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커피믹스는 '빨리빨리'가 만든 발명품

입력 2014. 11. 4. 16:17 수정 2014. 11. 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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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보관 편리하고 누가타도 맛 일정해IMF때부터 시장 커져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초당 223개 팔려나가

◆ 세계 최초 커피믹스 동서 '맥심'

우리나라에 최초로 커피를 도입한 사람은 안토니에트 손탁이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웨벨 러시아공사 처형으로 공사가 부임할 때 함께 들어와 명성황후 시해 후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한 고종 황제를 옆에서 보필했던 여인이다.

당시 고종은 극심한 노이로제로 주변 사람들을 불신해 수라상도 한국 사람이 아닌 손탁에게 맡길 정도였다. 양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커피에 맛을 들이게 된 고종은 이후 덕수궁에 환궁한 후에도 그 맛을 못 잊어 손탁에게 주방 일을 보게 했다고 한다.

손탁을 신임한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 입구에 호텔을 지어 그녀에게 주었는데 이 건물 1층에 들어선 식당 겸 커피숍이 한국 최초 커피숍이다.

이 커피숍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한국 병합을 위한 모사도 꾸몄고, 민영환·이상재·이완용·윤치호 등 개화기 인사들도 자주 드나들어 한국 근대사의 산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커피를 접한 것은 1900년대 초 프랑스 상인 브라이상이 나무꾼들을 대상으로 공짜 커피를 제공한 것이 처음이다. 브라이상은 시중 나무를 독점하기 위해 자신에게 나무를 제공하는 나무꾼들에게 커피를 제공했는데 당시 이를 '양탕국'이라고 불렀다. 거무스레한 모양이 약초 달인 탕국과 흡사하고 맛이 씁쓸하면서 감미가 나는 것도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미군을 통해 외제 커피가 들어오며 커피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쟁 직후 전국에 70곳에 불과했던 다방은 1950년대 말에는 3000여 곳까지 급속히 불어났다.

국내에서 커피를 직접 만든 곳은 1970년대 초반 동서식품이었다. 미국 제너럴푸드사와 기술 제휴한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 커피를 국내에서 생산했고 미원음료, 한국 네슬레 등이 그 뒤를 이어 커피 생산에 나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커피와 크림 설탕이 배합된 커피믹스를 1976년 12월 동서식품이 탄생시켰다.

커피와 크림, 설탕을 배합한 고급 방습포장 일회용 가용성 커피믹스는 인스턴트 커피를 한 단계 발전시킨 파생 제품이었다. 커피믹스는 휴대하기 간편하고 보관하기 쉬워 언제 어디서든 뜨거운 물만 있으면 손쉽게 마실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품으로 소비자 시각에서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제품이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 커피 문화와는 다른 국내 '빨리빨리' 문화와 동서식품이 식물성 커피 크림인 프리마를 커피와 함께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커피믹스는 인스턴트 파우더와 프리마, 설탕 등 반제품을 한국인 표준 입맛에 맞춰 적정하게 배합해 봉지에 담아 포장하는 공정으로 이뤄진다. 배합 공정이 정확해야 했고, 포장방법도 생산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생산이 잠시 중단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커피믹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였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병에 든 커피(솔루블 커피)를 타는 사람 손맛에 따라 커피 맛이 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칼바람으로 사무실 내 직원이 줄면서 본인이 직접 타서 마시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때 최적 표준 배합비율로 맞춰져 있는 커피믹스는 소비자 불편을 줄이면서 항상 균일한 맛을 낼 수 있어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또 뜨거운 물이 나오는 냉온수기 보급률도 높아져 병 커피보다 커피믹스를 비치하는 사무실이 더 늘어났다. 커피믹스 영향으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원두 커피보다 인스턴트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가 됐다.

현재 국내에서 냉동 건조 커피와 관련한 제조 설비와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는 동서식품과 네슬레, 남양유업 세 곳 정도다. 냉동 건조 커피 공정은 1964년 미국 제너럴푸드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동서식품은 1980년 국내 최초 동결 건조 커피 '맥심'을 출시했다. 그 이후 꾸준한 연구개발로 현재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스턴트 커피 제조 설비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커피믹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두다. '맥심'은 80% 이상, '맥심 아라비카 100'은 콜롬비아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100% 사용한다. 또 '맥심 화이트골드'는 무지방 우유를 넣어 커피 맛과 향이 풍부하게 살아 있는 제품이다. 이 밖에 맥심 커피믹스를 제조하는 데는 물과 원두가 접촉하는 시간을 최소화해 신속하게 커피를 추출해내는 기술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단시간에 여러 종류 향을 뽑아내는 '향회수' 공법 등 첨단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 1위 제품은 '맥심 모카골드마일드'로 커피의 쓴맛보다는 부드럽고 깔끔한 맛과 향을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에 맞춰 1993년 첫선을 보였다. 지난해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는 스틱 단위로 하루에 1922만개(초당 223개)가 팔리며 지난 한 해 총 70억 스틱이 소비됐다. 이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경부고속도로(428㎞) 2616배에 달하며 지구 둘레(4만75㎞)를 약 27바퀴 반 돌 수 있는 거리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 스틱형 커피믹스로 각자 취향에 따라 설탕량을 조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최초로 도입했다. 또 이 제품을 위해 한국인 입맛에 맞춘 프리마도 개발됐다. 현재 프리마는 국내를 넘어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에 수출되며 대한민국 커피의 명성을 입증하고 있다. 또 유럽의 일반적인 인스턴트 커피가 아라비카 원두보다 품질이 낮은 품종인 로부스타 원두를 주로 사용하는 점에 비해 '맥심 모카골드마일드 믹스'는 세계 최고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정진 동서식품 마케팅팀장은 "커피의 진정한 기준은 맛과 향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맛과 향이 풍부한 커피믹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가장 맛있는 커피믹스를 꾸준히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찬동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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