 것 같다"며 "우리 젊은 배우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인데 젊은 배우들 보러 오는 20~30대 여성들이 오시는 것도 참 좋지만 객석에 관객들 구성이 조금 다른 게 정말 우리를 고무시키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그를 더욱 흥분시키는 부분이다. 그는 "늘 행복하다. 자기가 잘 하고 있나, 못하고 있나를 체크를 하려면 상대 배우를 보면 된다고 한다. 상대 배우가 주어진 상황, 그 장면의 진실에 직면하게 만드는 것, 그게 반대 배우가 해야할 일이다"며 "그것 때문에 연기를 꾸미지 않고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 상황에 저절로 처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정)성화 씨가 잘 하는걸 보면서 나도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러 배우들이 있는데 그런 좋은 교류를 한다면 뮤지컬이 조금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미셀 역 젊은 친구들(정원영 서경수)과도 편하게 하고 있다. 연습할 때 딱 보고 '얘네들 걱정 없겠구나' 했다. 왜냐하면 편견이 많이 없다. 그대로 좋다. 대신 선배로서 충고해주면 더 좋아질 것 같은 부분은 보인다. 그런건 틈날 때마다 부담스럽지 않게 조언해주는 편이다. 근데 우리 20대 때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면 우리 때보다 지금이 100배 낫다. 나중에 세월이 지나면 얼마나 더 나아질까."

이어 남경주는 '라카지'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운을 뗐다. 그는 "정말 재미있으려면 재미를 추구해선 안되고 주인공들이 곤란한 지경에 진짜로 처해야 한다. 그랬을 때 관객들이 보고 굉장히 재밌어 하는 것"이라며 "서로 서로 진심으로 연기를 해야 그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관객들이 웃고 안 웃고를 보고 '우리가 뭐 잘못했나' 이런 생각을 할 게 아니라 그럴 때마다 더 분리를 하고 우리는 우리 안에서 더 진실된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고백했다.

또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 대해 "시선을 조금만 더 틀어 보면 성소수자들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시선들로 인해 어렵고 불편한 것들이 많다. 그걸 버텨내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건 일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그걸 이겨내려고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들을 더 발전시키고 더 깊이 있게 고민한다. 그렇게 한 것들을 가지고 나와 다른 사람과 나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은 깊이 있게 고민한 정제된 결과물을 보고 예술의 경지,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더 높은 경지를 느끼게 된다. 다같이 성숙해질 수 있는 부분들이 또 이 작품에 있는 것이다. 이건 성소수자들을 부각시키는 것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많은 사람들,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마지막으로 남경주는 2년 전 초연 당시와 현재 마음가짐에 대해 묻자 "내가 2년동안 살아온 세월, 2년동안 겪었던 일들이나 그런 것들을 그대로 다시 배역에 자연스럽게 접목시켜보려 한다"며 "개인주의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내 배역에게 주어진 상황 안에서 내가 할 것들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하려 한다"고 답했다.

"남의 것을 더 많이 듣고 보고 하려 한다. 보고 듣는게 쉬울 것 같아도 보는척 하고 듣는척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더 신경 써서 보는척, 듣는척이 아니라 진짜 보고 듣는 것에 많이 목숨을 걸자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할 일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겠나."

한편 남경주가 출연중인 뮤지컬 '라카지'는 내년 3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배우 남경주. 사진 = 악어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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