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서 기어 '주행' 모드 넣고 잠들었다면 음주운전일까, 아닐까?

정부경 기자 2014. 10. 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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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시내에서 반주를 곁들여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앉아서 대리기사를 기다렸다. 습관대로 기어를 '주행' 모드에 놓은 채였지만 차는 1m도 움직이지 않았다.

B씨는 상가(喪家)에서 술을 마시고 만취 상태로 차에 올라탔다. 추위를 느껴 히터를 틀려고 시동을 켠 뒤 잠이 들었다. 몸을 뒤척이다 실수로 기어를 건드리는 바람에 차가 움직였고 하마터면 지나가던 사람을 칠 뻔했다.

두 사람 중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되는 건 누구일까. 경찰이 입건할 수 있는 건 A씨뿐이다. 차를 운전하지 않았더라도 기어를 주행 모드에 뒀다면 운전할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시동만 켠 뒤 잠을 자다 실수로 기어를 움직인 경우에는 음주운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경찰교육원은 24일 이렇게 경찰관들도 헷갈려하는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정리해 '음주운전 수사론'이란 책을 펴냈다. 경찰 내부용으로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만 면허취소는 할 수 없다. 아파트 단지나 식당 주차장 등 차단기로 출입이 통제되는 공간은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같은 장소라도 출입 통제 장치가 없다면 도로로 인정돼 단속 대상이 된다.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은 운전자가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을 거부하면 10분 간격으로 세 번 측정을 요구할 수 있고, 세 번째 요청도 거부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호흡 측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을 경우 운전자는 경찰관에게 바로 채혈 측정을 요청할 수 있다.

정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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