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그녀들은 악마를 보았다..납치, 성폭행, 불까지

박병일 기자 2014. 11. 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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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악몽은 지난달 1일 시작됐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에 사는 16살 소녀가 집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삽으로 소녀의 뒤통수를 내리쳤고 소녀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차 트렁크에 집어 던지다시피 처박혔습니다. 소녀가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은 남성이 다가오더니 소녀를 성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항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16살 소녀는 그렇게 그 검은 남성에게 이틀에 걸쳐 수 차례 처참하게 짓밟혔습니다. 그 남성은 소녀에게 사진 몇 장을 보여줬습니다.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여자들도 다 너처럼 당했어."

이틀이 지난 뒤, 갑자기 그 검은 남성은 소녀를 끌고 뒷마당으로 갔습니다. 외딴 집이었기에 울부짖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통의 뚜껑을 열어 소녀에게 들이부었습니다. 휘발유였습니다. 그 남성은 말했습니다. "어떻게 죽여줄까?" 소녀의 온 몸은 역겨운 휘발유 냄새와 함께 휘감아오는 극도의 공포감으로 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성은 땅을 팠습니다. 소녀를 묻을 만큼 충분한 깊이로 땅을 파고는 소녀에게 라이터 불을 붙였습니다. 그 순간 소녀는 남성을 밀치고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근처 숲으로 냅다 달렸습니다. 그렇게 소녀는 정신 없이 뛰었고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에게 구조됐습니다. 소녀는 3도 화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우선 소녀의 몸 안에 남아있던 남성의 체액을 토대로 DNA 분석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소녀의 증언을 토대로 동종 전과자들의 사진과 대조하는 작업도 병행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드디어 범인이 드러났습니다. 37살 반즈라는 흑인 남성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총기 강도, 폭행, 그리고 성폭행 등 전과가 수십 개에 달했습니다. 경찰이 검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그를 쫓아 버지니아를 뒤지고 있을 때 그는 버지니아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필라델피아에 있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으슥한 골목길에 반즈는 차를 세우고는 길가를 어슬렁거렸습니다. 마치 먹이 감을 찾는 하이에나마냥 한참을 그렇게 어슬렁거리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젊은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종종 걸음으로 다가간 반즈는 억센 팔로 그녀의 몸을 휘감고는 차로 끌고 갔습니다. 여성은 그렇게 힘없이 20여미터를 끌려갔습니다. 오가는 사람도 차량도 없었습니다.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었습니다. 여성이 거세게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건장한 남성의 완력을 당해낼 순 없었습니다. 여성의 안경과 휴대전화가 땅에 떨어졌고, 그렇게 여성은 힘없이 차에 태워져 납치됐습니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을 알지 못했습니다. 흐릿한 CCTV 화면은 밤중이라 더 선명도를 잃었습니다. 게다가 남성은 머리까지 덮은 검은 후드 티를 입고 있었기에 더더욱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뒤 한 ATM기에서 이 납치된 여성의 신용카드가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ATM기에 부착된 CCTV를 통해 남성의 윤곽이 흐릿하나마 보였습니다. 게다가 인근 편의점에서 같은 복장을 한 남성이 물건을 사는 화면도 확보했습니다. CCTV 화면들이 언론에 배포됐고 공개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실종된 여성은 22살 가이더. 당시 경찰은 이 남성이 버지니아에서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반즈라는 사실을 몰랐고, 그렇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습니다.

범인은 엉뚱한 데서 꼬리가 잡혔습니다 범인이 타고 다니던 포드 자동차의 판매자가 TV를 보고는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범인의 신원이 반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뿐 아니라 이 자동차 판매상(dealer)이 반즈 검거의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이 판매상은 반즈의 신용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혹시'하는 생각에 반즈에게 차를 팔기 직전, 차에다 몰래 GPS를 달아놨었던 겁니다. 경찰은 이 GPS를 추적한 끝에 반즈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하늘의 도움이었는지 납치된 가이더도 무사한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가이더는 납치 사흘 만에 경찰에 구출됐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한국에서 2010년 개봉됐던 영화 '나는 악마를 보았다' (주연: 이병헌, 최민식 / 감독: 김지운) 가 떠올랐습니다. 여성들을 납치해 성폭행한 뒤 잔인하게 살해하는 최민식을 악마로 묘사했던 영화입니다. 반즈는 분명 이 영화의 최민식만큼이나 악마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최민식의 먹잇감이 됐던 여성들은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지만 다행히 반즈에게 납치됐던 여성들은 탈출하거나 구조됐다는 점일 겁니다. 또 하나 다른 것은 최민식은 결국 아내의 복수에 나선 이병헌에 의해 고통스런 죽음을 맞게 되지만 반즈는 사법 당국에 의해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거란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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