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한량' 자처한 서울대 성추행 혐의 교수, 동시다발로 여러 학생 접근

2014. 11. 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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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 한수진/사회자:

서울대 교수 성추행 사건,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는 현재 인턴 학생 강제 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요. 이 뿐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그 동안 수십 명의 학생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피해 학생들이 모여 만든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보도자료를 내고 이 사실을 밝혔는데요. 이 사건 취재 중인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류란 기자 나와 있습니다. 류 기자, 어서 오십시오.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정말 갈수록 가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거죠?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이미 2주 전쯤에 기사화가 되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 학계에선 굉장히 영향력 있는 유명한 학자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K교수가 올해 7월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당시, 데리고 있던 다른 학교 출신 20대 여자 인턴 학생을 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려졌고요. 피해자는 K교수가 한강변 유원지 벤치에서 자신을 무릎에 앉힌 뒤에 신체를 만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조사과정에서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대는 K교수가 경찰 조사를 받았던 7월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 K교수의 강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서울대 재학생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들의 증언들이 속출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직접 학내 인권센터로 자신의 사연을 제보해, 학교가 이것을 접수해 피해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제 보도자료를 낸 곳은 <서울대 K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X>로,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대표성을 단체인 것으로 보여 집니다.

▷ 한수진/사회자: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X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학생들을 하나의 변수로 두고, 동일한 수법으로 수많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짓을 저질렀다 해서.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수학공식으로 치면 X, 변수가 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그런데 어제 보도자료엔 어떤 내용이 담겼던가요?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비대위가 학교가 벌이고 있는 조사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사례를 수집했는데요. 사흘 만에 무려 22건이 제보되었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흘 만에 22건이요?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더 있을 수도 있다는 거죠. 피해학생들의 진술을 모아봤더니, K교수가 학생들에게 접근해서 추행으로 이어지기까지 일종의 상습적인 패턴이 있었다고 합니다. 우선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시작하는데요.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거나, 변경했어도 학생명부를 통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통해서 알아냈다고 하고요. 그 다음에는 일방적으로 대수롭지 않은 자신의 사적인 일상을 수시로 학생에게 알리는 등, 문자로 연락을 하다가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제안을 피해보려고 해도, 2-3주 뒤의 일정까지 캐물으면서 약속을 잡을 것을 요구했다고 하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 다음 주는 어떠냐 하면서 상당히 집요하게.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그렇죠. 분명 부담스러웠겠죠. 막상 저녁식사 자리에 나가면, 식사에 술을 곁들여 먹이거나, 다른 커플을 한 쌍 불러 앉혀놓고 커플 데이트를 연출하기도 하고요. 충분히 이성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을 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2차로 자리를 옮긴 뒤에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일도 있었고, 연구실로 호출해서 추행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이 K교수의 SNS글과 주고받은 메시지 일부를 어제 공개했었는데요. K교수는 이성들과 연락하며 술을 마시는 일을 즐겨하는 본인을 한량으로 표현하더라고요. '너무 많은 이성들과 연락하느라 시간이 허비되고 있다. 그렇다고 몇 몇하고만 연락하고 지내자니, 세대교체가 안 된다.' 이런 글도 있었고요.

▷ 한수진/사회자:

