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7인회' 속속 드러나는 정황들

조현일 2014. 12. 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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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 속에 새롭게 등장한 이른바 '7인회'가 급조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7인회' 출처로는 청와대가 지목된다. 세계일보가 지난달 28일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특종 보도하자, 청와대는 문건 유출에 대해 '특별감찰'을 실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내용은 '루머'이며 "(문건)유출은 국기문란행위"라고 규정한 직후다. 청와대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포함한 청와대 안팎 인사 7명이 정기모임을 가지며 문건 작성과 유출에 관여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최근 검찰에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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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이 주도하는 7인회 멤버로는 박관천 경정과 오모 전 청와대 행정관, 검찰 수사관 박모씨, 전직 국정원 간부 고모씨, 박지만 회장 측근 전모씨, 언론사 간부 김모씨가 지목됐다. 조 전 비서관은 "있지도 않은 모임을 만들어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정윤회씨와 청와대 3인방의 작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 전 행정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증거조작' 정황을 폭로하면서 진술서에 서명을 거부하고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최근 공식절차를 밟아 사표를 수리했다. 오 전 행정관은 "내가 다 시인하고 인정하면 나는 (7인 모임이나 처벌 범위에서) 빼주겠다는 꼼수 아니냐"며 자신을 조사했던 검사 출신 행정관에게 반발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관 박씨 역시 "조 전 비서관을 만난 적은 있지만 구성원이란 사람들과 모인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도 "박씨가 정보력이 뛰어나 공직기강비서관실로 스카우트하려 했는데 여의치 않아 막걸리 한 잔 나눈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고씨와 전씨는 박지만 회장과 가까운 이들이라는 점에서 조 전 비서관과 박 회장을 연결짓는 고리 역할을 한다. 조 전 비서관은 전씨에 대해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박 회장을 꼼짝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전씨는 선거 때부터 나와 함께 고생한 사람인데 청와대에 들어와 대통령 친인척을 맡을 팀이 없어 전씨를 직원으로 불러들이자고 했더니 정호성 비서관이 '걔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서 세계일보 간부로 지목된 김씨가 등장한 배경도 심상치 않다.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와 조 전 비서관을 엮으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하지만 김씨는 "7인회란 멤버 중 얼굴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데다 세계일보 소속도 아니다"며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황당해했다. 본지 취재팀도 김씨와 접촉한 적이 한번도 없었으며, 조 전 비서관은 "김씨는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과거 박근혜 의원 비서관실에 근무했던 경력만을 참고해 '7인회'에 끼워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7인 멤버 면면을 보면 청와대 1급 비서관, 국정원 1급 실장, 경찰 5급 경정, 검찰 6급 수사관, 민간인 등이 뒤섞인 모습이다. 청와대도 7인회의 실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자 "아직 확인된 사안은 아니다"고 한발 뺐다.

청와대가 7인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십상시 모임'에 맞선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안을 청와대 핵심 비서관을 견제하기 위한 조 전 비서관 세력과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끌고 가 정씨 등의 '국정개입' 의혹의 본질을 밀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공식 문건의 내용을 '찌라시'로 규정한 데 이어 청와대에서 '7인회'를 문건작성·유출 세력으로 흘린 건 또 다른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이라는 지적이다.

조현일·박현준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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