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김광석 목소리는 LP다..4집 리마스터링 음악감상회

이재훈 2014. 12. 15. 22: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가객' 가수 김광석(1964~1996)의 목소리는 LP와 닮았다. CD로 들어도, 음원으로 들어도 그렇다. 목소리 자체에 LP 특유의 지글거리는 향수가 깃들었다.

'김광석 4집 리마스터링 LP 음악 감상회'가 열린 15일 밤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 청담씨네시티 MCUBE는 그 향수로 가득 채워졌다.

1994년 발매된 김광석 4집 '네 번째'는 '일어나'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 명곡이 담긴 명반으로 통한다. 20주년을 기념해 발매된 이번 음반에 수록된 10곡 모두 과거 녹음된 원본 멀티테이프를 복원해 믹스, 마스터링을 새롭게 진행했다.

이날 날씨는 눈과 비가 번갈아 내렸다. 때로는 바람이 불고 햇빛이 들었다. 사회를 본 류근 시인은 "전형적인 김광석같은 날씨"라고 했다. "비애롭지만, 깊이 아름다운 어떤 것이 김광석에게 느껴지는 에너지인데 오늘 날씨가 그렇다. 몹시 춥지도, 젖지도 안 젖지도 않은 날"이라고 했다. 그는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었음을'의 작사가다.

LP로 들은 첫 곡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었다. 류 시인은 "모 방송국에서 로고송으로 부탁해 만들어진 곡"이라면서 "김광석의 평소 (비애감 있는) 느낌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LP로 듣는 퍼커션 소리는 더욱 살랑거렸다.

김광석 절친인 '동물원' 출신 김창기가 작사·작곡한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는 "나는 벌거벗은 여인의 사진을 보며 / 그대와 나누지 못했던 사랑" 등의 노랫말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인해 발표 당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들어본 이 곡은 야릇하기는커녕 아날로그 감수성이 넘실댔다.김지하 시인의 시에 황난주가 멜로디를 붙인 '회귀'는 "단아하고 비극적인 정서"(류근 시인)가 김광석 목소리에 잘 맞았다. 비애감이 지글거리는 LP 잡음, 김광석 목소리와 화학 작용을 일으켰다.

'혼자남은 밤'은 공연실황으로 대신했다. 이무하가 작사·작곡한 '끊어진 길'은 김광석의 초월적인 정서가 가득했고, 노영심 작사·작곡의 '맑고 향기롭게'에서는 피아노 소리와 어우러져 청명함도 느끼게 했다.

김광석이 작사·작곡한 '자유롭게'는 "병원에서 딸을 직접 받은 소회를 풀어낸 곡"(류근 시인)으로 "서로가 아끼며 보듬을 우리 / 따뜻한 눈으로 마주할 우리"라는 노랫말의 정서가 느껴졌다.

'서른 즈음에'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라이너스의 담요(연진)와 엠넷 '슈퍼스타K6' 준우승자인 김필이 불렀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대선배님이라서 많이 떨렸다"면서 "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노랫말을 부른 가수다. 열정적으로 절창하시는 모습을 닮고 싶다"고 바랐다.

'슈스케6' 생방송 무대보다 더 떨린다는 김필은 "김광석 선배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진정성 있는 음악을 꾸준히 했으면 한다. 유행에 따라가는 것보다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곡은 '일어나'였다. 류 시인은 "허무한 삶에도 열심히 즐겁게 만든 곡이라서 더 아프다. 왜 이렇게 가야 했는지 마음이 갑갑하고 안쓰러운 노래"라고 말했다. "요즘 김광석의 노래가 많이 들린다. 시대가 어렵고 팍팍하다 보니 그에게 위안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김광석 탄생 50주년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고인을 조명하는 움직임이 잇따랐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연출 김명훈), '그날들'(연출 장유정),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연출 장진) 등 그의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만 3편이 무대에 올랐다.

1990년대 문화를 조명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그의 노래와 육성, 모습이 흘러나왔다. JTBC '히든싱어 2'의 마지막회 주인공 가수도 김광석이었다.

이날 음감회가 올해 마지막을 장식했다. 일반 팬 약 150명이 모였다. LP에서 바늘이 멈출 때마다 손뼉을 쳤다. 한 곡씩 끊어 들었고 류 시인이 말을 했다. 그럴 때마다 바늘은 다시 앞 노래의 끝 부분 3~4초를 재생했다. 김광석 목소리 같았다. 계속 잊히지 않고 여운에 남는 그 무엇.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의 노랫말이 맴돌았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 스쳐가는 의미 없는 나날을 / 두 손 가득히 움켜쥘 순 없잖아"

CJ E&M 음악사업부문은 16일 이 LP 3000장을 정식으로 내놓는다. 리마스터링 CD도 함께 나왔다.

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