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소음을 전화벨소리보다 작게?"..시민단체 '반발'

강지혜 2014. 10.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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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주야 5㏈씩 낮아져시민단체 "국민 입까지 틀어막겠다는 처사"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경찰이 소음 규제 기준을 강화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적용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22일부터 적용된 개정안에 따르면 광장과 상가 주변의 소음 규제 한도가 주간 80㏈에서 75㏈, 야간 70㏈에서 65㏈로 각각 5㏈씩 낮아진다. 종합병원과 공공도서관에서는 주거지역·학교와 마찬가지로 주간 65㏈, 야간 60㏈의 소음 한도가 적용된다.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개정 전에는 5분씩 2차례 측정하던 것을 10분 동안 1차례 측정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경찰이 1개월 동안은 개정 내용을 충분히 안내하겠다고 했지만 시행 1개월 이후부터는 소음 기준을 넘는 악성 소음에 대해 적극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생활소음의 경우 70㏈은 큰 전화벨 소리, 60㏈은 일상 대화 및 백화점 소음에 해당하는 세기인데 침묵시위가 아닌 이상 이 기준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집회 소음 기준을 낮춰 단속만 강화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입까지 틀어막겠다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내고 "기존 집회 소음 기준인 80㏈(데시벨)은 지하철 내부 소음 수준으로 현재도 충분히 통제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소음 기준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은 시민의 불편을 명목으로 집회를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월25일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마이크로 사회를 보다가 소음 기준에서 고작 1㏈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벌금형 10만원을 맞기도 했다"며 "집회를 과잉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집회와 시위는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발전해 온 중요한 수단"이라며 "민주국가라면 마땅히 집회와 시위를 보장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침묵 시위만 허용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경찰청이 지금도 비현실적인 소음 기준을 더 강화한다고 한다"며 "사회·경제적 약자들과 억울한 사람들의 유일한 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방해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집회의 자유는 굉장히 중요한 기본권으로 헌법에서 인정하는 권리"라며 "기존의 소음 기준도 강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를 더 강화한다면 소중한 기본권을 다른 가치과 맞바꾸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지금까지 경찰은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에 대해서는 집시법을 엄격하게 적용했고, 찬성하는 집회에는 느슨하게 적용해왔다"며 "이런 관행에 비춰 봤을 때 경찰이 강화된 소음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학자들은 소음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 도심에서 대형 집회를 열 경우 현실적으로 시행령의 소음 기준을 지키기 어렵다"며 "광화문광장 대로변에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만으로도 이미 기준 소음을 넘어선다. 집회를 사실상 하지 말라는 규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경찰이 노골적이고 물리적인 진압 방식을 썼다면, 최근 독소조항을 활용해 집회를 무력화하는 식으로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고 있다"며 "소음 기준을 강화한 것도 이 일환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행 집시법 제14조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장은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이 발생할 경우 집회·시위 주최 측의 확성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며 "이런 조항을 악용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형태의 권리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러한 비현실적인 기준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집회·시위의 권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겠다는 경찰의 의사표현이라고 본다"며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일종의 편법적인 탄압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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