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 감독' 슈틸리케에 '칼날'은 가혹하다

박종민 2014. 10. 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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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 평가보단 '지원'해야
히딩크, 오카다, 모예스 감독 사례 참고해야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59)은 지난 한 주간 파라과이(이하 피파랭킹, 60위)와 코스타리카(15위)를 상대로 1승 1패의 성적을 거뒀다. 앞선 경기는 '완승'이었고 두 번째 경기는 '판정패'였다.

그의 실험 정신은 '1승 1패'라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성과를 가져다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격적인 선발과 선수기용으로 대표팀 선수들의 '무한경쟁'을 부추겼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 전 감독이 선수기용에 '변화'를 주지 않았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였다.

△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의 경기에서 울리슈틸리케 감독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축구회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최근 경기력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명성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지는 선수보다 현재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를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평가전 선수 기용도 즉시 전력감을 선호하는 그의 원칙에 충실한 것이었다.

변화를 모색한 슈틸리케호가 파라과이전서 2-0 완승을 거두자 슈틸리케를 향한 여론의 지지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지난 14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서 1-3으로 지자 일부에선 비판적인 목소리도 제기됐다. 다수의 축구팬들은 슈틸리케 감독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비판의 날을 세우는 이들도 분명 있었다.

우려가 아닌 '비판'은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2경기를 치른 감독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 현지 여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직에 복귀한 히딩크는 지난 4경기서 1승 3패를 기록했다. 현지 언론 '데 텔레그래프'는 고개 숙인 히딩크의 사진을 크게 싣고 감독 교체 가능성을 제기했다.

히딩크 감독은 4경기, 슈틸리케 감독은 2경기를 치렀다. 기간으로 따지면 히딩크 감독은 9월 5일 첫 경기를 가졌고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일 첫 경기를 소화했다. 이들에게는 '평가'보단 '지원'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유럽 빅리그 클럽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있다. 데이비드 모예스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불과 한 시즌도 채 되지 않아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지금까지도 언론을 통해 "구단은 (성적을 끌어올릴)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조급하면 안 된다. 히딩크 감독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시절 평가전에서 숱하게 졌다. 당시 여론은 우려를 넘어 비판조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결과는 '월드컵 4강 신화'였다.

오카다 다케시 일본 대표팀 감독의 사례도 거론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부임한 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직전 5차례의 평가전에서 1무 4패를 기록했다. 여론의 지탄에 시달리며 경질직전까지 갔지만 월드컵에서 일본을 사상 최초로 원정 16강에 올려놨다. 한국 축구의 또 다른 영웅이 될지 모르는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충분한 시간은 주어져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전력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1승 1패라는 성적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력까지 좋았다. 손흥민과 기성용이라는 차세대 에이스들이 예상대로 제 몫을 한 데다, 이청용은 부활의 움직임을 보였다. 남태희는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력으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라이언킹' 이동국은 노장답게 후배들을 격려하며 득점까지 기록했다. 신구 조화와 팀워크가 돋보인 경기들이었다.

기다려줘야 할 때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까지 계약했다. 적어도 절반인 2년이 지난 후 '평가'해도 늦지 않다. 2년이 지난 게 아니라 불과 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믿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종민 (m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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