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서 재벌2세 밀어내는 초능력자들의 판타지

2014. 11.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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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로스트' '스웨덴 세탁소' '블러드' '아이언맨' 등

'닥터 프로스트' '스웨덴 세탁소' '블러드' '아이언맨' 등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TV 드라마가 가장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판타지는 재벌 2세 남성과 가난한 여성의 사랑이다.

이 소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드라마의 판타지 공식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초능력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 이후 기존 재벌 2세와 비슷한 스펙은 가지고 있는데 초능력까지 입힌 캐릭터가 부상하고 있다. 완벽한 외양과 두뇌, 재력에 초능력까지 가졌으니 여성 시청자들로서는 더 이상의 판타지가 없다.

초능력이 남자에게만 부여되는 것도 아니다. 초능력을 가진 여성 캐릭터도 등장했다.

사실 초능력자는 '별에서 온 그대' 전에도 있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이종석)는 타인의 얼굴을 통해 그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공효진)은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초능력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한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별에서 온 그대'. 이 작품이 국경을 넘어 대박을 치자, 국내 드라마 제작진은 초능력자를 발굴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 "검은 머리 외계인이 웬말이냐고 하더니…"

국내 시청자들도 수십년 전부터 안방극장에서 초능력자들을 보아왔다. 원더우먼, 소머즈, 600만불의 사나이, 헐크 등 미국 드라마 속 초능력자들은 모두 한국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국 드라마 속 외국인 초능력자의 모습이었다. 한국 드라마 속 초능력자는 왠지 코미디로 전락할 것 같은 거부감이 암암리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 역시 '별에서 온 그대'를 10년 전부터 구상했지만 외계인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이 '장난하느냐' '너무 황당하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드라마컨퍼런스에서 "사람들이 특히 '검은 머리 외계인'란 설정에 대해 너무 생소하다는 반응이었고, '너무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들었다"며 "('별에서 온 그대'가) 성공했으니까 지금은 새롭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아니라면 좀 다를 것 같다"고 밝혔다.

외계인 도민준이 성공하자, 곧바로 온몸에서 칼이 솟아나는 아이언맨이 등장했다. 지난 13일 막을 내린 KBS 2TV '아이언맨'은 '별에서 온 그대'가 성공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상파에 편성이 될 수 있었을까 의문이 가는 소재였다.

오는 23일 시작하는 OCN 일요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는 범인의 마음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0.2초에 불과한 천재 심리학자의 이야기다. 천재라지만 이쯤 되면 초능력이다.

제작진은 "상처 입은 현대인들을 위한 힐링 심리 수사극"이라며 "천재 심리학자가 형사를 도와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에서 발생한 범죄들을 해결해나간다"고 설명했다.

또 MBC드라마넷과 MBC에브리원이 공동제작해 21일부터 공동 방송하는 금요 드라마 '스웨덴 세탁소'(오후 7시10분)는 세탁물을 만지면 그 주인의 고민과 어려움이 눈앞에 펼쳐지는 초능력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다.

제작진은 "여주인공이 초능력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는 판타지 코믹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내년 초 KBS에 편성되는 '블러드'는 뱀파이어 의사의 활약상과 멜로를 담은 판타지 메디컬 드라마다. 초능력을 가진 사람을 넘어 이제 한국 드라마에서도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까지 만나게 되는 것이다.

◇ 만화적 상상력 드라마로 구현하는 데 성공해야

일찍이 미국 마블코믹스 캐릭터들이 초능력을 발휘한 것처럼 초능력은 다분히 만화적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기획이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무시'당했던 데는 초능력을 가진 외계인 자체가 너무나 만화적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드라마는 내용이 튼실한 로맨틱 판타지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고, 한국 드라마계에서 만화적 상상력의 드라마화 바람에 불을 당겼다.

초능력자로 넘어가기 전 단계로, '지킬과 나' '킬미 힐미' '닥터 프랑켄슈타인' 등 다중인격을 가진 재벌을 내세운 로맨틱 드라마들이 내년 초 포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중인격 역시 만화적인 냄새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소재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만화적 상상력을 드라마로 구현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막을 내린 '아이언맨'의 경우 만화적 상상력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충돌하면서 시청률이 3%로 추락하고 많은 비난에 직면해야 했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토리'를 좋아하는 한국 시청자가 단순히 만화적 시각효과나 설정에 만족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뭔가 비정상적이고 초인적인 캐릭터를 내세우고자 할 때는 '표절' 여부도 잘 따져봐야 한다.

웹툰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지킬과 나'를 제작하는 KPJ 장진욱 대표는 "수만 개의 웹툰이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라는 보장이 없다. 나는 안 베꼈다고 해도 표절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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