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외계인을 만나면 음악으로 통할거야

2014. 11. 17.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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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흐림.
인 언 인터스텔라 버스트. #132 Pink Floyd 'Interstellar Overdrive'(1967년)

[동아일보]

핑크플로이드의 초기 리더 시드 배럿. 스페이스 록의 개척자 중 하나였다.

동아일보DB

영화 '인터스텔라'를 본 뒤 광막한 우주공간의 이미지가 시청각적 잔상이 아니라 몸뚱이를 떠받치는 무중력의 촉각으로 남아있다. 섬뜩하다. 음표가 음표를 추격하고 협화음과 불협화음, 장조와 단조가 갈마드는 아슬아슬한 청각적 장면을 연출한 한스 치머의 영화음악이 절묘했다. 영상만으로도 매우 음악적인 작품이었다.

최근 미국 인디 록 밴드 '모디스트 마우스'의 텍사스 주 오스틴 야외무대 공연 중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이 관객에 의해 촬영됐다. 밴드는 하필 '다크 센터 오브 더 유니버스'란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인류가 만든 최고의 뮤직비디오를 꼽으라면 영화 '미지와의 조우'(1977년)에서 한 장면을 빌려 와야 한다. 외계인이 탄 거대한 우주선을 향해 신시사이저에 연결된 대형 스피커로 '시b-도-라b-라b(옥타브 아래)-미b'의 싱글노트 악절을 들려주며 소통을 시도하는 장면 말이다. 잠시 침묵하던 우주선은 매우 낮은 소리로 같은 음을 따라 연주한다. 그러고 나서 인간의 건반과 외계 우주선은 재즈 연주자들처럼 점차 혼돈스럽고 복잡한 화성의 즉흥연주로 대화하기 시작한다. 키워드인 '시b-도-라b-라b(옥타브 아래)-미b'과 음악을 만든 이는 '조스' '스타워즈' '슈퍼맨' 'E.T.'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궁합을 맞춘 음악가 존 윌리엄스(82)다. 우주선의 저음은 매우 낮은 소리를 내는 관악기, 튜바로 연주한 거다.

'미지와의 조우' 10년 전, 영국 록 밴드 핑크플로이드는 데뷔작 '더 파이퍼 앳 더 게이츠 오브 돈'(1967년)에 '인터스텔라 오버드라이브'란 9분 41초짜리 연주곡을 실었다. 작곡자이자 리더였던 시드 배럿(1946∼2006)은 광기 어린 천재성으로 유명했고, 심지어 실제로 정신질환이 심해져 밴드를 탈퇴했다.

'미지와의 조우' 테마가 Ab 장조의 밝은 조성을 갖고 있는 반면, '인터스텔라 오버드라이브'는 하향하는 반음계의 불안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선동적인 리듬 위를 불길하게 유영하는 전자오르간과 전기기타가 중력을 0.1G씩 뺏어가는 듯하다.

갑자기 우주인을 만난다면 무슨 말, 아니 어떤 계명부터 노래해야 할까. '솔솔라라솔솔…?'

덜 무서운 우주 꿈을 꾸려면 라디오헤드의 '오케이 컴퓨터'(1997년)를 들어야 한다. 첫 곡 '에어백'에서 톰 요크는 따뜻한 음색으로 노래한다.

'성간 폭발에서/난 우주를 구하러 돌아왔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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