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전직 검찰총장과 여직원, 그날 밤 무슨 일이?

남승우 2014. 11.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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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전직 검찰총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

현재 한 골프장의 회장인 그는 지난해 퇴사한 여직원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해 경찰의 출석 통보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는 성추행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이들의 성추행 공방은 지난해 6월 22일 밤, 골프장의 여직원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에서 비롯됐습니다. 그 날 밤, 기숙사에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골프장 전직 여직원 A씨의 고소 내용을 바탕으로 그 날의 상황을 정리해 본 뒤, 이에 대한 B 회장의 반박을 토대로 양측이 엇갈리는 쟁점을 짚어볼까 합니다.

A씨가 고소한 내용에 따르면, 2013년 6월 22일 밤, 일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 A씨는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동료 여직원 C씨가 욕실문을 두드리며 '총장님이 오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냐'고 물었습니다. (A씨는 고소장에서 B 회장을 줄곧 '총장'으로 지칭했습니다.) 동료 여직원 C씨는 "집에 들어가시면서 무슨 물건이나 급한 말씀이 있으셔서 잠시 들른 거겠지"라고 하며 문을 열겠다고 했고, A씨도 그러라고 한 뒤 샤워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A씨는 여자들끼리만 있는 기숙사여서 욕실에 옷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B 회장이 돌아간 뒤에 나가려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B 회장은 돌아가지 않았고, C씨가 "총장님이 빨리 나오라고 한다"고 2~3차례 반복해 재촉을 해서 A씨는 C씨가 가져다준 민소매 원피스만 입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거실에는 B 회장과 동료 여직원 C씨는 물론, 골프장의 여성 과장인 D씨도 앉아 있었습니다. 즉, B 회장이 홀로 A씨를 찾아온 게 아니라, 또다른 여직원 한 명을 대동하고 왔다는 얘깁니다. 당시에 다른 여직원들도 있었다는 사실은 A씨와 B 회장 모두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양측의 주장은 완전히 엇갈립니다. 일단 A씨의 주장부터 살펴보면, B 회장은 샤워를 하다 나온 A씨에게 옆에 가까이 와서 앉으라고 계속 강요했습니다. A씨는 몇 차례 거부했지만, 함께 온 D 과장까지 B 회장 옆에 가서 앉으라고 부추겼습니다.

이에 A씨는 어쩔 수 없이 B 회장 옆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B 회장은 "씻고 나온 모습이 더 예쁘다. 넌 우리 와이프보다 100배는 이쁘다, 내 애인하자, 이제부터 내 애인이다"라고 말하면서 A씨의 머리를 만지고 한 손으로는 한 쪽 팔을 잡아 당기면서 계속 안아 달라고 하는 등의 행동을 했습니다.

B 회장은 A씨의 한 쪽 팔을 잡아당기면서 입맞춤을 요구했고, A씨가 "나는 우리 아빠한테만 뽀뽀를 한다"며 상황을 모면하려 하자, B 회장은 정색을 하고 "왜, 너네 아빠가 그렇게 대단하냐, 나보다 네 아빠가 더 대단하냐?"고 했습니다. B 회장은 자신이 왔는데 먹을 것도 안 내온다며 타박을 했고, 동료 여직원 C씨가 냉장고 쪽으로 가고 D 과장도 주방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이, B 회장은 A씨를 갑자기 강제로 껴안으면서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습니다.

A씨는 옆에서 가만히 있는 D 과장을 향해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안 되느냐, 이 늦은 시간에 여자 기숙사는 대체 왜 오신 거냐, 당장 모시고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고, D 과장은 "총장님, 시간이 너무 늦었고 애들 다음 날 출근해야 하니 나가시죠"라고 했습니다.

B 회장은 "너나 가라, 난 얘네랑 여기서 자고 가련다"는 말을 하면서 버텼고, D 과장이 몇 차례 더 가자고 하자 A씨와 C씨에게 5만 원씩을 억지로 쥐어준 뒤 나갔습니다. A씨는 이 때는 이미 자정 무렵이 다 됐을 때라고 말합니다. 여기까지가 A씨가 6월 22일 밤 B 회장이 벌였다고 주장하는 성추행의 내용입니다.

