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지수' 개발.. 과학계 "정부 '노벨상병' 도졌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이 역대 노벨과학상(생리의학·물리학·화학) 수상자들이 투고한 저널에 국내 과학자 논문이 실리면 점수를 더 부과하는 '노벨지수(N-factor)'를 만들었다. 기초과학을 육성해야 할 정부가 특정상 수상을 목표로 해, 기초과학 연구 풍토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연구재단은 내부 기획과제로 노벨지수를 만들어 시범 운영하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를 연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지수 개발에는 국내 최대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도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이 개발한 노벨상지수 홈페이지 화면 캡처. |
홈페이지에 접속해 나이, 논문 게재 저널명, 공동저자 현황을 입력하면 해당 학자의 노벨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가 논문을 많이 낸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노벨지수를 제시해 연구자가 노벨상과 얼마나 가까워졌는가를 비교해볼 수 있다.
이를 개발한 연구재단 이성종 박사는 "저널의 평가지표를 다양화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저널 평가지수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피인용도(IF)지수는 저널에 실린 논문이 타 논문에 인용된 횟수를 점수화한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수가 정부의 연구과제 평가에 활용된다면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노벨지수가 높은 저널 투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벨상 시상 대상이 아닌 분야의 연구자들은 노벨지수가 낮아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과학계 관계자는 "정부의 '노벨상병'이 도진 것"이라며 "어느 저널에 투고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연구를 창안해 선도하는 게 차라리 노벨상을 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생명과학자 커뮤니티인 '브릭(BRIC)'에는 "매년 수능 만점 받은 학생이 어느 학원 다녔는지 조사해서 학원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과 다를 게 뭐냐"는 등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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