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24시] 가수 김동률이 진짜 대단한 이유

2014. 10. 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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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가수 김동률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강태규 뮤직팜 이사는 휴대전화 수화기에 대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김동률 공연 티켓 좀 부탁한다'는 청탁 때문이었다.

전국 투어를 앞둔 싱어송라이터 김동률 측이 오늘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웃돈을 주고라도 살테니 공연 티켓 좀 달라는 지인들의 속칭 '업계 민원'이 쇄도해서다.

최근 정규 6집 '동행'을 발표한 김동률은 전국 투어에 나선다. 다음달 1일 부산을 시작으로 성남 광주 고양 전주 서울을 돌아 2015년 1월 3일 대전 공연까지 약 두 달간 이어진다.

김동률의 공연은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현재까지 예매가 진행된 성남, 고양, 부산, 서울 표가 몇 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광주와 전주는 98%가 판매됐다. 공연 설비 보수 문제로 취소된 창원을 제외하고 대전 대구 공연 예매만 남겨놓고 있다.

그는 이번에도 티켓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의 성화가 들끓고 있다. 강 이사는 "각 언론·방송사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입김'으로 티켓을 구해보려는 이들이 너무 많아 곤혹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를 사칭하는 사기성 전화도 있다.

김동률 공연은 진짜 '매진'이다. 매진에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느냐 궁금해하는 이도 있겠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그 의미를 알고 있다. 매진된 공연에는 소위 '쩜표'도 없다는 뜻이다. '쩜표'란 연달아 붙은 좌석이 아닌, 중간에 하나 덜렁 남아 있는 자리를 말한다.

보통 공연을 혼자 보러 가는 팬은 드물다. 두명 혹은 여러 명의 티켓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팬이 아니라면, 한 석 남아있는 티켓을 선뜻 구하길 꺼려한다. 그런데 김동률의 매진 공연은 이 '쩜'이 없는 것이다. 여느 정상급 가수들조차 이렇게 부득이하게 팔리지 않은 '쩜표'는 빼고 '매진'으로 일컫는다. 특히 지방 공연은 사실상 '매진'이 불가능하다.

김동률의 공연은 흔히 언론매체를 위해 별도로 빼놓는 취재석도 없다. 초대석이 있을리 만무하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위급 상황을 대비해 마련해놓는 '사고 대비석'만이 빈칸으로 존재할 뿐이다. 강 이사가 '때로는 거부하기 어려운' 청탁 전화에 '억울한 사과'와 양해를 바라는 연유다.

덕분에 김동률은 '공연불패' 신화로 불린다. 그는 2011년 12월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사흘간 치러진 공연 티켓 1만석을 매진시킨 바 있다. 2012년 9월부터 열린 전국 7개 도시 콘서트 역시 표가 없어 못 팔았다. 올해 투어는 총 4만여 명 규모. 이 또한 결과가 뻔하다.

지난 18일, 약 5년 만에 컴백해 엄청난 주목을 받은 '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콘서트 티켓 판매량은 약 2만 장 정도로 파악된다. 2만 5000석 규모였다. 서울 잠실주경기장이라는 상징성, 단일 공연이라는 점, 사운드 시스템과 무대 설치 비용 등을 떠올리면 비교 대상으로 무리가 있으나 김동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앞서 김동률의 새 앨범 타이틀곡 '그게 나야'는 특별한 방송 활동 없이도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SBS '인기가요') 1위를 차지했다. 서태지가 만들고 아이유가 부른 '소격동', 로이킴의 '홈', 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 20일 발표된 비스트의 '12시 30분'이 나오기 전까지 약 3주간 음원차트 정상을 오르내렸다. 함께 순위를 다툰 쟁쟁한 경쟁자들이 1위를 했다가도 금세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점을 떠올리면 그의 '롱런'은 더욱 의미있다.

강 이사는 "김동률의 음악적 깊이와 진정성을 인정하는 팬들 저변이 넓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 뮤지션이 20년의 시간동안 변하고 발전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은 그와 따뜻한 음악을 기다려온 음악팬의 바람이 이상적인 순간에 만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김동률의 앨범에는 '그게 나야'를 비롯해 '고백', '청춘', '내 사람', '어드바이스', '퍼즐', '내 마음은', '오늘', '그 노래', '동행' 등 총 10곡이 수록됐다. "김동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소속사 측은 소개했었다.

노랫말들은 한 편의 시(詩)와 다를 바 없다. 유행어나 속어는 배제한 채 가사의 운율을 맞췄다. 멜로디는 길고, 소리는 섬세하다. 노래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명확한 흐름과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를 썼다.

"초반 30초가 지루하면 외면 받는 시대에 김동률은 대중의 귀를 억지로 끌기 위한 장치를 하지 않는다. 대신 어느 한 곳 허술하지 않은 작·편곡으로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한다."(김동률 '동행' 앨범평) '소리 없이 강하다.' 20여 년 전 한 유명 자동차 광고의 카피가 생각난다. 어떠한 자극적 소구와 이슈 몰이 없이 묵묵히 자기 노래를 하는 가수, 김동률이 진짜 대단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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