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 악용' 性피해자 60%가 女하사.. "주적은 男軍"

정충신기자 2014. 10. 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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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여군 1만명 시대..상관 몹쓸짓 3년새 4.5배

2015년 여군 1만 명 시대를 앞두고 군대 내 상관에 의한 여군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성범죄 가해 상관들은 주로 여 부사관들의 장기복무 예정을 약점으로 삼거나 장교 진급 보장 등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가 들통날 때마다 군 수뇌부는 '성추행 무관용 원칙'을 외치지만 군내 여군 대상 성범죄는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형국이다. 피해 여군들 사이에서 '여군의 적(敵)은 남군'이라는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여군의 적은 남군! = 지난 9일 육군 17사단장 송모 소장이 부하 여부사관 상습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되면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긴급 지휘관회의를 소집해 근절 대책을 논의했다. 위험 수위를 훨씬 넘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0월 16일에는 약혼자를 둔 전방의 여군 오모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하룻밤만 같이 자면 군생활을 편하게 해 주겠다'는 직속상관 노모 소령의 제안과 지속적인 성희롱이 초래한 비극이었다. 올해 3월 1일 군사법원은 가해자 노 소령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2년에는 육군 준장이 여부사관을 성추행했다. 지난해 5월에는 사관학교 남자 상급생도가 하급 여생도를 교내에서 성폭행해 육사교장의 사임 사태를 불렀다. 부대 회식 자리에서 여군의 신체를 더듬고, 회식 후 특정 장소로 불러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군대 내 여군상대 성범죄는 현재진행형이다.

◆ 여군 대상 성범죄 3년새 4.5배로 급증 = 국방부가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윤후덕(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군대 내 성범죄 입건 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56건이었던 성범죄 건수는 2013년 105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9건으로 최근 4년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홍일표(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여군 피해 범죄는 132건으로 이중 83건은 강간, 성추행, 간음 등 성범죄로 밝혀졌다. 83건의 성범죄 가운데 8월 현재까지 재판이 끝난 60건의 처벌 결과를 보면 실형은 단 3건으로 실형률은 5%에 불과했다. 특히 영관급 이상 8명의 피의자 중 1명(벌금 4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모두 불기소 처분에 그쳤다. 지난 한 해 여군을 상대로 한 성범죄 건수는 2010년보다 4.5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 권은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여군을 상대로 한 성 군기 위반 징계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0년 대비 2013년 발생 건수가 4.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0년의 경우 여군 성 군기 피해는 13건이었으나 2011년 29건, 2012년 48건, 2013년에는 59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8월 말 현재 34건이 적발됐다. 피해 여군은 하사가 109명(59.5%)으로 가장 많았고 대위 20명, 중위 12명, 소위 7명 등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중대장(대위) 이상 간부가 59명(36.8%), 상사 이하 초급간부가 66명(41.2%)이었다.

◆ 장기복무 위협수단 삼은 범죄 구조화 = 여군에 대한 성추행의 대부분이 부대 내 인사권자들이 하사 등 여 부사관들의 장기복무를 위협수단으로 해 이뤄져 특단의 근절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여 부사관의 장기복무를 지휘관들이 악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병사들에 대한 구타와 함께 여군에 대한 성추행 등 2가지 오명을 씻어내야 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군의 폐쇄적 상명하복식 위계 조직문화, 가해자에 대한 '제식구 감싸기' 식 솜방망이 처벌이 성범죄를 부추긴 것으로 지적됐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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