B 회장은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B 회장이 제시한 근거는 당시에 다른 여직원들도 옆에 있었다는 점, A씨가 자신의 기숙사 방문 시점으로 얘기하는 시간이 맞지 않다는 점, A씨가 1년 5개월이 지난 일을 지금 시점에서야 고소하는 이유가 불명확하다는 점 등입니다.

B 회장은 일단 기숙사를 찾아간 건 안내 데스크 직원 가운데 수석급인 A씨가 그만두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말리러 간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B 회장은 당시 A씨에게 "다른 데 가 봐야 그러니까, 여기서 더 근무해라, 우리 직원들 자주 바뀌니까 안 좋다"고 설득했으며, 성추행은 전혀 없었다고 말합니다. 특히, 옆에 다른 여직원 두 명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겠냐고 강조합니다.

B 회장은 또 A씨는 자신이 밤 10시쯤 찾아와 자정쯤 돌아갔다고 하지만, 자신은 당시에 지인들과 가볍게 와인을 마신 뒤 밤 9시쯤 기숙사를 찾아가 10~20분가량만 머물다 돌아갔다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5만 원을 준 것은 안내 직원들이 적은 봉급으로 고생을 많이 해서 한 달에 한 번 평균 5만 원씩 준 것이며, 그 날에만 특별히 준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B 회장은 A씨가 고소를 한 시점도 문제 삼습니다. 당시로부터 이미 1년 반이 다 된 상황에서, 그 사이 한 번도 항의한 일이 없다가 이제서야 고소하는 이유가 뭐냐고 되묻습니다. 이에 따라 자신은 A씨의 고소에 대해 법적으로 "당당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A씨의 주장을 단호하게 반박하는 B 회장에 대해, A씨측의 재반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A씨측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동료 여직원 C씨의 증언을 이미 경찰에 제출했다고 말합니다. C씨는 먹을 것을 가져오란 지시에 주방으로 가던 중이어서 B 회장이 A씨에게 입맞춤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진 못했지만, B 회장이 A씨에게 입맞춤 해 달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B 회장은 "보는 눈이 있는데 어떻게 성추행을 하냐"고 하고, 반대로 A씨는 "그 직원이 목격을 했다"고 하면서, 당시 현장에 다른 직원이 있었다는 똑같은 사실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은 D 과장이라는 또 한 명의 인물이 현장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D 과장은 당시 A씨가 B 회장 옆에 앉도록 부추기고 B 회장의 성추행을 묵인하기까지 한 인물입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D 과장의 진술 역시 B 회장이 성추행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단서입니다. 그런데 D 과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입니다.

A씨는 뒤늦게 고소한 부분도 해명합니다. 사건 직후 바로 퇴사했고 수치심과 무력감에 당시 일을 그냥 묻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B 회장이 다른 여직원들에게도 부적절한 처신을 한다며 노조를 결성해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자신이 지난해 겪은 일까지 사건화하려 한다는 얘기를 올해 추석을 앞둔 시점에 골프장 직원들로부터 듣고서 용기를 내 스스로 고소를 제기하게 됐다는 겁니다.

'전직 검찰총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의 규명은 결국 경찰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경찰은 A씨와 A씨측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대로, B 회장에게 출석을 통보할 예정입니다. 그 날 밤 A씨와 B 회장 사이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진실이 무엇인지는 A씨와 B 회장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B 회장이 정말로 A씨를 성추행한 게 맞다면, B 회장은 사회지도층인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더더욱 해선 안 될 행동을 하고 거짓 해명까지 한 데 대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A씨가 허위로 고소한 것이라면, A씨가 무고죄나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양측은 이제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 다리 위에서 진실과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 바로가기 <뉴스9> 전직 검찰총장, 골프장 여직원 성추행 혐의 피소

남승우기자 (futur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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