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윤회 문건' 파문] 불장난에 춤춘 '누구'는 朴?.. 침묵 언제 깰지 주목
의혹의 눈길이 박지만(56) EG 회장을 향하고 있다. 국정개입 의혹의 중심에 선 정윤회(59)씨나 내부 문건이 유출돼 곤혹스러운 청와대 측 모두 사건의 배후로 박 회장 '사람'을 지목한다. 대통령의 가신(家臣) 그룹과 남동생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 간의 '권력암투'가 각종 의혹의 배경으로 의심받는 상황이라 박 회장에 대한 직접조사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실체 파악을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든 박 회장 진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씨는 16시간가량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11일 새벽 취재진에게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만만했다. 그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불장난'으로 규정했다. 누군가 불장난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이에 휘둘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불장난을 한 주체는 '정윤회 문건'을 작성한 박관천(48) 경정과 그의 직속상관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불장난에 춤춘 '누구'는 박 회장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씨는 박 회장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도 조 전 비서관을 문건 작성·유출 배후로 지목하면서 대질신문에 나선 박 경정을 상대로 "누구 지시로 문건을 만들었느냐"며 따졌다고 한다.
정씨는 "빨리 모든 의혹을 풀고 싶다"며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도 요구했다. 그는 지난 7월 '박지만 미행설'을 보도한 시사저널 기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두 사람의 알력설을 촉발시킨 기사였다. 그런데 이 사건의 중요 참고인인 박 회장은 검찰이 보낸 서면질의서에 몇 개월째 묵묵부답이다. 박 회장이 자신을 의심하는 바람에 의혹이 확산됐다는 게 정씨의 기본 인식이다.
청와대가 문건 파문 이후 내부 감찰을 벌여 문건 작성·유출을 주도한 배후로 지목한 이른바 '7인회'에 박 회장의 비서 출신인 전모씨가 포함된 것도 주목된다. 감찰 내용대로라면 박 회장이 전씨를 통해 이들 그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됐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전씨를 청와대에 채용해 박 회장 관련 업무를 맡게 하자고 제안했다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박 회장은 그럴 힘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회장이 조 전 비서관 등을 수시로 접촉해 청와대 내부 정보를 입수해 왔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까지 외부 노출을 자제하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 역시 "아직 박 회장을 조사한다, 안 한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대척점에 선 정씨가 검찰 조사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 개진하며 박 회장을 우회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회장도 계속 침묵을 지키고만 있을 수 없게 됐다. 박 회장이 12일 출국하기로 계획했던 동남아 여행을 돌연 취소한 것도 검찰 소환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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