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는 팽목항.. 정부 떠난 자리, 시민들이 메운다
진도 팽목항에 남은 세월호 참사 실종자·희생자 가족을 도우려는 시민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해체된 후 정부·지자체 지원이 대폭 축소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팽목항엔 하루 평균 15명의 실종자·희생자 가족과 봉사자들이 상주한다. 인양 포기에 반대하며 팽목항을 지키는 중이다.
진도군 세월호사고수습지원과는 "숙소·샤워장·화장실·세탁실·식당 각 1동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을 철거하고 있다. 19일 점심식사를 마지막으로 하루 평균 20만~30만원인 식대 지원도 중단했다"고 24일 밝혔다. 진도군은 진도체육관 시설물 철거 후 팽목항 시설도 모두 철거하려 했으나 가족 항의로 일부 유지하기로 했다. 남은 시설 임대료와 전기·수도료 등은 진도군청이 지원한다.
단원고 희생자 진윤희양 삼촌 김성훈씨는 "지금 팽목항엔 기본적인 의료시설도 없다. 보건복지부가 넘겨받아 운영하던 약국도 해양수산부의 수중 수색 중단 발표가 나온 지난 12일 철수했다"고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전남 해남 리멤버0416 회원들은 23일 찰밥·볶음용 닭·달걀·간장 등 식자재를 팽목항 가족식당으로 보냈다. 인터넷 커뮤니티 '82쿡' 회원들도 식자재·비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22일엔 안산의 한 시민이 라면과 김치·생수를 부쳤다. 경기 성남 이우고등학교 학부모회는 장어·생굴·바지락을 지원했다.
먹을거리 부족에다 시설물 파손도 고민거리다.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씨는 "가족식당엔 천장에서 비가 샌다. 비닐과 테이프를 덧대 비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진도군청 관계자는 "가족들을 철수시킨다는 정부 방침을 거스르기도 어렵고 식대까지 지급하기엔 특별교부금에 여유가 없다"고 했다. 김재만 4·16 참사 가족대책위 진도분과 부위원장은 "시민 온정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책임지겠다던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을 방치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적극 나서지 않으면 가족들은 점점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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