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이 형 기다려, 내년엔 나도 갈게"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입력 2014. 10. 27. 18:08 수정 2014. 10. 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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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제2의 류현진'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류현진은 2013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 둥지를 틀었다. 2년 연속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류현진 덕분에 MLB 구단은 한국 선수에게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 MLB 구단의 한 스카우트는 "일본 선수 영입에만 매달리던 빅리그 구단이 류현진의 성공에 자극받아 한국 선수에게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한국이 MLB의 주요 선수 공급처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6개 MLB 구단의 스카우트를 만났다. 기자가 만난 스카우트들은 입을 모아 "한국 선수 평가가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이 모든 게 '류현진 효과'"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꼽는 영입 대상 1순위 한국 선수는 누구일까.

동부 지역 구단 스카우트는 "대다수 스카우트가 의견을 같이한다"고 운을 뗀 뒤 "영입 1순위는 SK 선발투수 김광현, 2순위는 넥센 유격수 강정호, 3순위는 SK 3루수 최정"이라고 밝혔다.

↑10월16일 2014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SK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이다. 기자가 7개 MLB 구단 스카우트들에게 질의했을 때 그들은 같은 악보를 바라보는 성가대원처럼 김광현-강정호-최정 순으로 영입 대상 후보를 밝혔다.

한 스카우트는 김광현을 영입 1순위로 꼽은 이유에 대해 "KBO리그 시절 류현진과 라이벌이었던 투수로 안다. 류현진과 라이벌이었을 정도면 가능성과 실력은 이미 검증된 게 아니냐. 시속 153km 이상을 던지는 좌완 선발투수는 미국에서도 귀한 존재"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스카우트는 "올 시즌 수시로 김광현의 투구를 현장에서 관찰했다.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횡으로 꺾이는 커터성 슬라이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타선만 뒷받침된다면 빅리그 데뷔 첫해 10승은 무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MLB 스카우트도 김광현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중부 지역 MLB 구단 스카우트는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우리가 지켜봐온 투수다. 한 해 반짝 잘하거나 못했다고 상품 가치가 떨어질 선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내가 우리 팀 GM(단장)이면 당장 김광현 영입에 뛰어들 것이다. 4, 5선발로 그만한 가치를 지닌 투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 여러 구단이 김광현에게 군침을 흘리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시즌 중반까지 한국 구장을 돌며 김광현을 지켜봤던 서부 지역 빅리그 스카우트는 "역동적인 투구 폼과 수준 높은 슬라이더, 빠른 속구 구속은 인정하나 제구는 의문"이라며 "볼넷이 많고,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틀린 말도 아니다. 올 시즌 김광현은 13승 9패 평균자책 3.42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투구를 선보였다. 9이닝당 탈삼진도 7.51개로 괜찮았다. 하지만 9이닝당 볼넷이 4.20개로 리그 평균자책 20위권 투수 가운데 가장 많았고 이닝당 투구 수도 17.3개로 많은 편이었다.

참고로 2012년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9승 9패 평균자책 2.66를 기록하며 다승에선 올 시즌의 김광현에게 뒤졌지만 9이닝당 볼넷에서 2.27, 이닝당 투구 수도 15.6개로 매우 경제적이었다. 특히나 9이닝당 삼진 수 10.35개를 기록하며 '볼넷은 적고, 탈삼진은 많은' 전형적인 에이스급 투구를 선보였다.

그나마 제구는 빅리그 타자들의 공격적 성향임을 고려하면 극복이 가능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정작 문제는 건강이다. 7개 구단 스카우트는 "부상 경력이 있는 김광현의 어깨 상태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며 "메디컬 체크에 철저한 MLB 구단은 어깨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영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광현 어깨 부상 걱정할 필요 없다"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2007년 SK에 입단한 김광현은 2008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해 다승 1위(16승), 평균자책 2위(2.39), 탈삼진 1위(150개)에 오르며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09년 12승, 2010년엔 17승을 거두며 두 번째 다승왕에 오른 김광현은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한화 '괴물' 류현진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국제 대회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구성해 한국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끌었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한국 투수진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어깨 부상과 뇌경색 증상이 겹치며 2011년, 2012년 각각 4승, 8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2013년 10승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과거 구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사실 김광현의 부진에 뇌경색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게 중평이다. SK 관계자는 "'뇌경색' 하면 중병처럼 보이나 실제론 한국시리즈 우승 뒤 기쁜 마음에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신 뒤 차가운 곳에서 잠이 들어 흔한 말로 '입이 돌아간 정도'에 불과했다. 병원에서 재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빅리그 스카우트도 뇌경색은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어깨는 달랐다. 한 스카우트는 "큰돈을 주고 영입한 선수가 부상으로 나가떨어지면 많은 사람이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2년 사이 영입한 후지카와 규지, 다나카 마사히로 등 일본인 특급 투수들이 부상으로 쓰러지며 MLB엔 '부상자를 철저히 가리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밝혔다.

다른 스카우트 역시 "백번 양보해 팔꿈치 부상이라면 1년 정도 쉬면 그만이나 어깨 부상은 회복이 느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를 확률도 낮다"며 "MLB 구단들이 김광현의 어깨에 관심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광현의 어깨 상태는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김광현의 지인은 "지난해와 올해 틈틈이 MRI를 통해 어깨 상태를 체크했다"며 "담당 의사로부터 2년 동안 '다른 투수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지인은 "만약 어깨가 좋지 않다면 올 시즌 김광현이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뿌리고, 2010년(193.2이닝) 이후 가장 많은 173.2이닝을 던질 수 있었겠느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33이닝 이하를 던진 게 되레 어깨가 건강해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SK, 김광현 해외 진출 허락할 듯

김광현은 이미 시즌 전부터 해외 진출을 공언한 상태다. SK도 애써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김광현이나 SK 모두 해외 진출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 야구인은 "10월 말 SK가 기자회견을 열어 김광현의 해외 진출을 공식 허락할 것 같다"며 "김광현도 이 자리에서 미국 진출 포부를 밝힐 계획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SK가 김광현의 해외 진출을 허락한다면 향후 일정은 급물살을 탄다. MLB 구단 관계자는 "김광현이 10월 말 해외 진출을 선언하면 이르면 11월1일, 늦으면 3일부터 전체 MLB 구단을 상대로 포스팅을 시작한다. 포스팅이 3일에 시작할 경우 7일쯤 끝나므로 11월 중순쯤엔 김광현을 원하는 구단이 밝혀지고 늦어도 올해 안에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고 밝혔다.

SK는 포스팅 금액 마지노선을 밝히지 않고 있다. MLB 스카우트들은 "적게는 500만 달러, 많게는 100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광현 영입 전에 뛰어든 한 구단 스카우트는 "류현진을 보낸 한화처럼 SK도 내심 1000만 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한 뒤 "김광현을 선발감으로 생각하는 팀은 1000만 달러 이상을 써낼 테지만 그를 불펜 요원으로 보는 팀은 500만 달러 이하를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구단 명분과 선수 꿈을 종합할 때 SK가 500만 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신 팀은 얼마를 포스팅액으로 쓸 예정이냐"는 물음에 그는 "영업비밀"이라며 "최소한 SK가 크게 실망할 금액은 아닐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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