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원' 고수 "천재는 없다, 오랜 노력의 열매일 뿐" [인터뷰]

신상민 기자 입력 2014. 12. 14. 19:33 수정 2014. 12. 14. 19: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의원 고수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고수는 '그린 로즈' 이후 4년간의 공백 동안 느낀 연기의 갈증을 풀어 내듯 매 년 1~2 작품에 꾸준히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2009년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초능력자' 등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수에게 있어서 '상의원'은 남다른 작품이다. 1998년 가수 포지션의 뮤직비디오 '편지'에서 데뷔를 했으니 어느덧 데뷔 16년차 배우다. 그런 그가 데뷔 16년 만에 첫 사극에 도전한 것이다. '상의원'에서 천재 디자이너 공진 역을 맡은 고수를 12일 서울 삼청동 소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수가 '상의원'에 흥미를 가지게 만든 인물은 이원석 감독이다. 이원석 감독은 전작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독특한 연출 기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렇기에 고수는 이원석 감독이 만드는 "사극이 어떤 색의 사극이 나올지"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고수는 궁금증이 발단이 됐지만 작업을 진행할수록 이원석 감독의 유쾌함 속에 숨겨진 진심을 발견하게 됐다.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진심을 보였어요. 자신의 모습을 유쾌하게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지만 그 안의 가볍지 않은 진심이 있어요. 그래서 같이 감독님의 진심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상의원'은 이원석 감독의 성향이 묻어나면서 정통 사극의 맵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정통 사극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눈에 거슬릴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평소 사극을 좋아한다"라고 밝힌 고수는 우려와 달리 이원석 감독의 시도에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고전 이야기나 변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리어왕' '햄릿' 등은 변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니까요. 감독님은 군상들의 모습을 자신의 성향에 녹여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존의 사극이 주는 무게감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사극과 판타지 요소의 결합에 고수는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용기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판타지라는 게 좋은 영화 표현 기법이라 생각한다. 극의 중간 중간에 하고 싶은 바람, 이상을 판타지로 녹여내는 것이 관객들에게 큰 희열을 주는 장치인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상의원'에서 돌석(한석규)과 공진(고수)의 관계가 마치 살리에르와 모차르트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고수는 "살리에르와 살리에르 간의 이야기"라고 평했다. 그는 공진을 천재로 그리기 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은 다른 인물"로 접근해 조금씩 실마리를 풀어갔다.

"공진은 달랐던 사람인 것 같아요. 달랐던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 보이지 않는 법도, 현재나 지금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경, 신분 등에서 자유로운 인물이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게 틀린 건 아닌데 세상은 다르면 틀리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렇기에 고수는 연기를 하면서도 공진과 돌석 중 "누가 다 가진 사람인지" 생각하게 됐다. 돌석은 신분 상승을 앞두고 있는 꿈을 이루기 직전인 인물이다. 반면, 공진은 자유롭고 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고수는 "누가 많은 걸 가진 건지, 시기, 질투, 열등감이 궁금해졌다"며 "돌석이 공진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게 맞는 건지 생각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돌석 입장에서 보면 공진이 미워 보이고 얄미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공진의 입장에서 보면 '돌석이 너무 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상의원'은 관객들이 돌석의 입장에서, 공진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시야로 보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고민은 고수의 성향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를 시기하거나 대결 구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는 권위보다는 수평적인 인간 관계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함께 연기한 후배 유연석, 박신혜와도 허물 없는 선배였다.

그렇기에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갑자기 욱하네"라고 말을 했지만 그의 표정과 말투에 한 점의 분노도, 초조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은 농담이라는 사실이 절로 느껴졌다.

고수는 후배들에게 선배라는 이유로 티를 내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그렇다고 장난스럽게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며 후배를 편안하게 해주는 선배도 아니다. 그는 "살갑게 하는 건 못 한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현장에서 후배들을 얼마나 배려했을지 느껴지게 충분한 모습이었다.

"한석규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 허리 입장이었어요. 중간에 끼여 있는 입장이 되니까 '내 몫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나름 중간에서 선배와 후배 사이에서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예전에는 몰랐어요. '고지전' 때도 중간 입장인데 그 때는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어요. 이번에는 동생들과 즐겁게 잘 지냈어요."

고수는 한석규와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백야행'에 이어 '상의원'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고수의 눈에 비친 한석규는 "옆에 있으면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다. 고수가 바라본 한석규는 "본인 만의 연기에 대한 사랑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질 정도로 뚜렷한" 연기자다. 더구나 현장에서도 후배를 잘 이끌어주는 후배다. 그래서 고수에게 있어서 한석규는 "선배 나이 정도 됐을 때 멋있게 현장을 잘 이끌고 연기로서 모습을 본 받고 싶은 선배"다.

'상의원'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제는 열등감이다. 대중의 부러움을 사는 잘 생긴 외모의 고수 역시도 열등감이 있다. 그는 "열등감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열등감은 채찍 같은 존재다. 그는 "열등감을 느끼면 채찍질 하는 타입이다"라며 "내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수는 이번 작품에서 스스로 생각도, 상상도 많이 하고 치열하게 연기를 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부분은 결국 스스로 해 나가야 되는 부분이다. 스스로 싸워야 한다"라고 밝혔다.

"천재는 없어요. 어느 경지에 오른다는 건 우연보다는 오랜 노력의 열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권영민 기자]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