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국카스텐.. 5년 만에 2집 앨범 '프레임'

박경은 기자 2014. 12. 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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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의 아픔만큼 성숙, 멜로디는 선명해지고 에너지는 넘치는 '야생마'의 귀환

최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4인조 밴드 국카스텐 멤버들은 들떠 보였다. 인터뷰 내내 쉴 새 없이 떠들었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숨넘어갈 듯 웃어대는 모습이 치기 어린 10대 소년들 같았다.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던 이들은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관련 소송에 휘말리면서 1년 넘게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오랜만의 복귀에 따른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5년 만에 내놓은 2집 앨범 <프레임>에 대한 만족도도 크다. 보컬 하현우는 "이 정도 앨범이라면 어떤 나라, 어떤 시장에 내놓아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2008년 '헬로루키'(EBS <스페이스 공감> 신인발굴 프로젝트)에서 1등을 하며 데뷔한 이들이 이듬해 발표했던 1집 앨범은 국내 인디신에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루 갖춘 스타의 등장을 알렸다. 1만장을 훌쩍 넘게 팔아치울 정도로 성공적이었으며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최우수상도 받았다.

2집 앨범을 내놓은 국카스텐은 "변비증상에서 완쾌된 느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기범, 전규호, 하현우, 이정길(왼쪽부터). | 김영민 기자

15개의 수록곡 전체에 꿈틀거리는 에너지가 넘치는 이번 앨범은 1집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이며 표현방식도 다양해졌다. 선명해진 멜로디 라인은 하현우의 절창을 통해 더욱 부각된다.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면서 모든 파트가 전면에 나서서 잘 들리게 했다"는 설명은 음악을 들으면서 충분히 이해된다. 1집에서는 주로 전규호의 기타에 많은 것을 기댔지만 이번에는 이정길의 드럼과 김기범의 베이스도 각기 큰 역할을 담당한다. 3번째 트랙 '뱀'은 기발한 리듬을 세련되게 풀어내는 드럼이 특히 돋보인다.

타이틀곡 '변신'은 특히 애착을 갖는 곡이다. 편곡에만 3개월이 걸린 이 곡은 지난 몇 년간 쌓인 밴드의 일기장과도 같다. 스스로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새롭게 태어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지막 트랙인 '로스트'도 마찬가지다. 전곡을 작사·작곡한 하현우는 "방황하고 힘들었던 20대 때 친구에게 써줬던 시를 이번에 노래로 만들어봤다"면서 "당시의 우리에게, 그리고 지금의 20대에게 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대는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뜨거운 이상과 꿈과 흥분인데 현실은 뚜렷한 한계와 냉정한 장벽밖에 없어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나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범을 제외한 세 명의 멤버는 20대 초반부터 음악 생활을 함께했다. 뉴언발란스라는 이름의 밴드로 출발해 록스타를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다가 공업용 전류에 감전되기도 했고 손가락을 잘릴 뻔하기도 했다. 입대 등으로 팀이 해체됐다가 2008년 하현우의 학교 후배인 김기범이 베이시스트로 합류하면서 현재의 진용을 갖췄다. 팀 이름은 중국식 만화경을 의미하는 독일 고어로, 하현우가 본 진중권의 책에서 착안해 지었다.

오랜 방황을 거쳤지만 데뷔 후 이들의 성장은 빨랐다. 데뷔 앨범이 호평받으며 이들의 공연은 늘 매진됐고 축제에서도 우선순위로 섭외됐다.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밴드이던 이들의 대중적 인지도가 급속히 높아진 계기는 2012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다. 내로라하는 주류 가수들이 펼치는 지상파 메인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에게는 큰 모험이었고 여기에 처음 출연한 인디밴드 국카스텐에도 큰 도전이었다. 이들은 패기와 열정 넘치는 무대로 신선함을 선사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하현우의 보컬을 두고 시청자들의 호평과 감탄이 쏟아졌다. 당시 이들은 '국가대표 밴드'라는 명예로운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주류 기획사인 예당과 계약하며 승승장구하는가 싶었지만 전속계약 분쟁에 휘말리며 본의 아니게 발이 묶였다. 지난 7월 1심에서 승소하면서 활동을 재개한 이들은 매니지먼트 사업에 처음 진출하는 인터파크와 손을 잡았다.

"음악적인 자율성 부분을 많이 존중해줬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고유한 부분을 훼손시키지 않고 잘 유지해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좋았고요. 게다가 공연장(블루스퀘어)을 갖고 있는 회사여서 든든하네요(웃음)."

이들은 오는 30~31일 블루스퀘어에서 단독공연을 갖는다. 내년에는 해외 무대에서도 한국 밴드의 음악으로 설득력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난다. 인터뷰 말미에 '국가대표 밴드'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선뜻 대답하지는 못하겠어요. 그렇지만 한국에서 멋진 음악, 젊고 혈기 왕성한 음악을 열심히 하는 팀이라고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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