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최 경위 유서에 '靑 민정수석실이 회유' 암시

김정우 안아람 2014. 12. 1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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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모 경위가 수사 관련 제의받아" '혐의 인정 땐 선처' 개입 가능성

정윤회 문건도 다른 靑 문건처럼 최 경위 통해 유출된 정황 포착

최 경위 유서. 유족 제공

청와대 내부 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13일 자살한 채 발견된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가 유서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한모 경위에게 (수사와 관련한) 제의를 했다"고 밝힌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청와대 관련 검찰 수사에 민정수석실 측이 '혐의 인정 시 선처'를 약속하는 등 개입한 흔적을 뜻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최 경위의 유족이 이날 오후 공개한 유서에서 최 경위는 자신과 함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한 경위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최 경위는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경찰관이 (공범으로 지목된) 한 경위에게 '혐의를 인정하면 불입건 처리를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 경위에게 들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에 문의한 결과 지금껏 아무 제의도 한 적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비선실세로 알려진 정윤회(59)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담긴 '정윤회 문건'은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이 올해 2월 청와대 파견 해제 무렵 정보1분실에 맡겨 뒀던 박스에 들어 있었으며, 이를 최 경위가 언론사 등으로 유출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청와대에서 정씨 동향 보고서는 갖고 나가지 않았다"는 박 경정의 주장과는 상반된 것으로, 기타 청와대 문건이 아니라 '정윤회 문건'의 구체적인 유출 경로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 경위 등의 구속영장에 적힌 혐의에 정윤회 문건 부분은 없었으나, 검찰은 정윤회 문건도 결국 최 경위에 의해 외부로 유출됐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 경위 등이 박 경정의 박스에서 몰래 꺼내 본 100여건의 청와대 문건에 정씨 동향 보고서도 포함돼 있었던 사실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 경위는 검찰 조사에서 "내가 청와대 문건을 먼저 복사한 뒤, 최 경위에게도 일부를 건넸다"며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경위는 영장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고, 법원은 12일 새벽 "범죄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기각에 이어 핵심 피의자의 자살, 민정수석실의 수사개입 의혹 등까지 맞물리면서 검찰 수사가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윤회 문건 관련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이날 오전 문건에 '십상시' 멤버로 등장하는 이재만(48)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정씨와의 '권력 암투설'이 제기된 박지만(56) EG 회장도 16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전직 비서인 전모씨가 청와대가 지목한 문건 작성 배후인 '7인 모임' 멤버로 꼽힌 것과 관련, 박 회장은 특수2부(부장 임관혁)에서도 문건 유출 경위와 관련한 조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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