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기자들도 촉각.."정윤회 의혹 사실이면 정권 내놓을 수도"

입력 2014. 11. 29. 17:56 수정 2014. 12. 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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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 기자들 반응] 세계일보 고소 "청와대 부담될 것"…"3인방외 실명 거론안된 비서들 고소 동참 이상해"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박근혜 정부의 '숨은 실세'로 거론됐던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전한 세계일보 보도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사안 전체의 사실관계가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실이라면 비선 실세가 국정 시스템을 뒤에서 주무른 국정농단 사건", "사실이라면 정권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청와대도 소송을 걸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세계일보는 지난 28일 머리기사 <청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에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속칭 '증권가 찌라시'에 떠돌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은 정윤회(59)씨가 자신의 비선라인을 활용해 퍼트린 루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포함된 청와대 안팎 인사 10명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단독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3면에서 "민간인이 청와대 내부 인사와 정보를 교류하고 고위직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라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보고서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감찰조사에서 정씨는 이들(청와대 안팎 인사 10명)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과 현 정부 동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 세계일보 28일자 머리기사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이번 의혹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이 (보고서 내용을)알고 있다"면서도 "문건 내용 자체가 시중의 풍문과 풍설을 다룬 이른바 '찌라시(증권가 정보지)'에 나온 내용을 모아놓은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 대변인은 "당사자들이 그 장소(식당)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 및 현 정부 동향을 정씨에게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은, 일명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청와대 비서관 등 8명은 세계일보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29일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갑자기 사퇴했을 당시 청와대에서는 통상적인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조 비서관의 역할이 감찰이니 청와대 내부의 알력 다툼에 의해 사퇴했을 거란 추측이 나왔다. 언론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 취재했는데 잘 되지 않았는데 세계일보가 끝까지 추적해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박모 행정관은 이후 좌천성 인사조치를 당하고 두 달여 뒤 감찰을 지시한 조 비서관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청와대를 그만뒀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정씨와 대척점에 서 있는 청와대 내부 인사가 언론에 흘렸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 사안이 향후 정국을 뒤흔들 파급력을 지닌 사건이라고 바라봤다.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는 29일 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라면 청와대 해명대로 해프닝에 그치겠지만, 사실이라면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일로 비선 실세가 국정 시스템을 뒤에서 주무른 사실상 국정 농단 사건이고, 그렇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파급력 때문에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도 세계일보를 고소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반응과 청와대 역시 소송 부담이 적지 않을 거란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한 보수 성향 일간지의 청와대 출입기자는 "사실이라면 정권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정권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소송을 걸 수밖에 없다. 산케이신문에 대한 법적 대응은 무리수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건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한 진보 성향 일간지의 청와대 출입기자는 "청와대가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대응을 하는 건 언론자유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지만 반대로 청와대도 검찰 수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수사가 진행되면 박모 경정과 청와대 비서관들, 정윤회씨 등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그동안 노출돼 있지 않은 인사들과 내용들이 드러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한겨레 지난해 7월22일자 2면에 보도된 정윤회씨 인터뷰 기사. 사진 속 왼쪽 남성이 정윤회씨다.

청와대 해명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다른 출입기자는 "청와대는 문건 내용에 대해 확인했다고 하는데 관련 당사자들에게 물어본 것에 그쳤다. 청와대가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는지 의문"이라며 "제일 이해되지 않는 점은 세계일보 기사에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이름만 거론됐을 뿐인데 실명이 거론되지 않은 청와대 행정관·비서관들도 세계일보를 고소한 것"이라고 했다.

'박모 경장이 문건(보고서)을 무단 반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출입기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조선일보는 29일 머리기사 <라면박스 2개 靑문건 통째로 샜다>에서 "라면박스 2개 분량에 달하는 이 문건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다 지난 2월 경찰로 원대 복귀한 박모 경정이 외부로 무단 반출했으며 일부 정보 경찰들이 이를 복사·유통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사에도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국가 최고기관의 '대외비' 문건이 공직자들에 의해 무단 유출됐는데도 청와대는 유출 연루자를 밝혀내거나 유출 문건 회수 조치 등을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9일자 머리기사

보수 성향 일간지의 출입기자는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청와대 문건은 누가 어느 컴퓨터로 출력했는지 모두 기록되고, 청와대 밖에서는 출력이 되지 않으며, 이메일로도 보낼 수 없고, USB 저장도 불가능하다. 복사도 모두 기록에 남는다. 기술적으로 남들한테 들키지 않고 유출시키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는 "박모 경장이 들고 나간 것이 아닌가 한다. 사실상 박 경장이 복귀할 때 문서를 가지고 나가지 않는 이상 유출될 수 있는 경로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문건은 등록된 문서를 기록에 남지만 등록하지 않고 따로 보고하는 문건들 중에 하나란 얘기다.

한겨레는 29일 6면 기사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박 행정관(박 경정)이 경질돼 청와대에서 떠날 때 개인적으로 가지고 나온 것들로 알려졌다"면서 "이 문건들 중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위 내용이 담긴 문건 일부가 몇 달 전 공개되면서, 청와대 내부가 발칵 뒤집힌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경정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문건 자체를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국정개입 사건을 불법유출 문제로 초점을 돌리려는 청와대의 언론플레이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언급하지 않고 청와대 내부 문건이 박 경정에 의해 대량 유출됐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편, 세계일보 보도 내용이 공개된 팩트에 비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보수 성향 일간지 기자는 "세계일보가 공개한 문건 외에 문건을 더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보고서 일부 내용을 가리고 보도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공개된 내용만 보면 청와대에서 반박할 만한 문제였다. 청와대는 감찰 보고서가 아니라 정보보고 성격의 동향보고서라고 주장하는데 세계일보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감찰'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세계일보가 어떤 근거를 감찰보고서로 단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28일자 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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