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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부정선거 규탄 선봉 고대, 총학 부정선거로 시끌



사건/사고

    이승만 부정선거 규탄 선봉 고대, 총학 부정선거로 시끌

    사상 초유의 조직적·전면적 부정선거 드러나 현 총학 탄핵 직면

    (사진=신모 씨 제공)

     

    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난 선거에서 조직적이고 전면적인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돼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현 고려대 47대 '고대공감대' 총학생회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았던 신모(24·교육학과 4학년) 씨는 지난 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47대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 '고대공감대' 선거운동본부의 부정행위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정행위를 폭로했다.

    신 씨는 "전임 46대 총학생회장으로, 47대 선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황모 씨가 자신과 같은 비(非)학생운동권 진영 '고대공감대' 후보 측과 메신저로 접촉하며 적극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고려대는 학생회칙에 따라 전임 총학생회장이 후임 총학생회장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데, 중립을 지키지 않고 자신이 속한 정파 후보를 몰래 도왔다는 것이다.

    신 씨는 또 현 총학 측이 메신저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투표하도록 학생들을 조직해달라고 선본 간부들에게 지시하는가 하면, 후보별로 1회당 1만 부씩 인쇄하는 홍보 전단 인쇄 부수 규정을 어기고 몰래 2,000부를 더 인쇄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 총학생회가 졸업앨범 촬영 업체를 이용해 선거용 홍보 사진을 무료로 촬영한 점을 지적하며 졸업앨범 업체 선정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아울러 2년 전 45대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박모(32·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4학년) 씨도 46대 총학생회의 홍보물까지 직접 제작해주는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등 부정 선거운동이 수년째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CBS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8일 학우에게 사과할 수 있도록 현 총학 측에 내부고발하겠다고 통지하자 이틀 뒤 현 총학생회장인 최모(21·기계공학 4학년) 씨 등이 직접 찾아와 '공개하지 말라'고 회유까지 해 거절했다"고 밝혔다.



    결국 최 씨는 고려대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이 참석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대부분 시인했다.

    최 씨는 ▲전임 총학생회장과의 메신저 대화방을 통한 선거전략 의논 ▲메신저를 통한 학생 동원 시도 ▲홍보 전단 2,000부 초과 인쇄 ▲신 씨에 대한 회유 시도는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또 45대 총학생회장 박 씨는 "해당 대화방은 선거 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고, 선거를 앞두고 고대공감대 관련 참여인원을 늘렸다"며 "대화방의 존재가 밖에 새어나가면 좋지 않다고 판단해 1년 전 대화방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진=신모 씨 제공)

     

    다만 총학 측은 졸업앨범 업체 선정은 고려대 학생처에서 맡기 때문에 리베이트는 있을 수 없고, 박 전 총학생회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아닌 총학생회장 임기 중 단순히 디자인 관련 소스를 제작·공개했기 때문에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내 분위기는 싸늘하다.

    우선 중앙운영위원회 측은 4일 총학생회 탄핵안 발의와 함께 징계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의 부정에 이은 탄핵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년 전 지난 43대 총학생회가 개인정보 무단 열람 사태로 탄핵에 부쳐졌지만,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 4·18 행진을 벌였던 고려대의 기백은 사라지고, 이제는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이 같은 당 소속 후보를 몰래 도와준 일과 다를 바 없다는 여론이다.

    민예지 고려대 문과대학 학생회장은 "명백하게 부정을 저질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으로 대학생들이 더욱 학내 정치·선거에 환멸을 느낄까 걱정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비운동권을 표방하던 '고대공감대'의 새로운 실험에 지지를 보냈던 학생들의 마음도 차갑게 닫혔다.

    박모(23·3학년) 씨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대화방까지 만들면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그동안 고대공감대를 지지해왔는데 이렇게 부정선거라는 게 밝혀지니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장모(23·3학년) 씨도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실제로 부정이 드러나니 실망스럽고 충격적"이라며 "비운동권 학생회인데도 학교평가 거부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벌였는데 이제 보니 부끄럽기까지 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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