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이것이 궁금하다④] 술마시고 30cm만 가도, 기어만 넣었는데도 음주운전 단속될까?

박홍두 기자 2014. 10. 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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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ㄱ씨. 귀갓길에 생각 없이 자신의 자가용을 타고 기어를 'D'자에 넣었다. 술기운은 그를 이미 압도하고 있었다. ㄱ씨는 차를 몰지는 않고 브레이크를 밟은 채 운전석에 앉아 있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경우 ㄱ씨는 음주운전을 한 것일까?

정답은 '된다'다.

경찰교육원이 24일 발간한 '음주운전수사론'을 보면,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도 시동을 켜고 기어를 주행모드로 맞추기만 해도 운전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고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된다. 반면 차 시동을 켜지 않았다면 운전을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원칙에 따라 ㄴ씨의 사례는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될까?

ㄴ씨는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집 앞에 세워둔 차를 빼달라는 연락을 받고 나갔다. 차를 경사면에 세워놓은 터라 ㄴ씨는 차 시동을 켜지 않고 기어를 중립 상태로 놓고 비탈길을 내려가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 그러나 이 경우엔 음주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 법률상 자동차의 '발진'은 시동을 켜고 기어를 넣는 시점을 '완료'로 보기 때문에 ㄴ씨처럼 시동을 걸지 않았다면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량이 반 바퀴만 돌았다고 해도 처벌을 면할 수 없다.

대법원은 2007년 3월 술을 마시고 도로에 차 앞부분이 30㎝가량 걸치게 한 운전자에 대해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차량 앞부분이 주차장 입구와 연결된 횡단보도에 약 30㎝정도 걸려있던 상태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된 경우다.

하지만 운전을 할 의지가 없었던 점이 인정되면 걸리지 않는다. 술에 취해 차 안에서 히터를 틀려고 시동을 걸었다가, 시동을 켠 채 잠을 자다 자신도 모르게 기어를 움직여 차를 이동시키는 경우 등은 음주운전이 아니라는 판결도 있다.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을 하면 단속이 될까?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면 형사처벌 대상은 되나 면허취소는 할 수 없다.

아파트 단지나 대학 구내, 식당 주차장 등 사적 공간으로 차단기 등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라면 도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장소라도 출입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도로가 되고, 이때 음주운전을 했다면 면허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실제 광주의 ㄷ대학에서 단속된 음주운전 사례를 보면, 이 대학의 출입구가 일반도로와 연결돼 있고, 차단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하단 점에서 도로로 인정됐다. 반면 서울의 ㄹ대학은 학교가 담으로 둘러싸여 정·후문에서 엄격히 출입을 통제해 도로로 인정되지 않았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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