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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영화는 되는데 드라마는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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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 영화는 되는데 드라마는 안돼요?

    "폭력·선정 넘쳐나는 방송사…동성애 문제는 외면"

    영국 BBC에서 제작된 드라마 '핑거스미스'의 한 장면. (유튜브 영상 캡처)

     

    같은 소재라도 다른 대우를 받는다? 동성애 콘텐츠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9일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아가씨'가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아가씨' 주연 배우의 마지막 단추가 꿰어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배가 됐다. 신인 김태리는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인 배우 김민희의 상대역으로 발탁됐다.

    '아가씨'는 영국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사라 워터스가 쓴 '핑거스미스'는 런던 뒷골목을 배경으로 운명이 뒤바뀐 두 여성의 로맨스를 그렸다. 이 소설은 이미 영국에서 한 차례 드라마화됐다.

    단순 로맨스뿐 아니라 스릴러적인 요소도 담겨있어 국내에서도 뛰어난 반전으로 호평을 받았다.

    국내 관객들은 '아가씨'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디션 공고를 통해 높은 수위가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동성애 소재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영화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흔하지 않은 여성 동성애를 소재로 한 점, 동성애가 금기시되는 사회 분위기 등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앞에서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동성애, 근친조장 드라마 '형영당 일기' 제작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스크린과 달리, 브라운관에서 동성애 소재 콘텐츠는 여전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MBC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방송된 '형영당 일기'는 방송까지 진통을 겪었다.

    '형영당 일기'는 '사랑을 잃은 삶은 죽음보다 고통스럽다'는 주제로 양자로 온 동생 홍연을 형 상연이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모든 이야기가 상연의 죽음을 수사하며 밝혀지기에 '아가씨'처럼 복합 장르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시놉시스 단계부터 수위 높은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당시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는 MBC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여 '형영당 일기'를 비정상적인 근친애와 동성애를 조장하고 미화하는 드라마로 규정했다.

    논란이 좀처럼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MBC는 동성애가 아닌 수사극에 초점을 맞춰 제작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결과물은 MBC가 밝힌 입장대로였다. 드라마 전반에서 두 의붓형제 간의 감정선보다는 수사 과정이 더 두드러졌다.

    영화와 드라마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 있고, 동성애 소재의 수용 여부는 이에 따라 좌우된다.

    영화는 흔히 '감독의 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작가주의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소재 선택이 이뤄진다.

    아직 해외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여러 감독들이 꾸준히 퀴어 영화를 제작하며 저변을 넓혀 놓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주류라고 볼 수 있는 박찬욱 감독까지 거리낌 없이 동성애 소재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풀어진 것이다.

    동성애 소재 콘텐츠를 반대하는 수용자 입장에서는 브라운관과 달리 돈을 지불하고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반발심을 가라앉힌다.{RELNEWS:right}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10일 CBS노컷뉴스에 "전체적으로 동성애가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과정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 (영화에서 동성애 소재가 인정되는 분위기가) 드라마로 넘어올 것"이라면서 "영화는 선택적으로 볼 수 있는 반면, 드라마는 일방적이기 때문에 훨씬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 사무처장은 '서울인권선언'을 예로 들며 "동성애가 개인의 취향이나 문제가 아님에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는 상태다.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방송사들이 그렇다고 해서 도덕적으로만 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것은 허용하면서 정작 인정돼야 할 부분은 계속 풀리지 않고 있다. 결국 관점과 시각의 문제인데, 전체적인 불균형이 산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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