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어린이집 보육료 '네탓' 공방, 진짜 문제가 뭐지?

이승철 2014. 11. 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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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참 마음 졸일 일이다.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둘러싸고, 시·도 교육청과 중앙 정부가 마치 핑퐁 게임을 하듯 서로 상대 탓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 3살에서 5살 사이 어린이를 위한 '누리 과정' 지원 논란, 무상 보육 이야기다. 정치 구호만 난무하고 있는 이 문제를 순수하게 예산의 관점에서만 접근해보고자 한다.

■ 시·도 교육청은 왜 갑자기 누리과정 지원 못 하겠다 했나?

누리과정 지원 예산은 도입 당시부터 몇 개년 계획에 따라 차츰차츰 중앙 정부에서 지방 시도 교육청으로 예산 투입 주체가 옮겨가도록 설계돼 있었다. 그리고 올해가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마지막 해이다.

올해까지는 어린이집에 가는 3살 아동 가운데, 소득 70% 이하 수준 가정 아동에 대한 부분을 국고와 지방비로 지원했는데, 이 돈이 4,510억 원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5,233억 원이 있어야 이 부분이 충당될 수 있다. 결국 이 돈만큼을 내년부터는 시·도 교육청이 부담하게 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도 교육청은 더 이상 여유가 없다며 이 추가 부담 뿐 아니라 전체 어린이집 지원 예산 2조 1,545억 원을 모두 국고로 지원하라는 주장까지 하며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 왜 그동안 부담하던 것까지 못하겠다 했나?

그렇다. 내년에 추가 부담하게 될 5천억 원 정도가 아니고, 시·도 교육청은 전체 어린이집 보육 지원을 못 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시·도 교육청의 살림살이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시·도 교육청 살림은 국가에서 내려보내는 교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이라고 하는데, 이는 내국세의 20.27%를 정률로 내려보내도록 정해져 있다. 그런데 원래 누리과정 지원 계획을 짤 때는 2015년도, 그러니까 내년도에 49조 원의 교부금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었다.

문제는 경제 상황 악화로 내국세가 그만큼 걷히지 않았던 데 있다. 늘 줄 알았던 내국세가 2014년도에 줄어들었고, 내년에도 줄 것으로 예상돼 실제 시·도 교육청으로 내려갈 교부금이 내년에 39조 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원래는 49조 원 받을 줄 알았던 것이, 39조 원만 내려온다니, 전체 예산 규모가 쪼그라드는 상태에서 더 이상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그럼 왜 유치원은 계속 지원하고, 어린이집만 지원 못 한다는 걸까. 여기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달리 바라보는 교육청의 인식이 깔려 있다. 유치원은 교육과정이지만, 어린이집은 보육 과정으로 교육청이 담당할 문제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담당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 그럼 진짜 지원이 끊길까?

지금 정치권에서는 몇 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일단 기획재정부와 여당 쪽에서는 지방 정부가 발행할 수 있는 채권, 즉 지방채를 좀 더 발행할 수 있게 한도를 높여 줄 테니, 지방채를 발행해 이 돈으로 누리과정을 지원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나 시·도 교육청은 그것도 빚인데 결국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며 반대한다.

또 한가지 방편은 내년부터 시·도 교육청이 부담하게 될 5천억 원 정도만 정부에서 부담하자는 방안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참에 지방에 내려가는 교부금을 늘릴 수 있도록 내국세에서 떼 주는 비율을 20.27%에서 상향시키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모든 사항은 결국 예산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여야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당장 보육 대란이 일어나는 것을 누구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해결 방안은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경제', 부족한 건 '세수'

결국, 누리과정 문제가 발생하게 된 핵심은 경제 상황 악화로 세금이 덜 걷히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시·도 교육청에서 적정 규모의 교부금만 확보된다면 애초부터 나오지도 않았을 문제인 것이다.

세수 부족으로 인한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해 야당이 꺼내든 방법은 '증세'다. 복지를 위해서라도 세금을 좀 더 거둬야 한다는 논리,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낮췄던 법인세를 올리는 이른바 '법인세 정상화'를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증세하는 순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하고 있다.

이미 시작한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건 상당한 반발을 부르게 된다. 그리스 등 남부 유럽이 그런 과정을 밟아왔다. 정치권은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선택을 강요당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승철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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