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오 대위 심리부검 결과, 직속상관이 사망원인"

2014. 11. 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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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

▲ 딸의 명예를 지켜주세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오 대위 사건 심리부검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오 대위의 아버지가 진상 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 김도균

"15사단으로 전입오기 전 오 대위에게서는 자살요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15사단 전입 후 노 소령의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오 대위는 초기에는 '우울 기분이 있는 적응장애'를 겪다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주요우울장애로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략) 오 대위가 겪었던 직장 내 괴롭힘, 적응장애, 주요우울장애가 모두 오 대위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10월 상관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15사단 여군 오아무개 대위에 대한 심리부검 결과를 공개하고 "오 대위의 죽음은 직속상관 노아무개 소령의 가혹행위와 성추행이 자살의 원인"이라며 노 소령에 대한 공소사실에 강제추행 치상 혐의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대위의 유가족과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 오 대위에 대한 심리부검을 담당한 전문가 등 8명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성미래센터 소통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요구했다.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란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사망자의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남긴 공식적·비공식적 기록 등 삶의 궤적을 심리적·법의학적·정신의학적으로 종합 분석해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으로, 물리적 부검에 상반되는 개념이다.

오 대위 사건처럼 피해자가 이미 고인이 되어 법정에서 피해사실을 진술하기가 불가능한 경우, 심리부검을 통해 죽음의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군 인권센터의 설명이다.

"노 소령의 가해행위, 오 대위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갔다"

임태훈 소장은 "오 대위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은 2군단 보통군사법원 재판부가 노 소령의 가혹행위를 인정하고도 오 대위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해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심리부검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오 대위에 대한 심리부검을 진행했던 전준희 화성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과 박진아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 팀장은 "오 대위의 일기장과 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노 소령과 함께 근무했던) 15사단 전입 전에는 자살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근무 태도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대인관계도 원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 대위가 전입 후에는 가벼운 우울 증상을 겪다 심각한 우울장애를 겪고, 복통과 구토 등 신체적 고통을 겪기에 이르렀다"며 "지속적이고 더욱 심해지는 노 소령의 가해행위는 오 대위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군 인권센터는 이같은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오후 5시 40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리는 노 소령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1심을 맡았던 2군단 보통검찰부에서 당초 노 소령에게 적용했던 군 형법상 군인 등 강제추행, 폭행,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 외에 상해죄 혹은 강제추행 치상 혐의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대위 유가족의 법률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최근 판결 추세를 보면 가혹행위로 인해 병사들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PTSD)' 같은 정신질환이 발병하면 상해죄를 적용한다"면서 "심리부검 결과에서 노 소령의 가혹행위로 인한 정신질환이 입증된 만큼 강제추행치상과 상해죄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 대위의 아버지는 "명예로운 대한민국 여군이었던 딸을 지키지 못했다"며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산 사람들이 말을 해서 억울하게 죽은 딸의 명예를 지켜 달라"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 대위는 지난해 10월 16일 자신이 근무하는 부대 근처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으며 상관인 가해자의 폭언과 성추행, 성관계 요구 내용이 적혀있는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겼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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