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파업 위기 넘겼지만 불씨 여전

문수정 기자 2014. 12. 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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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무상보육' 정책 허점.. 투자비도 회수 못하는 곳 많아

경기도에서 0∼1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모(46·여)씨의 월수입은 150만원 정도다. 교사 인건비, 어린이집 월세, 난방비·관리비 등 운영비를 쓰고 남는 돈이 원장 손에 들어온다. 보육교사 3명 인건비와 월세 90만원을 고정비로 지출하는 이씨는 1인4역을 해야 겨우 150만원을 남긴다. 원장, 보육교사, 주방장, 통학차량 운전이 그의 일이다.

이씨는 "4년간 보육료는 겨우 3% 올랐는데 매년 물가상승률도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라며 "파업을 해서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가정어린이집은 경쟁이 치열해 집단행동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가 속한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당초 8∼10일 '보육교사 집단 연차휴가' 방식의 파업을 하기로 결의했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연합회는 "양측이 6일 만나 논의한 끝에 집단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일부 어린이집 교사가 휴가를 갈 수는 있지만 대체교사를 투입해서라도 보육 공백은 막을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우려됐던 '파업대란'은 막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보육료는 낮고, 정부의 요구사항은 많다. 최소 비용으로 '무상보육'이라는 최대 효과를 내려다 보니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이 됐다.

어린이집에 보육료를 지원하며 정부가 주문하는 요구사항은 아주 많다. 설비투자비는 거의 지원하지 않는데 친환경자재로 바꾸라고 한다거나 김치나 된장을 직접 담가 먹이지 말고 유통기한이 표시된 가공식품 위주로 먹이라고 하는 식이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무상보육 생색은 정부가 내고 온갖 부담은 민간에 넘긴다"고 말한다. 김옥심 연합회장은 "예산이 확정된 상태라 투쟁을 해도 달라질 게 별로 없는 상황임을 안다. 그래도 우리의 어려움을 호소하려고 집단행동을 추진했던 것"이라고 했다.

가정어린이집은 '미완의 무상보육'이 허점을 가장 많이 노출하고 있는 현장이다. 2011년 무상보육이 영·유아로 확대되면서 어린이집 대란이 일어났다. 어린이집에 보내려는 부모는 많은데 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가정어린이집을 양성했다. 어린이집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이듬해 보육대란이 벌어졌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무상보육비를 감당키 어렵게 됐다. 정부는 대책의 일환으로 양육수당을 꺼냈다. 2012년부터 어린이집을 안 보내면 0세 영아 부모에게 2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이씨는 2012년 말 일종의 '권리금' 2500만원을 내고 지금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인수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영·유아 가정어린이집이 '공급 과잉' 상태에 들어서며 지금은 권리금이 1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씨는 "일부 가정어린이집은 원장이 자기 돈을 더 들여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며 "투자비도 회수하지 못하는 지경이다 보니 언제든 곪았던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게 이 업계 이야기"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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