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지수' 개발.. 과학계 "정부 '노벨상병' 도졌다"

목정민 기자 2014. 10.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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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노벨상 수상자 투고한 곳에 논문 내면 점수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이 역대 노벨과학상(생리의학·물리학·화학) 수상자들이 투고한 저널에 국내 과학자 논문이 실리면 점수를 더 부과하는 '노벨지수(N-factor)'를 만들었다. 기초과학을 육성해야 할 정부가 특정상 수상을 목표로 해, 기초과학 연구 풍토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연구재단은 내부 기획과제로 노벨지수를 만들어 시범 운영하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를 연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지수 개발에는 국내 최대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도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이 개발한 노벨상지수 홈페이지 화면 캡처.

홈페이지에 접속해 나이, 논문 게재 저널명, 공동저자 현황을 입력하면 해당 학자의 노벨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가 논문을 많이 낸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노벨지수를 제시해 연구자가 노벨상과 얼마나 가까워졌는가를 비교해볼 수 있다.

이를 개발한 연구재단 이성종 박사는 "저널의 평가지표를 다양화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저널 평가지수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피인용도(IF)지수는 저널에 실린 논문이 타 논문에 인용된 횟수를 점수화한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지수가 정부의 연구과제 평가에 활용된다면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노벨지수가 높은 저널 투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벨상 시상 대상이 아닌 분야의 연구자들은 노벨지수가 낮아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과학계 관계자는 "정부의 '노벨상병'이 도진 것"이라며 "어느 저널에 투고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연구를 창안해 선도하는 게 차라리 노벨상을 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생명과학자 커뮤니티인 '브릭(BRIC)'에는 "매년 수능 만점 받은 학생이 어느 학원 다녔는지 조사해서 학원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과 다를 게 뭐냐"는 등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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