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근로자 930만명 '시간 빈곤' 시달린다

조민영 기자 입력 2014. 11. 5. 04:51 수정 2014. 11. 5.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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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구 10명 중 4명 해당..취업가구 빈곤층도 3배 높아져

소득이 넉넉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면 '빈곤'에 빠질 수 있다. 가사노동, 보육 등 정상적인 삶에 필요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부족 시간을 대신할 '대타' 구입 등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내 노동인구 10명 중 4명이 실질적인 '시간 부족'을 겪고 있으며, 시간 부족 문제를 고려할 때 소득 빈곤 가구의 비중은 3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시간 빈곤'에 대한 연구 결과다.

4일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이 미국의 레비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해 3∼12월 진행한 '소득과 시간 빈곤 계층을 위한 고용복지정책 수립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노동인구의 42%가 '시간 빈곤' 상태였다. 숫자로는 930만명에 달했다.

여기에서 '시간 빈곤'이란 1주일 168시간 중에서 개인 관리와 가사·보육 등 가계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뺀 시간이 주당 근로시간보다 적을 경우를 의미한다. 최소한 1주일에 잠자고, 먹고, 쉬고, 가정을 돌볼 시간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문제의식의 시작이다. 이 연구는 고용정보원이 지난해 고용부와 함께 선정한 연구 과제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간 부족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자연스레 근로시간이 길수록 시간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시간 빈곤 노동자의 95%가 35시간 이상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였고, 가구 내에서 2명이 일하는 맞벌이 가정은 시간 부족률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시간 부족은 소득이 적은 가구에서는 실질적인 위험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 부족을 대체할 노동력을 구매할 '비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득 분위 4∼5분위에 위치한 여성의 경우 시간 부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소득 90%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가장이나 배우자 중 1명 이상이 취업한 취업가구에서 소득 빈곤층의 비중은 공식 빈곤율(2.6%)의 3배인 7.5%까지 높아졌다. 월 평균 소득 부족액도 기존 25만원에서 44만원으로 높아졌다.

여성의 취약성도 더 높아졌다. 시간 부족을 겪는 이들 중 56%에 달하는 510만명이 여성이었다. 가사일 분담 문제가 발생하는 맞벌이 가정에서도 88%가 시간 부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수행한 고용정보원 권태희 박사는 4일 "시간 부족이 고려되니 기존에는 빈곤층이 아니었던 계층이 빈곤층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빈곤의 크기도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고용과 복지 정책에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시간'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이어 "시간 빈곤 모델을 적용해 실제 근로자들을 어떤 일자리로 연계해 빈곤을 탈출하게 할 수 있고, 여성이 일하기에 적당한 시간이 몇 시간인지 등을 계산해볼 수 있다"면서 "추가적인 정부 차원의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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