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찌라시·애국심 키워드로 결백 호소.. 의혹 본질엔 함구

최문선 2014. 12. 8.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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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찌라시에 나라 흔들"

靑 폐쇄적 인사·통치 시스템 등 거론 않은 채 "의혹은 사실 아니다"

"3인방은 일개 비서관" 교체론 일축

2인자 두지 않는 리더십 스타일 "사령탑 부재가 되레 논란 키워" 지적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 및 당 소속 예산결산특위 위원들과 가진 오찬 회동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의 '정윤회 문건' 유출 논란과 관련해 그간 내놓은 발언들의 키워드는 '찌라시'와 '애국심'이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이 국정을 농단한다는 의혹을 허무맹랑한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수준의 비방 공세로 보고 있다는 점을 7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오직 나라가 잘 되게 하는…" "일생을 나라 걱정을 하며 살았다" 등의 언급으로 '사심 없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왜 근거 없이 흔드느냐'는 불만을 드러냈다.

'비선실세 의혹 본질 벗어난 발언' 논란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비선실세 의혹의 뿌리가 된 청와대의 폐쇄적 인사ㆍ통치 시스템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해당 문건이 청와대 내부에서 작성되고 유출된 배경, 현정권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연이은 폭로로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직격탄을 날린 구조적 이유 등에 대한 문제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박 대통령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찌라시'라는 용어를 공개적으로 입에 올린 것 자체가 박 대통령의 격앙된 심경을 반영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7일 오찬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에서 '나라'라는 단어는 15번, '대한민국'은 3번, '국민'은 19번 씩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2일 통일준비위 오찬에서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 끝나는 날"이라고 한 데 이어 7일 "우리 모두 언젠가는 세상을 떠야 하니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일해야 한다. 저는 그 목적 하나로 살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언급도 내놓았다. 일련의 대통령 언급은 오직 원칙과 애국심에 따라 통치하고 있는 청와대를 흔들지 말라는 경고와 이번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비장한 심경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일파만파 번지는 논란을 조기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논란 수습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박 대통령은 28일 세계일보의 문건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두 차례나 발언을 통해 전면에 나서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권력 암투는 없다'는 비서관 3인방과 정윤회씨, 박지만 EG회장 측의 주장에 전폭적 신뢰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또 7일 비서관 3인방이 문고리 권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에 대해 "그들을 권력자라고 하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면서 "그들은 나의 일개 비서관이고 심부름꾼일 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언급은 도마에 오른 3인방의 언행이 자신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의미여서 여권 일각에서 제기한 3인방 교체론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이번 의혹과 관련해 직접 나선 것은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양친과 가족을 배신했던 비극적 개인사로 인해 주변 정치인 등을 쉽게 믿지 않고 비서관 3인방 등 오랜 기간 신뢰를 쌓은 소수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실무를 비밀리에 처리하는 스타일을 유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배신 트라우마를 가진 박 대통령이 유진룡 전 장관, 조응천 전 비서관 등에게 또 다시 배신을 당한 모양새가 된 것은 아이러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다양한 시각을 담은 정보와 여론을 전하고, 권력 핵심부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정리할 무게 있는 인사의 존재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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