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실세라는 건 싸구려 음모론 .. 나라가 걱정"

김진 2014. 12. 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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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 뒤 첫 인터뷰비서실장 그만두고 7년간 야인대통령이 전화 한번 한 게 전부

정윤회씨는 사석에서 "1997년부터 10년간 정치인 박근혜의 비서실장을 지냈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러다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7년 자신이 최태민 목사의 사위라는 사실이 논란거리가 되자 비서실장 직에서 물러났다고 했다. 최 목사는 70년대 박근혜 영애와 밀착했고, 이는 반대세력이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는 주요 소재였다.

 박 대통령의 인사실책이 거듭되자 올해 들어 '청와대 밖 비선(秘線)' 의혹이 제기됐고 정씨가 초점이 됐다. 청와대 '문고리 비서관 3인'(이재만·정호성·안봉근)이 모두 정 실장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다. 정윤회-3인방 연결 의혹에다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정씨가 사람을 시켜 나를 미행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정씨는 더욱 '그림자 실세'라는 공격을 받았다.

침묵하던 정씨는 지난 7월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모든 게 떳떳하니 조사하라. 대신 허위로 드러나면 공격자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과 언론이 헛소문에 놀아난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그는 '박지만 미행설'을 보도한 시사저널을 고소했고 일본 신문 산케이 사건에서는 참고인 조사에 응해 박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없음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씨는 다시 의혹의 중심이 됐다. 그와 3인 비서관을 포함한 10명이 회동해 국정을 논한다는 내용이었다. 30일 정씨와 다시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찌라시 세태에 분노한다. 나라가 걱정"이라고 개탄했다. 다음은 정씨와의 문답.

 - 청와대 문건 내용이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통화기록과 CCTV에 다 남는다. 만나려면 전화해야 되고, 만나면 카메라에 찍히거나 식당 종업원들이 안다. 이권에 개입하면 당장 증인이 여러 명 생긴다. 야당에 제보가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사실이 하나라도 나온 게 있나. 내가 투명인간인가. 유령인가. 흔적 없이 움직일 수 있나. 지난 7월 인터뷰에서도 분명히 말했다. 검찰이든 청와대든 나의 모든 걸 조사하라고. 하나라도 나오면 감옥에 가겠다고 했다."

 - 당신이 실세권력이라면 검찰이 제대로 파헤치지 못할 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세상을 모르는 싸구려 음모론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봤지 않은가. 지금 누가 검찰을 덮을 수 있는가. 언론은 게으르고 무책임하다. 일반인이야 소문을 안주 삼아 얘기해도 언론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취재해서 근거로 얘기해야 한다. 야당도 똑같다. 근거가 있으면 나를 고발해서 검찰이 수사하도록 하면 된다. 언론이나 야당이나, 그거는 못하면서 헛소문에 맞춰 광대의 춤을 춘다."

 - 다시 묻는다. 대통령이나 3인 비서관과는 연락이 없나.

 "2007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래 나는 7년간 야인이다. 지난 대선 때도 활동하지 않았다. 접촉이라고는 당선 후에 대통령이 나에게 전화 한 번 한 게 전부다. 3인 비서관과는 그런 것도 없었다. 아무런 연락이 없다. 인간적인 정의(情誼)로 보면 이들이 나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데···. 나는 섭섭하다. 그러나 이해한다. 나에게 연락했다가 구설이라도 생기면 국정에 누가 될까 봐 그러는 걸 거다."

 - 그렇다면 청와대 문건은 어떻게 된 것인가.

 "나도 이해할 수 없다. 증권가 정보 찌라시를 대충 엮어놓은 것 같다. 이런 따위가 동향보고서로 만들어져 민정수석실 보고라인에 유통됐다는 자체가 문제다. 누가 어떤 이유와 경위로 이런 엉터리 문건을 만들었는지, 바깥으로 반출된 것은 없는지, 문건에 대한 청와대의 조치는 무엇이었는지 검찰이 조사해야 한다. 이것이 검찰 수사의 핵심이다."

 -어떤 조사도 받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는가.

 "모든 걸 조사하라.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감방에 가겠다. 나는 정치인 박근혜의 10년 비서실장이었다. 당시는 김대중·노무현 10년 정권이었다. 야당 지도자 박근혜를 정권이 얼마나 주시했겠는가. 나는 내 자신을 단속했다. 업자를 만나거나 하는 일은 피했다. 10년간 잡음이 없었다. 잡음이 있었다면 깐깐한 박근혜 의원이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썼겠는가. 야인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반대세력이 나를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내가 왜 탈선하겠는가."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 당신은 평창동에 있는 한학자를 만났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의혹이 많다. 과거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을 살았으며 자신이 유력인사들과 잘 안다는 점을 과시한다고 한다. 이런 사람과 교유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

 "징역 사실은 몰랐다. 세간에서 그 사람더러 역술인이라고 하는데 나는 점을 본 적이 없다. 그 사람 집에서 가끔 점심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눈 게 전부다. 주로 군자론과 한학 얘기를 했다."

인터뷰=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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