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 지난1월 '김기춘 교체설' 실체 인정.. 공식대응 드러나

남상훈 기자 2014. 12. 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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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사표 보도에 김 실장 "왜 나를 흔드나"
1월23일 이정현 수석이 "사실 무근" 브리핑
다음날도 "건강한데 음해" 흔들기 배후설 제기

청와대가 지난 1월23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정윤회씨 동향 감찰 문건에 담긴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유포 실체를 인정하고 공식 대응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청와대가 본지가 입수·보도한 감찰 문건을 시중에 떠도는 풍문을 모은 '찌라시(정보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30일 본지가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새누리당 의원)의 '김 실장 사퇴설' 관련 백브리핑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이 수석은 한 언론이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실장 사표 제출'을 보도했던 올 1월23일 "김 실장이 '몇 차례나 사표를 냈다고 하는 등 왜 나를 흔들려고 하는 거지? 전혀 그런 일 없는데도 (사퇴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참 좀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이 특정 세력이 악성 루머를 통해 자신을 흔들고 있다는 심경을 내비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 "김 실장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수석은 다음 날인 24일에도 "김 실장을 흔들어대서 무엇을 얻을지 모르겠다. 특정인을 겨냥해서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했음에도 건강 이상이 있다고 하고 정상적으로 일을 하는데 정말 알 수가 없다"며 '김 실장 흔들기' 배후설을 거듭 제기했다. 김 실장이 이 수석을 통해 사퇴설 진화에 나선 것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관련 보고서(1월6일자)를 작성한 이후다. 김 실장이 관련 보고를 받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이 수석을 통해 사퇴설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의 발언은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 이후 17일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정씨가 지난해 말 청와대 비서관 등과의 송년모임에서 김 실장 교체설을 '찌라시' 등을 통해 유포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 등을 담은 정씨 동향보고서를 6일자로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에 보고됐으며, 조 비서관은 홍경식 민정수석에 보고한 뒤 김 실장을 만나 대면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으로 미뤄 7일 이후 조 비서관이 홍 수석에 보고하고 그 이후에야 김 실장에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실장이 조 비서관의 보고를 받은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중병설' '교체설'이 흘러나오자 이 수석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며 공식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청와대가 1월6일자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가 "찌라시 수준이고 사실과 달라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해명과는 전혀 다른 조치다. 특히 이 수석이 김 실장을 흔들어 대고 있다며 '교체설'의 배후 세력을 시사한 것도 주목된다. 이 수석이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공식 대응한 것은 당시 김 실장 등이 이 보고서를 단순한 '찌라시'로 판단하지 않았으며, '의도적인' 교체설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뿌연 청와대'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비가 내린 30일 오전 문틈 사이로 청와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남정탁 기자

청와대는 지난 1월 말 김 실장의 사퇴 유포설의 실체를 인정했던 일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김기춘 흔들기'라고까지 규정했던 사실을 외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공식 문건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찌라시'로 규정하며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은 현 정권의 막후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와 박지만 EG그룹 회장 간 권력다툼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건에 관련된 조 전 비서관과 박모 전 행정관(경찰서 복귀)이 박 회장과 가깝다는 점이 청와대의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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