교수가 직접 그런 문자를 남겼다는 거예요?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자신의 개인 SNS에 올렸습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는 "먼저 연락해온 소수정예와만 놀기로 했다" 이런 내용의 메시지로 보냈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듣기만 해도 참 불편한데요. 교수가 학생에게 보낼 내용은 아닌 거죠, 확실히?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그렇죠. 피해자들은 답장을 하지 않아도 연락이 일방적으로 이뤄졌고, 연락을 계속 무시하면 K교수가 화를 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교수가 먼저 예뻐하고 잘 해줬는데, 무례하게도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다니 기가 찬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례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또 직접적인 추행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일방적인 연락을 견디기가 어려웠다는 증언들이 많았는데요. 조금 뜸해지다가도 1년이나 2년 뒤에 갑자기 연락을 해오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비대위는 이런 연락을 받은 학생이 같은 기간에도 여러 집단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같은 기간에도 여러 집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했다? 그러니까 학교에서도 있었고.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학교에서 동아리라든지,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든지, 대학원생이라든지.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지금 학교 측에서 진상조사에 나선 걸로는 알고 있는데, 그런데 학생들이 갑자기 언론을 상대로 직접 설명을 하는 거 보면, 뭔가 여기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싶네요.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학생들은 대학 측의 미온적인 대응이 우려스럽고 실망스럽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일부 피해자들은 애초에 사건이 알려진 발단이 됐던 타 대학 출신 인턴 성추행 건에 대해서도 검찰에 나가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K교수에 대한 법적 처벌, 또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작 학교가 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입니다. 현재 이 조사는 서울대 학내 인권센터가 맡고 있는데요. 이 인권센터가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실명 신고서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실명 신고서?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그렇죠. 자신의 신분을 노출한 상태에서 물론 인권센터에 한한 거긴 하지만. 자신의 피해 사례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받았다는 건데요. 아무래도 그렇다보니까 신변이 노출될 것을 극도로 꺼리고, 위협으로 느끼는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신고서를 접수 하는 과정에서 주저하게 되고, 그렇다보니 학교도 조사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 비대위의 주장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실 비대위에 이런 자신의 어려운 사정,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참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인권센터 같은 경우는 실명조사 요구한다는 거고요. 그런데 왜 꼭 실명조사를 해야 된다는 건가요?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학교 측에서는 실명신고를 해야 더 강력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린 학생들에게 "그래서 실명신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라고 해명하고 있는데요. 실명신고, 한마디로 그 일에 대해서 자신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정황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그에 대한, K교수에 대한 입장과 해명을 요구하기가 학교 측 입장에서도 용이하다는 건데요. 실명신고를 포함해서 현재까지 일부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접수했다,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주장들은 오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입니다.

제가 알아본 결과로는 앞으로 K교수에 대한 조사는 1차적으로 우선 실명 제보자에 한해 상황과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요. 이렇게 피해자들의 사례 조사를 모두 종합적으로 마친 후에야, 학교가 임명한 교수들로 꾸려진 조사위원회가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강 교수의 해명을 듣겠다는 건데요. 아무래도 꽤 긴 과정이, 꽤 긴 과정이 예상이 되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K교수가 충분히 어떤 식으로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겁니다. 또 K교수 본인이, 자신이 연락해왔던 학생들을 특정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올 수도 있지 않느냐, 이런 게 피해자들의 우려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K교수는 어떻습니까, 이런 사정들 다 알고 있습니까? 학교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K교수는 학내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나 지금 진행되는 상황들을 기사를 통해 읽고 있다고 하는데요. 몇 번 문자나 통화를 했는데. 기본적으로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어제 한 통화에서는 학생들이 오늘 기자회견을 여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한 뉘앙스였고요. 해명하고 싶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심정을 묻는 말에는 "속상할 뿐이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잘 해주고 인생 상담도 해주고 권위로 거들먹거리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줄줄이 제보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깊은 상처다, 지금은 어쩔 수 없고 말을 아낀 채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할 뿐이다, 또 내 어떤 행동이 추행을 하려는 시도로 보였는지, 누굴 어떻게 만지고 스토킹 했다는 것인지 나도 알고 싶다, 그 뒤에야 학생들이 뭘 오해 한 건지, 그리고 실제 제가 뭘 잘못 한 건지, 진실인지 악의적인 왜곡인지 알 수 있지 않겠나, 조사에 임할 것임을,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을 기대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본인이 깊은 상처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는 거고. 무얼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건가요?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말투가, 글쎄요. 제가 느끼기에는 상당히 좀 감정적이고 억울하다는 심정이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조사를 지켜보도록 하고요. 오늘 피해자들이 요구사항 밝히는 기자회견을 직접 한다고요?

▶ 류란 기자(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네, 사실 지금 이 비대위라는 존재, 실체를 기자들은 이메일로만 접촉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취재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세간의 이목이 이렇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렇게 조심했던 학생들이 오늘 오후에 직접 캠퍼스 본부 앞에서, 기자들 앞에서 자신들을 드러내고 기자회견을 하기로 알려왔습니다. 얼마나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지.

▷ 한수진/사회자:

힘든 결심을 한 거죠, 그래도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오늘 기자회견 저희가 지켜보겠습니다. SBS 보도국 시민사회부 류란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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