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면 인생 끝".. 결혼-출산 '연결고리' 끊어진다

서진욱|박진영 기자 입력 2014. 10. 28. 07:28 수정 2014. 10. 2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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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인구절벽-사람들이 사라진다]<4>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서진욱기자][[2020 인구절벽-사람들이 사라진다]<4>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다]

"솔직히 아이를 낳으면 내 인생은 끝난다고 생각해요."

신혼의 단꿈에 빠진 안병호씨(32·가명)는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아이를 낳아야만 진정으로 가정을 꾸리는 것이란 말을 많이 들었지만, 육아에 몰두하는 지인들의 삶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경제적인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안씨는 "결혼하면서 최대한 빚을 지지 않으려고 빌라 전세를 얻었는데 아이가 생기면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에 1억원 이상을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육아비를 제외하고 이 돈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씨의 형은 아이를 낳은 뒤 어린이집이 딸린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1억원 가량을 대출받았다. "아내와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어 결혼했지 아이를 낳으려고 결혼한 건 아니에요. 출산이 부부의 의무는 아니잖아요?"

결혼에서 출산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출산을 기피하는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아이에게 얽매이기 싫다"… '여유로운 삶' 택하는 부부들=김선화씨(44·가명)는 중학교 동창 5명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으며 만나고 있다. 놀라운 점은 김씨까지 6명 가운데 자녀가 있는 사람은 김씨뿐이라는 점. 6명 가운데 김씨를 포함해 4명이 결혼했고 2명은 미혼이다. 결혼한 4명 가운데 2명은 아예 처음부터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나머지 1명은 늦은 결혼 후 임신을 시도하고 있으나 노산인 탓에 잘 되지 않고 있다.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으로 불리는 무자녀 부부는 육아보다는 맞벌이를 바탕으로 한 여유로운 생활을 택한 이들이다. 아직까지 딩크족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부부만으로 구성된 가구수 변화로 이들의 증감추세를 추정할 순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가족의 형태별 분포' 자료를 보면 혈연가구 중 부부가구의 비중은 1995년 12.6%, 2000년 14.8%, 2005년 18.0%, 2010년 20.6%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출산을 포기한 딩크족이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995년 1.63명, 2000년 1.47명, 2005년 1.08명, 2010년 1.27명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1년 이후 11년간 초저출산국 기준인 1.30명을 넘어선 적이 단 한번도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부부들은 왜 '사랑의 결실'로 불리는 출산을 기피하는 것일까. 결혼 7년차를 맞은 김진언씨(37·가명)는 딩크족의 장점을 '삶의 여유'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김씨는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다"며 "어린 자녀를 둔 지인들을 보면 극장조차 마음대로 가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김씨는 "부부간 공통 관심사가 줄어드는 것 같다"며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줄 만한 구심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가 출산에 대한 고민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 더 늦으면 정말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흔들릴 때도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확신이 없는 것을 보면 딩크족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는 설명이다.

◇육아부담 싫어 결혼 안 하는 싱글족… 조혼인율 '급감'=

'전투육아'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극심한 육아 부담은 결혼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들고 있다. 복지서비스 전문기업 이지웰페어가 지난 4월 20~40대 회사원 13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8.4%는 결혼과 연관된 것들 가운데 육아가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또 미혼남녀가 결혼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엔 가사 및 육아부담(46.4%)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미혼녀 김모씨(29)는 "결혼해 육아에 신경 쓰다보면 사내 경쟁에서 밀릴 것 같다"며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도 엄청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안정된 이후에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8개월이 된 딸을 둔 회사원 손태영씨(30)는 "다 알겠지만 아이를 키우면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돱주말에도 항상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나만의 시간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 20만원을 바라보고 아이를 낳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은 1993년 9.0건에서 2013년 6.4건으로 급감했다. 앞으로 결혼적령기인 20~30대 인구비중이 줄어들면 조혼인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래추계인구 자료를 보면 20~30대 인구비중은 2010년 37.1%, 2020년 33.2%, 2030년 26.5%, 2040년 22.6% 등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는 가족중심제도와 개인중심제도가 혼재돼 있는데 결혼과 출산이 줄어들면서 점차 개인중심제도로 바뀌어 갈 것"이라며 "과거의 개인주의와 달리 삶의 공간조차 공유하지 않는, 말 그대로의 개인주의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런 사회에서는 가족단위에서 이뤄지던 돌봄기능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복지와 사회통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박진영 기자 트위터 계정 @zewapi]

머니투데이 서진욱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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