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사재혁 "당장에라도 그만둘 수도 있지만.."

2014. 10. 2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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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도 '마지막 영웅'의 우울한 3관왕 쇼타임

한국역도 '마지막 영웅'의 우울한 3관왕 쇼타임

(제주=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역도 올림픽 챔피언 사재혁(29·제주도청)은 얼굴이 밝았으나 우울한 눈빛을 감출 수는 없었다.

사재혁은 28일 제주 신성여중 체육관에서 열린 전국체전 남자 역도 85㎏급에서 인상 160㎏, 용상 200㎏, 합계 360㎏을 들어 3관왕에 올랐다.

작년까지 활동하던 77㎏급을 떠나 새 체급에서 맞이한 첫 체전에서 금메달 세 개를 획득했다.

세계를 제패한 전설적 역도 선수로서 국내 무대에서 3관왕을 이루는 데는 두 차례 리프트로 충분했다.

사재혁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60㎏을 들어 인상 금메달을 확정한 뒤 2, 3차 시기를 포기했다.

그는 용상 1차 시기에서도 200㎏에 성공해 용상, 합계 타이틀을 한꺼번에 틀어쥐었다.

체육관은 사재혁의 경기를 직접 보려고 몇 시간을 기다린 팬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사재혁은 성원을 외면하지 않고 2차 시기에 바로 중량을 213㎏까지 신청해 한국 신기록에 도전했다.

바벨을 어깨까지 걸기(클린)에 성공했으나 이를 머리 위로 튕겨 올리기(저크)에는 실패했다.

그의 신기록 도전은 실패했으나 허세가 섞인 여흥에 가까운 쇼타임에 더 우렁찬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쓸쓸한 점은 한국 역도에 이런 풍경을 연출해낼 수 있는 선수가 이제 사재혁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은메달리스트 윤진희, 세계선수권자 안용권 등이 은퇴하거나 기량 쇠퇴로 더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역도계에서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이전까지 역도 올림픽 챔피언이 배출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돌고 있다.

새 선수를 육성하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게 역도 종목의 특색이다.

앞서 한국은 전병관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무려 16년 뒤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끊어진 금맥을 이었다.

사재혁은 한국 역도에서 마지막으로 생존한 영웅으로서 책임감이 무척이나 컸다.

"지금 당장 역도를 그만두더라도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그만둘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내가 떠나면 뒤에 아무도 없을 것 같아요. 언제라도 힘들어지면 그만둘지도 모르지만 (나를 붙잡는) 책임감이 있어요."

사재혁은 팔, 다리를 가리지 않고 무려 7차례나 수술을 받고도 재기에 성공한 선수다.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타고난 기술을 앞세워 오뚝이처럼 일어나던 사재혁이지만 그도 이제는 서서히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들어서고 있다.

사재혁은 "한창 20대에는 생각하던 대로 기록이 다 달성됐다"며 "그런데 지금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선수들이 털어놓던 체력의 문제가 이제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재혁은 다음 달 초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번 체전에서 힘을 일부러 아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팔 골절상을 입은 뒤 아직 후유증을 이겨내는 과정이라서 올해 세계선수권대회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재혁은 내년부터는 다른 마음가짐을 지니고 한국의 유일한 대형 역도스타로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08년 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열심히'라는 말을 잊고 살았어요. 생각대로 됐고 스태미너도 꺼질 줄 몰랐죠. 이제 진짜 '열심히'라는 말을 품어보려고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내년부터 세계대회에서 다시 메달도 딸게요."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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