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간호사 셋 중 한 명 유산, 제주의료원에 무슨 일이..
2009년 제주의료원 간호사 중 15명이 임신했다가 이 중 5명이 유산했다. 유산율은 33.3%로 그해 전국 평균 유산율 20.3%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게다가 출산한 10명 가운데 4명은 태어난 아이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다.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경우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2010년에도 12명이 임신해 4명이 유산했다. 유산 또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간호사들은 대부분 하혈과 복통 등 유산증후군에 시달렸다.
제주의료원의 간호사들은 최근까지 믹서나 사발에 알약을 넣고 직접 갈아서 환자들에게 제공했다. 노인환자가 많은 이 병원에서는 노인들이 삼키기 쉽게 하기 알약을 빻아서 주었다. 간호사들은 과도한 노동 강도와 더불어 알약을 빻는 과정에서 임신부에게 유해한 약품을 흡입한 것이 유산과 심장질환 아이 출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은영씨(32·가명) 등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간호사 4명과 자연유산을 한 간호사 6명 가운데 4명은 2012년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신청했다. 공단은 자연유산을 겪은 간호사들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온 뒤 재해 승인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그러나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를 출산한 이들에 대해서는 "아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가 아니며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승인을 반려했다. 그러자 산재 승인을 거부당한 간호사 4명은 "병원의 높은 업무 강도와 임신부에게 유해한 약품 취급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쳐 병이 생겼으니 아이에게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르면 올해 안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임신한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발생해 아이가 병을 가진 채 태어났다면 이 아이에게도 업무상 재해를 폭넓게 인정해줘야 할 것인가가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이다. 노동자 자신이 아닌 노동자의 자녀에게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로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노동계는 물론 법조계도 주시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소송을 돕고 있는 성명애 노무사는 "피해자들의 치료나 보상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이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경우 임신부들이 근무하는 작업환경 개선에 크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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